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물 없어 고통”
상태바
“마실 물 없어 고통”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03.07 1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라이스트처치한인회 박기성 회장

피해복구 이후 정신적 후유증도 클듯

어떤 부분이 가장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크라이스트처치한인회 박기성 회장(사진)은 잠깐 동안 숨을 고른 후 “식수 공급이 필요하다”라고 대답했다. 지난 4일 본지와 통화를 가진 박 회장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담담했다. 하지만 현지 한인들의 피해상황을 전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걱정과 근심이 묻어난다.

“다들 피해자가 됐고, 도시의 기능 자체가 마비됐습니다. 도시 전체에 실직자가 너무 많아 향후 있을 피해까지 더한다면 표현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박기성 회장은 이렇게 현지의 피해상황을 애써 설명한다.

한인회는 지진 피해 직후 자체적으로 봉사단을 결성해 한인 가정 피해지원에 나섰다. 한인가정이 입은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한인회는 식량, 가열조리기구, 과일 등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생수’라고.

하루 평균 90여명의 봉사인원이 한인 가정의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보급품을 전달하는 등 피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인 국회의원으로 현직에서 활동 중인 멜리사 리 등 유명인사들도 한인회를 통해 한인사회 지원에 나섰다.

봉사단이 가동된 후 한인회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지진 피해를 입었던 만큼 어느 정도 피해상황을 예상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확인한 피해상황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이 원활하게 가동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일이 한인가정을 방문해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피해상황이 집계되고 있는 단계이지만, 예상보다 피해규모가 더 크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주거지가 밀집해 있는 지역은 피해 정도가 더욱 심합니다.”

한인회의 걱정은 현재 드러난 피해 뿐만이 아니다.

“실종된 한국인 남매가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 역시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정서적 어려움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지진 피해에 이후 정신적 외상을 겪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번 그랬듯이 이번에도 위로와 격려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크라이스트처치한인회는 현재 현지 한인사회의 어려움을 전하고 도움을 호소하는 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7일 “뉴질랜드 당국이 4일 지진 관련으로 실종된 우리국민 실종자 시신을 확인하고 이를 유가족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현재 지진으로 실종된 한국인의 신원확인 작업 지원을 위해 법의학 및 유전자 감식 전문가 등을 크라이스트처치에 급파하는가 하면 구호물품을 긴급 지원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