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만찬에는 통일 비빔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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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만찬에는 통일 비빔밥을
  • 월간아리랑
  • 승인 2002.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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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자(59) 씨는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민족이니 조국이니 하는 개념을  머리 속에 두지 못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며  자식들이 일본에 필요한 인재가 되기를 바랐기에 어릴 적부터 일본학교만 다니고 일본어만 사용했다. 차별을 말하기 전에 먼저 실력을 키우자는 것이 그녀의 아버지의  소신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본인이나 다름없이 키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김덕자 씨에게 한국요리와의 만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한국 요리의 스승이자 그녀의 시어머니 신소남 씨는 재일 1세로  궁중요리의 대가였다. 그녀는 시어머니에게서 살림부터 요리까지 매섭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녀의 말대로  “맛있는 요리를 먹는 역할이 딸이라면, 며느리는 눈으로 미각을 익히며 솜씨를 물려받는다”고 했다. 시어머니 신소남 씨가 전라도 출신이고, 김덕자 씨가 경상도 출신이어서 더욱 절묘한 한국 요리가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 뒤 각종 사회 단체의 일원으로 조금씩 사회에 눈을 떠 갔다「재일」이라는 자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도 무슨 모임의  준비위원이나 발기인의 이름을 훑어보면 그녀의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를 소개하는 잡지나 신문을 보면 편집진의 의도에 따라 그녀는 조선 요리 연구가로 명명되기도 하고, 한국요리 연구가라고 표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한국도 조선도 아닌 통일 조국의 'KOREA 요리연구가'로 남고 싶다. 잡지 「이어」에 1년간  한국 요리를 연재했고, 현재 「야키니쿠 천국」에 한국 요리 코너에서도 연재 중이다. 그 밖에도 「고우토우구 아카데미  스쿨」,「동경도 남성  요리교실」,「코리엔는 요리교실」,「만남요리교실」, 「동경 전력 IH쿠킹」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매달 셋째 토요일은 시부야 한복판에 자리잡은‘날개’에 스무 명 남짓 모여든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한국 요리 강습 수강생들이다. 벌써 20년째 이 강습회는 계속되고 있다. 어느 요리교실보다 애착이 강한 모임이다.
  음식은 누구나 늘 집에서 해오던 터라 개성대로 만들려고 한다고 한다. 그래서 칼을 잡는 법부터 양념장 만드는 법까지 차근차근 지도한다. 그리고 가급적  집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메뉴를 짠다.
  한국의 요리를 설명하려면 양념갈비, 소갈비를 구워가

며 가위로 자르고, 찌개 한가지를 보더라도 식탁 한가운데서 서로 숟가락으로 푹푹 떠먹여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 한국 음식을 잘 만드는 법도 함께 어떻게 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것도 김덕자 씨의 역할이다. 요리책에 보면 맨  마지막에 '적당히'라는 표현이  들어있다고 지적했더니 요리의 최종 맛은 먹는 사람이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적당한 맛을 내어 소금을 가감하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리를 하는 여자들은 많지만 실제로 일류 요리사는 남자라는 지적에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생선 같은 날 것은 확실히 남자 요리사가 적합해요. 생선은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거든요. 그런데 동양 특히 한국은 예전부터 주방은 여자들의 몫이었죠.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맛 방긋하듯이요.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에는 애교, 웃는 얼굴이 최고 아닌가요?"

그녀의 요리의 기본은 재료 그대로의 자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요리의 맛을 내는 것이 진정한 프로다. 여러나라를 여행하고, 각 나라의 음식을 다 먹어보아도 이탈리아 음식과 한국 요리가 가장 계절감 있는 요리라고  한다. 식재료도 거의 같고 정열적인 면도 닮았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지난해는 두 번씩이나 요리교실 수강생들과 함께 한국에 가서 황혜성 선생으로부터  궁중요리를 사사했다. 그리고 황혜성 씨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만찬을 차린 것을 들으며 남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국의 궁중요리의 대명사인 황혜성 씨도 그녀의 시어머니인 신소남 씨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새삼 자신이 이  길로 들어선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북일회담 여파로 수강생의 영향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녀는 문화의 좋은 점이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정치니 경제를 떠나 문화는 함께 어우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현재 한국 요리 전문식당 ‘날개’의 대표다. 날개의  식당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하고 깔끔한 이미지로 손님을 모시고 대접하고 싶은 곳이다.  이곳의 고기는 육질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김덕자 씨가 연출한 ‘유자맛 무쌈’도 일품이다. 날개의 차림표를 보면  김치 하나 젓갈 하나에서 먹음직하게 담겨져 있다. 최근에는 그녀의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강하면서 따뜻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회에 통용될 수 있는 재일(在日)이어야 한다는 그녀의 소신이 그녀의 4자녀들도 각각  아들 둘이 소니에 입사하고, 딸들은 스튜어디스, 성악가로 키워냈는지 모른다.

  한국 요리에 빠질 수 없는 고추. 사실 고추가 임진왜란 때  조선에 건너간 4대 물건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고추를 세계에서  가장 잘 이용하는 민족이 한국인이다. 일본에서 건너간 고추이지만 한국에서가 더욱 빛을 발한 고추. 그 고추를 잘 이용하는 한국요리를 일본에 알리는 것 그것이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인 김덕자 씨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고추가 한국의 뜨거운 태양아래서 더욱 맵고 단맛이 풍부한 맛이 나는 것처럼, 이곳에서 한국요리의 전성기를 꽃피우고 싶은 것이 그녀의 마음이다.

  그녀의 새해 소망은 지금까지 그녀의  연구의 결과를 책으로 출간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만일 통일조국의 만찬회를 준비한다면 어떤  요리를 메인으로 할 것인가를  물었다. 그녀는 웃으며‘통일비빔밥’이라고 말했다. 우리 민족의 기쁨과 희망을 담뿍 담아서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도록.

이미정 2002-12-24 (131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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