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반한 감정이 낳은 재한중국동포 정체성 혼란, 어떻게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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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반한 감정이 낳은 재한중국동포 정체성 혼란, 어떻게 극복할까?
  • 김미란 기자
  • 승인 2011.02.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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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이 지나갔다. 재한중국동포들이 모국에서 설을 쇠는 모습이 궁금하던 찰나 ‘설 대신 춘절 쇠는 가리봉동의 조선족들’이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단순히 옛날 중국에서의 습관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재한중국동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게 아니다. 중국에서는 한민족의 전통에 따라 떡국을 먹으면서 설을 보냈는데 오히려 모국에 와서 반한감정 때문에 만두를 먹으면서 춘절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기사를 재미로 읽고 무심코 지나칠 수 있겠지만 동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반한감정이 커지게 되면 재한중국동포 심지어 전체 중국동포들의 정체성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동포들은 입국하기 전에 모국에 많은 동경과 기대를 품고 들어온다. 하지만 그들의 환상은 하루가 채 지나가기 전에 깨지기 쉽다.

정부는 사회 통합적인 측면에서 ‘우리 동포’라고 강조하지만, 인력적인 측면에서 중국동포를 3D업종에서 종사하는 외국인으로 취급한다. 많은 재한중국동포들은 차별과 멸시, 인권침해를 당해 본 경험을 갖고 있어 반한감정 심지어 자기가 한국국민과 같은 민족이라는 것에도 의문과 반론을 가지면서 자기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다.

중국동포는 이민민족으로 150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 모국문화와 전통은 물론 중국의 문화도 갖고 있어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와 담론은 전부터 많은 국내외 학자들의 관심거리였다.

그중 대표적인 이론으로는 중국 국민정체성을 강조한 ‘100% 조선족’, 디아스포라 성격을 강조한 ‘이중정체성’, 이중문화성격을 반영한 ‘변연문화론’, ‘사과배론’, ‘며느리론’, ‘입양아설’, ‘100% 중국인’ 등이다.

이런 이론들은 각각 다른 시각으로 중국조선족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하지만 대부분 중국에 있는 중국조선족의 정체성에 대해 논한 것이다. 그렇지만 40만 재한동포시대 특히 반한감정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놓인 재한중국동포들의 정체성 확립은 그 어느때보다 시급하다.

재한중국동포는 모국인 한국에서 한국인 동화지향의 ‘소수자 정체성’이 강화될 수도 있고, 한민족을 떠나 중국의 국민정체성에 동화될 수도 있어 여러변수를 가지고 있지만 반한감정이 도사리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차별과 멸시를 받고 있는 재한중국동포들은 한민족인 한국인 동화지향의 ‘소수자 정체성’ 대신 한민족을 떠나 중국의 국민정체성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구로, 가리봉, 대림 등은 재한중국동포 집거지로 많은 단체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런 단체들은 ‘재외동포비자 전면 시행 촉진’을 위한 서명운동, ‘동포들의 자유왕래, 자유체류, 자유취업’을 위한 행진 등 재한중국동포들의 이익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다.

지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혼자가 아니라 단결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정체성 확립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재한중국동포들의 각종 노력으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모국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요즘 들어 재외동포(F-4)비자발급 완화, 영주권(F-5)부여 확대, 불법체류자 합법화, 영주권자 지방참정권 부여 등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어 중국동포들에게 일정한 위로감을 준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정책들은 여전히 중국동포를 실망시킨다. 동포를 배제한 ‘다문화사회’ 논의와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 대상의 다문화정책으로 재한중국동포를 ‘동포’도 ‘외국인’에도 속하지 않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의 질에도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달에 발표한 ‘2011년도 외국인정책 시행계획’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다문화, 외국인에게는 예산을 1,747억원이나 배정한 반면 재외동포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은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바로 정부의 이런 정책과 태도가 재한중국동포들이 ‘설 대신 춘절’을 쇠게 만들고, 정체성에도 혼란을 초래하게 하는데 한 몫을 했다고 본다.

대한민국정부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중국동포들의 반한감정이 낳은 정체성 혼란이 국내 안정과 발전 심지어 한중, 남북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나아가서 재한중국동포들을 포용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재외동포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단지 외국인에게 선심을 쓰는 정도의 정책이 아니라 재한중국동포들이 한민족의 일원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인식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재한중국동포들의 자기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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