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아리랑 ‘집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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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아리랑 ‘집대성’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01.0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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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한인아리랑연구’ 발간

구한말 이후 일본으로 흘러들어간 한인들이 있었다. 일자리를 찾아 스스로 떠났던 이들도 당시의 현실 때문이 아니라 말하기 어렵고, 징용이나 연행돼 끌려간 이들도 적지 않았다.

조국은 해방됐지만 그들은 조국의 땅을 밟지 못했다. 남의 땅에서 살았던 세월은 굽이굽이 곡절도 많았다. 밖으로는 서릿발처럼 날카로운 차별이, 안으로는 민족끼리 흘기고 등돌리는 분단이 아로새겨졌다. 참으로 혹독했던 세월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아픔을 노래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들이 또 하나의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었다.”

최근 재일동포의 아리랑 역사를 집대성해 ‘일본 한인 아리랑 연구’로 펴낸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 소장의 설명이다.

‘일본 한인 아리랑 연구’는 1998년부터 최근까지 관동/서 지방은 물론 대마도까지 직접 발로 밟으며 재일동포 아리랑의 역사를 채록하고 조사한 결과다. 아리랑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재일동포의 이주와 정착의 역사까지 살펴진다.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화보, 채록 자료는 물론 문헌자료도 부록으로 실려 있다. 직접 조사에 나선 진용선 소장은 “그 동안 일본 아리랑 연구의 대부분은 일본 학자들에 의해 주로 수용의 측면에서 논의됐으나 이 책은 전승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된 아리랑은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로 일본인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한인 아리랑 연구’는 한-일 양국의 주요도서관 및 고음반 매장 등에서 발굴한 과거 아리랑의 가사들을 수록해 당대의 역사적 사실성을 더하고 있다.

1930년 일본에서 처음 나온 금색가면의 아리랑을 비롯해 채규엽(하세가와 이치로), 이난영(오카난코) 등의 아리랑 가사를 만날 수 있다. 이후 1960년대 패티김을 시작으로 김치캣 등의 자료들도 이채롭다.

정선아리랑문화재단 최승준 이사장은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민요와 유행가로 전해졌거나 강제이주와 강제징용으로 고향을 떠난 우리 동포들의 지난한 삶이 배어 있는 아리랑”이라며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아리랑을 통한 관련 분야의 연구와 교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선아리랑연구소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국과 일본, 러시아, 중앙아시아, 하와이 등 구한말 이후 우리 민족이 이주한 지역을 좇아 아리랑의 트랜스내셔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는 2008년부터 ‘중국 조선족 아리랑 연구’ ‘러시아 고려인 아리랑 연구’를 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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