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재외국민 마음을 사로잡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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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재외국민 마음을 사로잡는 해
  • 김봉섭
  • 승인 2011.03.1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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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섭 재외동포재단 전 전문위원

한국 재외동포정책사에서 내년 12월까지가 매우 중요한 시기다. ‘재외국민보호법’이 입법화되고, 230만 해외거주 유권자의 적잖은 수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오랜 숙원(宿願)인 ‘투표권 행사’를 감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사건이 한국정치 지형(地形)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크든 작든 미래한국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1997년 대선에서 39만 표, 2002년 대선에서 57만 표로 승부가 갈렸던 경험상 2012년 대선에서 재외국민 표심(票心)이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기대감과 그에 대한 경계심까지 있어 이래저래 재외국민은 세간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선, 유권자들은 “민주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를 구현하기 위해, 국정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내가 낸 세금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내가 속한 조직·단체의 이익이나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이 필요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새 인물을 뽑기 위해 … ” 등등의 이유로 투표에 참여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현실은 어떤가. 제13대(1987)부터 제17대(2007)까지 대선 투표율이 89.2%→81.9%→80.7%→70.8%→63.0% 급격한 하락세다.

총선 역시 제16대(2000)부터 제18대(2008)까지 투표율이 57.2%→60.6%→46.1%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지 의심스럽다. 이처럼 현실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정치불신이 강한 국내정치상황에서 재외국민투표권이 행사된다는 점이다.

우리 선조들이 근대적 의미의 투표제도를 알게 된 것은 미국에서 “젼국 인민이 투표하야 새 대통령을 뽑앗다”는 1896년 11월 7일자 ≪독립신문≫을 통해서였다. 고종의 아관파천(俄館播遷, 1896.2.11) 이후 독립신문, 독립협회, 독립문 건립 등 한창 ‘자주독립’의 기운이 고조되던 때였다.

그러나 실제 투표권 행사는 그로부터 52년 후인 1948년 5·10선거가 처음이었다. 당시 제헌(制憲)선거 홍보포스터에는 “총선거로 독립문은 열린다. 투표는 애국민의 의무, 기권은 국민의 수치”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지만 해외 및 38선 이북 거주자는 참여할 수 없었다.

파월장병과 해외거주자에게 허용됐던 해외부재자 우편투표도 1967년 대선(5.3)과 총선(6.8), 1969년과 1972년 국민투표를 끝으로 폐기되었다.

1980년 제5공화국 헌법(9.29) 제2조②에서 “재외국민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만 되었을 뿐 하위법률 미비로 해외근무 외교관·국가기관주재원·근로자·상사주재원의 국정참여는 사실상 원천 봉쇄되었다. 이런 역사적 맥락(脈絡)과 곡절(曲折) 속에 재외국민투표권이 행사된다는 점이다.

정부수립(1948) 이후 64년 만에 국민의 기본권리를 행사하게 된 재외국민의 입장도 간단치 않다. 8․15해방(1945) 이전 떠났던 분이랑 해외이주법(1962) 이후 떠났던 분이랑 ‘2012 선거’에 대한 체감온도가 다르고, 거주지역·출생국가·연령대별로 국내정치에 대한 참여희망도가 제각각이다.

영주권자(한국국적자)와 시민권자(외국국적자)간에 이해관계가 다르고, 이에 편승한 여·야 정치권은 세(勢)불리기와 표계산에 열심이고, 선관위는 부정선거방지에 고심하고 있다. 이런 혼돈상황에서 재외국민투표권이 행사된다는 점이다.

재외국민은 예나지금이나 엄연히 우리 국민이다. 주 활동무대가 해외다 보니 국민으로서의 책임 완수에 소홀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덕목 즉,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당하게 대접받게 된 이상 의무 수행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한두 번 투표권을 행사하고 그만 둘 일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정부 당국도 ‘2012 선거’의 역사적 의미를 재외국민 관점에서 새롭게 인식하고, 재외동포정책의 틀과 내용을 쇄신하여 재외국민 역량결집과 현지정치력신장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나아가 국가발전과 민족미래를 위한 교두보로 재외국민을 적극 보호·육성해야 한다.

옛 성인은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孟子≫)라고 했다. 우리 모두 2012년을 재외동포사회 전체의 미래를 그리는 절호의 기회로, 재외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책수립의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마음만 얻으면 모든 것을 다 얻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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