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포럼]“환율 불균형 문제 미 중 시각차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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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포럼]“환율 불균형 문제 미 중 시각차 크다”
  • 강성봉 기자
  • 승인 2010.11.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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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진 서강대 정외과 교수
이글은 지난 5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서강대 류석진 교수가 ‘자본주의 질서의 궤적’이란 주제로 행한 145번째 희망포럼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류석진 교수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시 한국은 무역을 위한 안정적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대폭적으로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거시경제정책 권한을 IMF에 위임했다. 이와 달리 말레이시아는 자본시장을 통제하면서 거시경제정책의 자율성을 유지했다. 말레이시아는 석유 등의 원자재 수출을 통해 외환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이 가능했다.

지금의 통화전쟁은 자본의 유동성이 주어진 상황에서 거시경제정책의 자율성을 어느 수준에서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와 환율의 안정적 유지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대표적인 통화전쟁은 1930년대에 벌어진 평가절하 경쟁이다. 1929년 대공황 발발 이후 미국은 자국 산업보호와 실업해소라는 근시안적인 차원에서 1930년 최악의 보호입법인 Smoot-Hawley Act를 통해 관세율을 평균 63% 인상했다. 이 조치는 무역상대국들의 대응을 불러 일으켜 관세전쟁이 벌어졌다. 그 결과 1931년도의 세계무역 총량은 1928년 수준의 1/3로 격감했다.

두 번째 사례는 1985년에 시작된 플라자합의(Plaza Accord)이다. 1982년 의회로부터의 점증하는 보호주의 압력에 시달리던 레이건 행정부는 공화당의 강령인 자유무역 원칙을 포기할 수 없어서 일본과 비공식협상을 통해 수출자율규제(Voluntary Quota Restraint)라는 출구를 찾게 된다.

이에 일본은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대미수출을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무역왜곡을 낳았고 기대했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환율 조정을 통해 무역수지 개선과 국내산업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다.

그 결과 나온 조치가 플라자 합의이다. 플라자 합의는 G-7 국가의 중앙은행이 인위적인 외환시장개입을 통해 non-US currency(타겟은 엔과 마르크였지만 핵심 타겟은 엔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1985년 9월, 1달러에 260엔이던 것이 1987년에는 120엔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후 일본은 엔화의 국제화(ODA 증대), 내부구조조정, 그리고 생산기지의 해외(주로 동남아) 이전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 일본사회 내부에서는 부동산 버블이 폭발적으로 축적되는 계기가 됐고, 이는 연이은 헤이세이 불황의 시발점이 됐다. 이것이 일본자본의 미국부동산 매입 등으로 이어지고 미국내 반일본정서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일본이 플라자합의에 응했던 이유는 냉전체제 하에서 동맹의 유지라는 안보적인 이유와 일본 내부에 외무성(미일동맹파)과 재무성(globalist)의 연합이 상무성(nationalist)을 압도하는 관료정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플라자 합의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 중국에게 이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정책 서클 내에서도 이 전략이 검토됐으나, 중국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 까닭은 첫째 플라자 합의 시 일본 내부에 존재하였던 동조세력이 중국 내부에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고, 둘째 중국은 1985년 플라자가 일본에 끼친 부정적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어 교훈을 도출했을 것으로 사료되기 때문이다.

통화전쟁에 임하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은 서로 다르다.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지구적 불균형(Global Imbalance)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미중의 시각차는 매우 크다.

중국은 미국의 방만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파악한다. 따라서 미국의 국내 구조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2008년도 위기 이후 미국의 금융체제 복구를 위하여 발행된 수조달러가 미국통화의 약세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중국의 인위적 개입을 통한 환율조정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급격한 절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미국 내 정책 어젠다의 추이를 보면 이러한 어젠다가 정치적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우선 경제학적 분석조차도 위안화 환율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합의되지 않고 있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정책 우선순위는 미국의 방만한 금융감독체계와 금융의 탐욕스러운 행동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인식 아래 월가의 개혁에 있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월가개혁이라는 정책 우선순위가 위안화 환율로 전이됐다.

중국의 환율에 대한 입장은 이른바 “환율 형성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다. 중국은 실질적인 변동환율제로의 안정적 이행을 위해서는 국내경제에 있어 다양한 사전 정비작업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환율제도의 개혁을 위해 △상업은행의 개혁, △자본투자에 대한 통제 완화, △자본시장 대외개방의 안정적 추진, △일반인 환전수속의 단순화, △외국금융기관에 대한 진입장벽의 완화, △외환거래 금융시장의 다양화 등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충격적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중국 국내 시장의 준비를 착실히 갖추는 방향으로 매우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환율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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