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직원 일그러진 관행 ‘고해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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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직원 일그러진 관행 ‘고해성사’
  • 한겨레
  • 승인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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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겨 레] 2003-12-19 (사회) 08면 06판 909자    
  
    
외교통상부 한 직원이 실명으로 내부통신망을 통해 일부 해외주재 공관장들의 부정부패와 도덕 불감증을 비판하고 나섰으나 외교통상부는 이를 과거의 잘못된 관행으로 치부하고 기초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18일 밝혀졌다.
이 직원은 지난달 15일 외교통상부 내부통신망 ‘나눔터’에 올린 글에서 “그동안 여러 과장·국장·대사·총영사 밑에서 일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심을 가져본 대상은 극소수였다”고 고백하고 △1박2일 출장을 2박3일로 끊어 차액을 챙기는 상사 △겸임국 신임장 제정을 위해 나갈 때 직원 이름을 함께 올려 출장비를 타고서는 직원 대신 딸을 동반하는 대사 등 비위 사례를 열거했다.
이 직원은 이어 “사적으로 친구들과 만나 저녁 먹고 술 한잔 하고는 법인카드 전표를 총무에게 내미는 상사들을 보며 나도 못할 게 있느냐며 작당하여 공금으로 밥을 먹었다”고 자책하고 “(해외공관장이) 관저에서 만찬을 하면서 사람수 몇 명 부풀려 챙긴 몇백달러가 얼마나 큰 보탬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이 직원은 또 “외교부 직원은 다른 부처 직원에 비해 해외근무라는 금전상의 메리트가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공직자 재산등록에서 외교부 고위 관리들이 상위에 랭크되는 것만 봐도 형편이 괜찮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이 직원의 고백이 구체적이지 않고 잘못된 관행을 지적한 것에 불과하다며 사실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조영재 기획관리실장은 “올 들어 업무혁신 차원에서 내부통신망을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이 글이 올라왔다”며 “문제의 글이 과거 사례 중심이고 기탄없는 토론을 장려한다는 차원에서 참고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이한 대처라는 비난이 일자 응분의 조처를 취하겠다고 자세를 바꿨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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