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같으면 불체자로 남고 싶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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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같으면 불체자로 남고 싶겠소?"
  • 김미란 기자
  • 승인 2011.03.08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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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에서 만난 중국동포 10명에 설문


체류기간 만료 “남겠다” “가겠다” 의견 달라


“가족들이 모두 한국에 머물고 있어요. 불체자라도 어쩔 수 없지요.”

지난 6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서 만난 중국동포 Y씨는 방문취업 체류기간이 1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90년대부터 10년을 한국에서 건설현장에서 일한 바 있는 그는 2008년 방문취업 구제정책으로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었지만, 또 다시 내년에 불체자 신분으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방문취업 후속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이란 질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불체자의 길을 선택하겠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누가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 불체자 신분으로 남고 싶겠어요.” 이렇게 말하는 H씨는 대림동에 위치한 조선족교회에서 지내고 있다. 합법화 절차를 밟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는 불체자 신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유학비자로 나온 딸의 초청으로 남편과 한국에 입국한 그는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가족 모두가 불체자 신분이 됐다”고 말했다. H씨는 “방문취업 후속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자신과 같은 신분에 처한 사람이 상당히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6일 본지는 중국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구로를 찾아, 동포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방문취업 체류자격이 5년 만기 되었다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이날 방문취업자격을 가지고 있는 10명의 동포들은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응답자 중 4명은 남겠다고 대답했고, 3명은 돌아가겠다고 대답했으며, 나머지 3명은 5년 만기가 되기 전 재외동포체류자격으로 변경하겠다고 답했다.

남겠다고 대답한 4명은 ‘이미 한국생활에 적응했다’, ‘중국에 돌아가도 그곳의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 ‘가족들이 모두 한국에 나와 있어 돌아가게 되면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된다’, ‘한국에 남아있으면 어떻게든 합법화 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올 것이다’ 등 의견을 내놓았다.

중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대답한 3명은 ‘한국정부의 정책에 따라 움직이겠다’, ‘법을 어기는 일은 하지 않겠다’, ‘중국으로 돌아가 휴식한 후 새로운 정책에 따라 나올 생각이다’ 등 의견으로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움직이되 한국으로 나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있으면 다시 나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밖에 재외동포체류자격으로 변경할 계획을 갖고 있는 3명은 ‘재외동포체류자격으로 변경하는데 구비해야 되는 서류가 복잡하다’, ‘고용주가 잘 협조해주지 않는다’ 등 체류자격을 변경하는 데 어려움이 만만치 않음을 호소했다.

한편, 본지가 제시하는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동포들도 있었다.

방문취업 체류기간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김씨는 “재외동포체류자격으로 변경하고 싶지만 사실상 어렵다”며 “불법체류자로 남아야 할지 아니면 돌아가야 할지 지금도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다”라며 한숨만 쉬였다.

그는 “동포들에게 자기가 원할 때까지 체류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줘야 한다”며 방문취업 후속 정책으로 새로운 정책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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