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포럼]“1세 2세 함께 하는 한인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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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포럼]“1세 2세 함께 하는 한인회 돼야”
  • 정리=이석호 기자
  • 승인 2011.02.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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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커뮤니티 한인사회 모범 보여

이글은 지난 11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하용화 뉴욕한인회장이 ‘뉴욕한인사회와 재외동포’란 주제로 행한 151번째 희망포럼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처칠은 모든 조직원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조직의 발전을 몇 년 이상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처칠이 살던 1900년대 초보다 10배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으니, 한인회장으로서 동포사회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일의 중요성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부끄럽게도 많은 동포단체들이 봤을 때 나는 화합을 잘 이뤄내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뉴욕에는 4~500개의 동포단체들이 있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뭉친 단체가 많지만 누구는 자기 개인이름을 드높이기 위해서, 때로는 식구끼리 만드는 등 각양각색이다. 이들 단체들 중에는 하 회장이 동포사회를 위해 일한 게 무엇이 있냐고 비아냥거릴 수 있다. 겉으로 친한 척해도 뒤 돌아 ‘뉴욕한인회장이라고. 그래서 뭐?’라며 손가락질 했을 수도 있다.

굳이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동포사회 화합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화합을 위해서 1.5세와 2세의 참여가 급선무라는 견해이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뉴욕한인 1.5, 2세들의 비율이 절반을 넘기고 있지만, 이들이 한인커뮤니티에 갖는 관심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한인회를 알고 있는 비율이 10%도 안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합이라는 두 글자를 어떻게 써나갈 수 있겠는가.

특히 큰 틀에서의 화합이라는 진정한 의미에 현지 주류사회와의 동행을 포함시켜야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참여는 중요하다. 뉴욕에는 280명의 한인경찰들이 있을 정도로 2세들의 주류사회 진출은 크다. 다양한 문화공간과 토론할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일부 사람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취임하면서 임원을 일하는 사람들로 전면 교체시켰다. 명함만 들고 다니지 못하게 했다. 불협화음이 대단히 컸지만 3개월 이내에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었다. 수석부회장부터 임원 70%가 1.5세, 2세들이며, 현지 교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의사 등으로 일하는 이들을 자문위원으로 포진시켰다.

평균연령이 50세가 넘는 한인회에는 미래의 비전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와이 한인사회가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갖지만 활동이 예년보다 줄어드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되는가. 1세들로 주축이 된 일본 동포단체가 아닌 2,3세들로 움직이는 중국 동포단체처럼 돼야한다.

그렇지만 결단코 2세들만으로 한인회가 구성·운영돼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지난 50년 동안 1세들의 노력으로 한인들은 그로서리, 델리의 70%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또한 한인이 60% 이상의 네일숍, 드라이클리닝을 운영하고 있다. 한인들이 없다면 ‘뉴요커’들이 점심을 굶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빈말이 아닐 정도로 1세들의 영향력 또한 크다.

한인회는 1세와 2세대들을 사이에 두고 ‘준 정부 기능’과 ‘봉사 기능’을 톱니바퀴처럼 연결해야한다. ‘준 정부 기능’을 다하기 위해 한국의 청와대, 국회, 외교부 등과 협력해야 한다. 미국 정부 측과 협력을 위해 시장 실, 연방의원, 각종 경제단체들을 만나야한다. 봉사단체 기능을 위해서 직능, 봉사, 문화 등 각 동포단체를 지원하는 우산역할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동포들의 현지사회에 대한 권익신장이다.

뉴욕한인 커뮤니티가 50년을 넘겼다지만 누가 한인사회의 존재를 알고 있는가. 미국 전체에서 한인들의 인구비율은 1%가 안 된다. 미국 언론에 비친 한국은 G20정상회담을 개최한 경제 강국이 아니라, 전쟁위험을 안고 있는 분단국가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참정권제도에 고운 시선을 보낼 수 없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류사회에 진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동포들이 시민권 획득을 주저해서야 되겠는가.

뉴욕한인회에서 불과 20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UJF라는 유태인단체는 한인회가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UJF에는 유태인 커뮤니티에 6만명의 후원자가 있다고 한다. 주요 행사 때 미국 연방정치인의 절반이 모일 정도로 정치력이 막강하다. 이들은 주류사회로 진출할 2세들을 키우고, 소수민족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한다.

사실 한인회장이 갖고 있는 힘이라는 게 달랑 명함뿐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수많은 행사에 초청돼 화려해 보이지만, 세일즈 전문가인 나도 임기 중 가장 어려운 일이 100만 달러가 넘는 운영 자금을 모으는 일이었다.

아마 각국 한인회장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동포들이 한인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2세들이 좋은 환경에서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지난 2년간 차세대들을 위해 시도한 다양한 사업들이 좋은 전통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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