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족네트워크를 활용해 도시공동체를 건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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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족네트워크를 활용해 도시공동체를 건설하자
  • 정신철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 승인 2010.11.2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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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조선족사회는 급속한 인구이동으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문제들은 민족의 생존과도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이에 우리는 깊은 성찰을 하고 해결대책마련에 힘을 기울려야 한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도시화과정은 인구이동을 추진하였으며 이 가운데 조선족인구이동은 중국 각 민족 가운데 앞장에 섰다.

조선족인구이동의 급속화는 동북지역의 민족집거지의 약화를 초래하였으며 그 결과는 조선족농촌마을의 황폐화이었고 동북지역 집거지 조선족인구의 대량감소였다.

특히 중국 소수민족의 하나인 조선족으로 민족집거지역을 떠나 원래 조선족이 없거나 드문 산해관 이남 도시지역에 진출하는 것은 민족인구의 초분산화를 의미한다.

현재 도시에 진출한 조선족사회의 양상을 보면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안착되었지만 민족적으로 보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작게는 민족성원들의 활동장소로부터 크게는 민족문화전승, 민족교육 전개 등에까지 이어지는 문제들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지금의 경향을 볼 때 중앙정부와 현지 도시정부에서 새로운 정책과 조치를 내놓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민족사회가 가만히 있어도 안 된다.

여기서 대두되는 것이 바로 민족의 도시공동체 구상이다. 민족은 일정한 공동특징을 소유한 인간집단으로 민족의 공동특징은 기타 민족과 구별하는 계선이고 민족내부응집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민족의 공동특징을 유지하는 데는 집단적인 공동체생활이 필요하다.

과거 대부분 조선족은 향촌단위로 상대적인 공동체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민족교육장소를 마련할 수 있었고 민족문화전승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 상황과 완전히 다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것인 즉 조선족인구의 대량적인 도시진출에 따른 일련의 문제노출이다. 민족인구가 분산거주하고 민족학교가 없으며 민족문화시설이 없는 산해관 이남 지역도시의 실정은 민족공동체생활과 민족정체성유지에 있어서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도시진출은 매 개인의 경제생활에 있어서 상대적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민족인구의 분산을 재촉하였다. 한족인구가 대다수인 중국에서 원래 인구수가 많지 않은 소수민족성원으로 집거지역을 떠나 도시에 진출한다는 것은 민족인구의 거주분산을 의미하고 민족동화를 가속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민족성원으로 그 민족정체성을 유지하려면 도시에서도 반드시 민족공동체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야 한다.

도시에서 민족공동체를 구성하려면 역시 민족인구의 상대적인 집거지역이 있어야 하고 민족교육장소가 있어야 하며 민족문화시설 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는 내적, 외적환경의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

사회적, 정책적 외적 환경을 제쳐놓고 민족자신의 내적 환경을 보더라도 민족성원들의 도시공동체구성에 대한 절박성과 정체성 유지에 대한 관심 및 노력 등이 비교적 결핍된 상황이다.

조선족은 도시화과정에 앞장서고 있다. 어떻게 보면 도시가 ‘농업민족’에서 ‘도시민족’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도시공동체구성이 우리에게 날로 절박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도시에서 민족공동체생활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민족의 상대적 집거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위하여 우리는 여론을 조성하고 함께 모여살 수 있는 여건 마련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민족적 네트워크일 것이다.

과학기술과 교통의 신속한 발달로 세계는 날로 작아지고 있지만 인구이동은 더욱 활발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조선족인구이동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인구이동에 의한 민족인구의 분산거주추세는 민족내부의 교류와 연대의 필요성을 확대시켰다. 그리고 교류와 연대에는 네트워크의 역할이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 따라서 네트워크는 현재 우리에게 아주 필요한 것이다. 특히 민족의 문화적 네트워크는 더욱 중요하다.

민족의 문화적 네트워크는 민족문화를 바탕으로 민족성원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체이다. 민족의 문화적 네트워크의 기초는 민족교육을 통한 민족역사의 전수, 민족언어문자의 유지발전, 민족전통문화의 전승 등이다.

민족의 문화적 네트워크를 통하여 민족성원들이 자신이 누구인가를 명확히 의식하고 민족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며 민족일체성과 민족정체성을 강화한다.

때문에 민족의 문화적 네트워크는 민족성원들의 교류와 연대를 더욱 추진하고 어디에서도 자아민족을 감각케 하고 민족성유지에 힘을 기울이게 한다. 이것은 민족의 생존과 발전과도 연관된다. 물론 도시의 민족공동체구성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민족은 중요한 전환기에 처해 있다. 전진하지 못하면 후퇴하기 마련이다. 민족성원들은 발전 앞에 놓인 어려움을 회피하지 말고 민족에 대한 애착과 신심을 가지고 힘을 합쳐 당면한 문제들을 착실히 해결해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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