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권병하 월드옥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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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권병하 월드옥타 회장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0.12.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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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사회 뛰어넘어 세계속에서 거듭나는 조직 만들겠다”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온 국민이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했던 지난 27일. 광화문을 찾은 신임 권병하 옥타회장의 머릿속 화두는 ‘민족’에 맞춰져 있는 듯 했다. 이형모 본지 회장과의 대담에서 그는 “옥타 차세대사업이 옥타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세대사업이 우리민족의 지경을 넓히기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 그는 설명했다. 조롱제 상근부회장과 윤조셉 국제통상전략연구원장이 배석한 자리에서 이 회장은 “청년 일자리 창출은 생존을 넘어 인간의 자긍심 문제”라면서 “옥타가 국내청년들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편집자주>

이형모 회장(이하 이): 최근 옥타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동포경제단체로 부상했다. 해외 동포사회는 물론 국내에서도 권 회장의 비전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다. 과연 취임 1달을 맞은 권 회장이 옥타를 이끌 ‘테마’는 무엇인가.

권병하 회장(이하 권): 우선 나는 이루지 못할 것을 허황되게 부풀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가능한 범위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워서 하나씩 일구는 사람이다. 지금 동포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양적 발전에 있지 않다. 질적 성장부분에 있다. 그동안 1세대 동포들은 조국에 대한 열정과 애국심만 가지고 달려왔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했다. 옥타도 100여개의 지회가 있는 거대한 단체가 됐지만 조직 체계가 아직 미흡하고 균형 잡히지 못했다. 내가 지향하는 옥타의 테마는 질적 발전에 있다.

이: 권 회장의 말은 글로벌사업을 펼치는 삼성이 근실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외적성장과 내실화는 배치되는 단어일 수 있다.

▲ 권병하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World-OKTA) 회장
: 내실화는 성장과 상충되는 단어가 아니다. 글로벌화를 위해서 내실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옥타는 30년의 역사를 경험했다. 그러나 동포사회 내에서의 옥타였다. 어떻게 옥타가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해 엄청난 의문을 가져야한다. 1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옥타의 원동력을 다시 찾아야한다.

: 칭기즈칸이 분열된 몽고를 통합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시선을 세계로 돌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년 30주년 기념행사는 옥타를 더욱 단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권: 몽고의 초원은 드넓지만 칭기즈칸이 그것에 안주했다면 세계로의 몽고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옥타대회를 한 번도 중단 없이 지난 30년 동안 진행해온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내년대회는 초창기부터 옥타를 이끌었던 선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또한 회원들이 새로운 도약을 꿈꿀 수 있도록 기폭제를 만들어야한다. 글로벌 한민족 750만명이 해외에서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옥타가 깃발을 더욱 높이 들어야 한다.

이: 글로벌 옥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이를 위해 차세대 회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한다. 지금 7,500여명의 차세대들이 준회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회원으로 흡수할 수 있을까’, ‘어떤 적응과정을 거쳐 옥타 정회원으로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방향설정이 마련돼야 한다.

△차세대사업은 옥타가 아니라 민족의 지경을 넓히는 사업

권: 차세대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옥타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차세대사업은 옥타를 위한 것이 아니다. 한민족의 지경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세계 각국은 민간 외교관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일본이 동경, 게이오 대학생 등을 1년 코스로 말레이시아에 장학생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이 사회지도자가 됐을 때 미리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평통이나 한인회 행사에 가면 현지 친한인사들을 10명씩 제출하라고 야단이다. 먼저 차세대 동포들이 우리나라를 외면하는 현실을 왜 직시하지 못하는가. 차세대를 끌어안으면 해외 친한 인사들을 몇 배로 쉽게 늘일 수 있다.

이: 차세대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서 해외 동포 자녀들이 국내 대기업에서 일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다. 모국을 경험시키고 국내와의 네트워크도 다질 수 있다. 동질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소통의 창구가 넓어질 것이다. 국내와의 사업 기회도 커질 것이다.

권: 동시에 옥타는 국내 청년들이 해외로 진출해 한인사회와 네트워크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청년들의 일자리 돕기를 위해 해외 옥타 지사와 연결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대학생 60여명을 해외 옥타 지부로 보냈다. 내년에 이를 1,000명으로 확대하겠다. 장기적으로는 1만명을 보낼 수 있는 사업이다. 국내 대학생들이 동포경제인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듣는 것이다. 하루 일과는 어떻고 수출송장은 어떻게 쓰는지 등을 알게 하는 해외 취업연수는 엄청난 인재수련기회이다.

