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통해 아픔 달랠 수 있었죠”
상태바
“봉사활동 통해 아픔 달랠 수 있었죠”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1.01.06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학선 선라이즈 커뮤니티 클리닉 원장

“슬픔을 이기기 위해서 마라톤을 선택했어요. 새벽 4시부터 2시간씩 20마일을 달리곤 한답니다.”
싱글 맘, 오갈 곳 없는 노인, 불법체류자 청년 등 가난하고 소외된 동포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있다.

무료로 의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학선 선라이즈 커뮤니티 클리닉(Sunrise Community Clinc) 원장이 주인공.

“남들을 위한 일이라고 자랑할 수 없어요. 제가 위안을 받으니까요. 가진 전부라며 꼬깃꼬깃 꺼낸 지폐를 건네는 동포들을 보며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형편이 여의치 않아 진료소까지 한 시간을 걸어온 할머니를 보면서 안타까웠죠.”

LA 한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그를 5일, 광화문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의 인생 이야기는 한때 남부럽지 않게 잘나갔던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는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나왔고, 미국 명문 남가주대학을 졸업했으니 소위 엘리트였다.

미국도 치과의사가 괜찮은 직업이었고, 돈 걱정 한번 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생활이었다.

“지금은요? 일주일에 2일은 봉사의료로 나머지 5일은 두 개의 개인병원에서 일할 정도로 여유가 없어요. 휴식이라는 것을 잊은 지 한참됐지요.”

그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10년 전. 청천벽력같이 아내가 뇌수술을 받은 이후다.

아내의 마비증상은 여러 차례 계속됐고, 수술도 거듭됐다. 예상치 못한 인생이 펼쳐졌다. 지금도 아내는 서울 한 병원에서 간병인의 도움으로 요양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지 몰랐어요. 모든 게 갑작스러웠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지역 멕시칸 노동자들을 위해 무료진료를 하게 됐는데, 오히려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됐어요.”

그는 보다 많은 동포들을 도와주기 위해 지난해 LA 한국교육원에 위치한 1,500스퀘어 크기의 병원을 마련했다. 오렌지카운티에도 무료진료 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1억이 넘는 자신의 돈을 들였다.

“‘선라이즈’에는 치과 외에도 내과, 한방, 카이로프락틱, 산부인과 등 10개의 진료 과목이 있어요. 뜻이 있는 지역 의사들이 봉사를 위해 함께 뭉쳤어요.”

치과 치료에 있어서는 수술비까지 무료라고 했다. 다른 분야도 진료비가 무료이고, 수술도 30%가량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

“한 달 보름 뒤에야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스케줄이 꽉 차 있어요.”

그가 치료한 환자들이 4,000여 명이 넘는다고 했다. 알음알음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선라이즈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공로가 인정돼 그는 지난해 세계한인의 날에 우리 정부로부터 동백장을 수상했다.

“남들이 모두 한다지만 지금도 골프는 시간을 뺏겨 싫어요.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마라톤이 10년 째 유일한 취미이지요. 42.195를 달리는 ‘LA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한답니다. 봉사활동도 마라톤처럼 포기하기 않을 거예요.”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