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영화 ‘황해’가 그리는 ‘조선족’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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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영화 ‘황해’가 그리는 ‘조선족’ 문제 있다
  • 김미란 기자
  • 승인 2011.01.0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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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초기부터 조선족 동포의 범죄를 다룬 영화로 화제를 모았던 나홍진 감독, 하정우‧김윤석 주연의 ‘황해’가 연일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수많은 언론들은 “‘황해’가 ‘추격자’를 추월했다”, “하정우, 김윤석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관객수 100만명 돌파, 200만명 접근’ 등등의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황해'는 영화의 완성도면이나 하정우, 김윤석 등 출연자의 연기면에서 나무랄 데가 많지 않다. 영화의 액션이나 박진감은 관객들로 하여금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했고, 하정우, 김윤석의 조선족동포 역할은 소름끼칠 정도로 비슷하다.

하지만 ‘황해’를 바라보는 한 부류의 사람들은 불편하다. ‘황해’가 병든 세상, 미쳐 날뛰는 인간 군상을 영상으로 형상화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기 때문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황해’가 조선족 동포를 철저하게 타자화하고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황해’는 범죄, 외도, 가난 등으로 조선족 동포를 다루고 있다. 영화 속에서 조선족 동포들은 돈을 위해서는 범죄도 서슴치 않는 폭력적 존재로, 한국사회의 밑바닥 저임금 노동력으로 묘사된다. 특히 조선족은 돈을 위해서는 뭐든 하는 사람들로 묘사돼 조선족=범죄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도록 유도한다.

‘황해’에서 조선족 택시기사인 ‘구남’은 빚을 갚기 위해 청부살인을 선택하고 죽은 자의 손가락을 끊는다. 또한 조선족 브로커인 ‘면가’는 칼 대신 도끼로 사람을 죽이고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대가리는 남겨두고 나머지는 개를 줘라’라는 말을 한다.

영화 속에는 이런 폭력적이고 피비린내 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중심에는 항상 조선족동포가 있다. 더욱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나홍진 감독이 “영화‘황해’ 속에 나오는 조선족의 범죄는 모두 실화”라고 매스컴에 전한 것이다.

또한 ‘황해’는 조선족을 비극적인 삶을 사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영화 속에서 구남의 아내는 코리안 드림을 위해 많은 빚을 지고 한국에 가고, 구남과 남은 가족들은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며, 빚을 재촉당하면서 어려운 삶을 이어간다. 구남의 아내는 한국에서 비좁고 지저분한 다세대주택에서 힘들게 생활하다 끝내는 살해당한다. 구남 역시 죽음으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영화는 이런 설정으로 조선족을 돈을 벌기 위해 황해를 건너는 사람, 돈으로 인해 생이별해야 하는 사람, 돈을 위해 뭐든 하는 사람, 한국사회의 변두리에서 힘겹게 생활하는 사람들로 그려낸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이 실제 조선족들의 삶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힘들게 사는 조선족들도 많지만 코리안 드림으로 인생 역전을 한 사람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는 한중무역으로 부자가 된 사람, 중국인 관련 식품, 음식점, 여행사 등 자영업으로 성공한 사람, 언어적, 문화적인 장점을 발휘해 많은 영역에서 엘리트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 한국에서 번 돈으로 중국에서 당당한 삶을 사는 사람 등등...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영화 ‘황해’를 보면 조선족은 가난하고 무식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폭력적이고 비극적으로 보여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감독이 조선족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고 비하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나홍진 감독은 ‘황해’ 시사회에서 중국 조선족 비하논란에 대해 “다소 과격하게 비쳐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이 영화의 본질은 조선족에 대한 애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많은 조선족 동포들은 그의 말에 동감하지 못한다. 한 조선족 네티즌은 “이 영화의 의도가 뭔지 잘 모르겠다. 영화의 영향으로 조선족을 어떤 시야로 보게 될까? 이 영화는 조선족 이미지를 저하시키면 시켰지 플러스 효과는 전혀 없다, 조선족을 도구로 함부로 사용해도 되는지? 공포의 대상에다 돈밖에 모르는 집단이 되겠군요”라면서 우려를 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물론 이런 범죄 사건들이 실제로 있었겠지만 그것은 극소수의 사례이다. 이런 범죄영화 대신 조선족들이 임금체불, 노동력 착취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현상들을 다뤘으면 더욱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았을 것 같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외에도 한 영화평론가는 “‘황해’ 이후 자칫하면 조선족 사회는 한국사회를 위협하는 잠재적인 범죄자 집단으로 비춰질 것이다. 마치 이탈리아계 미국인 사회가 미국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마피아 소굴로 비춰졌던 것처럼”이라고 평했다.

김윤석은 시사회에서 “아마 ‘황해’를 보고 나면 주위에서 마주치는 조선족을 다시 쳐다보게 될 것”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과연 그의 말처럼 영화 ‘황해’를 본 후 주위에서 마주치는 조선족 동포를 애정 어린 눈으로 보게 될지, 아니면 공포의 눈으로 보게 될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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