이: 옥타가 차세대 문제를 심도 있게 보는 반면, 우리정부의 예산지원은 부족해 보인다. 발상의 전환이 정치권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차세대사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권: 국내 정치인들이 차세대사업의 진면목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만났는데 ‘이렇게 좋은 사업이 있었냐’며 깜짝 놀라더라. 대통령, 국회의원도 차세대동포 사업이 우리단체를 위해서 하는 일인 줄 아는 것 같다. 이 사업은 국책사업이 돼야 한다. 저출산이 심각한 국가적 문제가 아닌가. 복수국적제도 실시하고 외국인에게도 보다 많이 국적을 주려면서 왜 동포 차세대들을 끌어안지 않는가. 정부의 어느 부처도 차세대 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하지 않는다. 인류학자, 과학자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가브랜드 위원회 등 정부기관이 추진해야 하는 일이다.

▲ 재외동포신문 이형모 회장
이: 청년실업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에는 과학의 발달로 지구촌의 1/5의 노동으로 전 인류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생산력은 발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과학은 일자리 감소라는 재앙을 불렀다. 역설적으로 21세기에 양극화시대를 초래하게 만드는 게 과학이라는 것이다. 기득권자들을 위한 일자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일자리는 사람들의 존엄성 유지와 관련된 문제다.

권: 전적으로 동의한다. 때문에 차세대사업도 일자리창출과 연관 지어서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왜 옥타는 항상 차세대에만 관심을 갖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이처럼 차세대 사업은 우리민족을 위한 것이다. 그것은 우리 선배들과 미래의 옥타가 함께 하는 사업인 것이다.

이: 차세대사업은 권 회장이 30년 동안 말레이시아에서 하는 부스덕트(전기제품 파워 디스트리뷰션) 제조 사업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항상 한 분야에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지 않은가.

권: 어떤 사람은 왜 다른 연관 사업을 시도하지 않느냐며 독일 최대의 전기·전자기기 제조회사인 지멘스 가전기기 등의 사업을 권유한다. 한 분야에서 목표를 갖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소신이다. 옥타도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사업을 해야 한다. 회장으로 당선됐다고 하루아침에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자기업적으로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질적 성장 이상으로 성과라는 부분도 중요하지 않은가. 특히 옥타대회는 뚜렷한 결과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옥타의 성공과 실패는 무엇으로 판가름할 수 있나.

△경제인위원회 설립하고, 대표자대회 상담회 분리운영

권: 단언컨대 옥타대회의 상담 실적을 가지고 대회의 성공과 실패를 말할 수 없다. 한상대회도 성과를 논하다보니 지금 엄청난 버블이 생긴 것이다. 옥타대회는 회원들이 네트워킹하는 것만으로 가치가 크다. 많은 경제인들이 모이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훌륭한 경제인들이 모이는 것도 성공으로 볼 수 있다. 내년부터 ‘월드옥타 경제인위원회’를 만들려고 한다. 수출상담회와 함께 했던 대표자대회는 따로 열 계획이다. 세계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동포 기업인들이 더 많이 참여하도록 대회를 준비하겠다.

이: 중국동포들의 참여가 획기적으로 늘고 있다. 옥타의 성장세를 말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적인 안배와 균형의 문제가 새로운 고민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권: 중국동포들의 증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조직의 힘과 능력은 회원에 비례한다. 회원이 적은 조직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62개국 113개 지회는 옥타의 가장 큰 자산이다. 중국 회원들에게도 옥타는 좋은 창구가 된다. 중국동포들이 자본의 일부를 한국에 갖다 두면 사업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중국동포들의 잦은 왕래는 중국, 한국 양국에게도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 하지만 다른 국가 대륙 회원들에게 중국동포 회원들의 급증은 일정부분 위기감을 부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권: 그렇기 때문에 질적인 성장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장기 출입비자를 얻도록 도우면서 옥타가 조선족 동포 회원을 확대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의 확대와 더불어 질적인 수준을 동시에 높여가야 한다. 결코 조선족 동포들을 위축시키는 방향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이: 권 회장을 비롯해 신임 이사장 그리고 집행위원 등이 아시아 쪽으로 편중됐다. 일본 미국 등 회원들이 섭섭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역적 배려에 대한 고민은 없는가.

△중국동포 회원증가 바람직하나, 지역 균형 위해 노력할 터

권: 지역 균형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한 말씀 드리겠다. 21세기가 아시아의 세기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세계사의 흐름이다. 옥타 역시 시대의 변천에 따라 흘러간다. 누구나 알듯이 옥타의 종가는 일본과 미국 동포들이다. 그런데 잘살지 못하는 4촌 동생이 공부하고 구두닦이해서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벌고 성공했다면, 함께 축하해줄 일이다. 냉혹하게 들릴지 몰라도 종갓집인 미국 일본도 한 번쯤 위기의식을 느낄 필요가 있다.

이: 미국이 지금의 슈퍼파워를 갖는 데는 200년 역사에 감춰진 숨은 인권과 자유 등에 대한 노력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옥타도 마찬가지로 30년의 세월을 통해서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본다. 지도자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권: 이제 기업경영자를 CEO가 아니라 CVO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이 있다. 즉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진정한 지도자라는 뜻이다. 옥타가 동포사회라는 울타리를 뛰어넘는 것, 옥타 회원들이 세계 속에서 거듭나는 것, 이것이 옥타 회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나의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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