“동포문학은 민족문화 지키는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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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문학은 민족문화 지키는 텃밭”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03.1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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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종회 국제한인문학회장

고려인 문학작품 발굴로 국내 언론 주목
올해 조선족 작품 정리해 엮어낼 계획

김종회 국제한인문학회장
“현지어로 써졌다 하더라도 민족 정체성을 담고 있다면 동포문학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개방적인 시각으로 동포문학을 바라봐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올해부터 국제한인문학회를 이끌게 된 김종회 경희대 교수의 말이다.

지난 16일 기자와 마주 앉은 김종회 교수는 십여년간 동포문학 분야에 천착하며 쌓아온 오랜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과연 재외동포와 문학의 관계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전했다.

“동포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죠. 우리말로 글을 쓰는 사람, 현지어로 글을 쓰는 사람. 과거에는 그런 걸 나누는 구분이 엄격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작품 안에 한국문학의 요소가 얼마나 담겨 있는가를 살핍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바로 동포문학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종회 교수는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의 ‘화산도’를 예로 든다.

“오랜 기간에 걸쳐 집필된 이 작품은 일본어로 써졌지만, 그 주제는 제주도 4·3항쟁을 비롯한 한민족의 역사와 정서를 다루고 있어요. 이 작품을 동포문학으로 봐야 할 것이냐에 대해, 우리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2,3세대 동포들이 성장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비록 한국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한인 재외동포로서의 경험과 정신을 담고 있을 때 그것은 동포문학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 김종회 교수의 설명이다.

그 동안 미국, 일본, 중국 등 재외동포들과 친밀하게 교류해 온 김종회 교수는 “(재외동포들은) 이민 후 생활이 안정되면 문학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며 “정체성의 확립이라는 내적인 갈망을 깨닫는 것”이라고 동포문학 활동의 특징을 소개한다. 김 교수는 또한 “이중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이 끊임없이 시달리는 문화 충격 역시 이들이 문학 활동에 매진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재외동포들에게 있어 문학 활동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문학은 모국과 소통하는 통로입니다. 이민자들에게 민족적 결속성은 영원히 유보되는 경향이 있지요. 이 같은 결속성을 되살리는 힘은 언어입니다. 재외동포들의 문학 활동은 결국 그들이 잊기 쉬운 우리 언어에 대한 관심을 되살려 놓을 것입니다.”

김종회 교수가 재외동포 문학 작품을 보는 눈은 각별하다. 그들의 작품 안에는 보편적으로 경험되지 않는 독보적인 정서와 감수성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이다. 김종회 교수는 “그것이 재외동포 문학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중국동포 문학작품 주목해야

김종회 교수는 지난 연말 ‘중앙아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 문학(국학자료원, 2010)’을 엮어낸 바 있다. 직접 중앙아시아를 방문한 김종회 교수는 음지에 묻혀 있던 총 57편의 문학작품을 발굴해 원문 그대로를 실었다. 동포사회 뿐 아니라 문학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다. 모국을 떠난 우리의 언어가 어떤 식으로 변화되고, 혹은 보존됐는지가 고려인들의 생생한 창작품을 통해 대중 앞에 드러난 것이기 때문.

이 작품들에 대해 김종회 교수는 “그냥 단순한 삶의 기록이 아니라 파란과 굴곡의 근대사를 감당하며 살았던 현지 고려인들의 애환과 그것이 환기하는 이주 민족사의 실체를 보여주는 값진 기록들”이라고 설명한다. 이 자료를 통해 우리는 동포들의 이주사가 개인의 애환과 고난의 세월이라는 의미를 뛰어넘어 한 시대의 의미있는 기록으로 조명 받는 순간을 목도하게 된다.

김종회 교수와 국제한인문학회는 중앙아시아 고려인 문학에 이어 올해 연변 조선족 문학사 발굴에 나선다는 계획으로 재외동포재단에 예산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재단이 이같은 사업의 당위성과 의미를 이해해주기 바란다”는 김종회 교수는 “그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또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학활동을 하는 많은 재외동포들과 교류하고 있는 만큼, 이제 막 펜을 든 동포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재외동포들이 글을 쓸 때 가장 강하게 부딪치는 한계는 역시 언어입니다. 일상어가 아닌 언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그 같은 한계에 좌절하기보다는 재외동포이기 때문에 더 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중문화를 경험한 그들이 표현해내는 감수성은 그만큼 독보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이토록 재외동포 문학에 관심과 애정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포문학은 민족문화를 지키는 소중한 텃밭”이라는 설명에서 그 해답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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