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공무원 내부고발 파장…외교부 뒤늦게 감사 / 친구와 술마시고 공금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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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공무원 내부고발 파장…외교부 뒤늦게 감사 / 친구와 술마시고 공금처리…
  • 국민일보
  • 승인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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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2003-12-19 (종합) 02면 05판 1089자    
  
    
외교부 한 행정 직원이 지난 10월 내부통신망에 일부 외교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조목조목 고발한 사실이 18일 뒤늦게 확인됐다. 그러나 외교부는 곧장 문제의 글을 삭제했으며,그 후 실명의 부정부패 고해성사가 잇따르고 반론과 격론이 이어졌지만 이런 글들에 대해 진위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타 부처에서는 “외교부가 과연 개혁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이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직원은 “여러 과장 국장 대사 총영사 밑에서 일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가져본 대상이 극소수였다는 점에서 슬픔을 느낀다”로 글을 시작했다. 이 직원은 “사적으로 친구들과 만나 저녁 먹고 술 한 잔 하고는 법인카드 전표를 총무에게 내미는 상사들,부하 직원들도 ‘당신이 하는데 우리는 못할 게 있느냐’고 작당해 공금으로 밥을 먹는다. 나도 같이 더러워졌다”고 자책했다.
그는 ‘1박2일 출장 예정인데 2박3일로 출장비 끊어가서는 차액을 챙기는 상사’ ‘출장계획서에 직원 이름을 올려 출장비를 타서는 사랑하는 딸을 동반하는 대사’ 등의 사례를 열거한 뒤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 면종복배하지만 속에서는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아실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외교부 직원은 해외 근무라는 메리트가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데 관저에서 만찬을 하면서 사람 수 몇 명 부풀려 챙긴 몇 백달러가 얼마나 큰 보탬이 되는가”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이 직원은 “고급 음식점에서 직원들을 외국인으로 둔갑시켜 기름진 음식을 대접하는 상사보다 우동이나마 자기 주머니에서 낸 돈으로 먹으며 직원들과 담소하는 향기 나는 상사를 뵙고 싶다”며 “개혁이니 위상정립이니 하는 구호들이 공허하게만 들린다”고 허탈해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글에 적시된 부정부패가 본인이 경험한 것인지 누구한테 들은 것인지 불분명하고,특정 사례를 적시한 것이 아니어서 조사하지 않았다”면서 “내부토론방은 고쳐야 할 것을 기탄 없이 올려달라는 취지인 만큼 감사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관장 적격심사는 영어실력 테스트뿐만 아니라 도덕성과 지도력,업무 실적을 아울러 평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내부 혁신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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