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조남철 총장
상태바
[인터뷰]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조남철 총장
  • 강성봉 기자
  • 승인 2010.11.22 1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외동포, 다문화가정, 새터민 위한 교육할 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조남철 총장.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조남철 총장을 지난 15일 서울역 앞 옛 대우 빌딩인 서울스퀘어에서 만났다. 이곳 6층은 방송대가 건물 리모델링 관계로 임시로 마련한 거처라고 했다. 조남철 총장은 동북아평화연대 공동대표, 재외동포포럼 운영위원장, 본지 편집위원장 등 재외동포들을 위한 활동을 통해서 동포사회에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앞으로 4년 임기동안 방송대가 재외동포, 새터민, 다문화여성을 위한 교육을 확대하겠다”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방송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강조했다. “중국, CIS 사할린 동포들을 돕기 위해 우리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편집자주>

- 총장으로서 방송통신대학을 어떻게 이끌 계획인가?

우리 대학은 내년 3월에 설립 39주년을 맞이한다. 설립 당시부터 대학교육으로부터 멀어진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서 깃발을 올린 것이 방송대이다. 대학을 졸업한 중견시민들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나는 이러한 설립목표를 이어가고자 하는 한 사람일 뿐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살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사명 중 하나는 지금 대학교육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누구일까를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 새터민 그리고 우리사회가 그 동안 등한시했던 재외동포들이다. 이들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한국사회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갖도록 교육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 그동안 방송대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지금까지 방송대를 졸업한 학생이 무려 48만5,000명이나 된다. 만약 방송대가 없었다면 이 많은 사람들이 대학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을까. 학생들 중에는 일반 사립대 등록금을 내기 힘든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대학 등록금은 평균 35~40만원 수준으로 일반 대학과 비교할 수 없다. 졸업생 중에는 지금 사회 각계각층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사회가 그동안 이뤄온 역사나 역할에 비해 방송대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 대학교육이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방송대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최근 몇 년 방송대 입학을 분석했을 때 특이한 점은 2,3학년 편입생들의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편입이 아니라 처음부터 방송대를 입학, 졸업하는 비율은 10%밖에 안 된다. 학생들은 대학교육이라는 타이틀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지식을 공급받기를 갈망하고 있다.

편입생들이 늘고 있는 것은 재교육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으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이다. 세상이 너무나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 한번 배운 지식으로는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가기 어렵다. 세상이 지식사회로 변화되었고, 사람들이 변화한 세상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을 필요로 할 때 방송대가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있는가?

현재 새터민, 다문화가정들을 위한 예비대학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도부터 시험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재외동포 관련해서는 뉴욕 한인간호사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다음 학기부터 시행할 예정으로 신입생을 선발 중에 있다.

2년제 3년제 대학을 졸업한 한인 간호사들이 우리 대학에 편입, 졸업해 4년제 대학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미 뉴욕 총영사와 MOU를 맺었다. 경과를 봐서 LA 동포사회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 재외동포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중국, 러시아, 일본에서 희생된 동포들의 근대사를 공부하게 됐을 때였다. 만약 조선이 제대로 힘을 가졌다면, 우리 동포들이 해외로 쫓겨나다시피 떠날 이유가 있었겠는가. 제 백성을 지키지도 못했기 때문에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지로 떠난 것이다. 지금 우리가 발전된 나라에서 살고 있는 이유는 단지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해외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한 분들, 해외에서 모국을 도운 많은 동포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음에도 모국은 동포들에게 충분히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사회는 동포들에게 부채의식을 가져야 한다.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는 동포들에게는 인간적 연민을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간다면 제 백성을 지키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느끼고 이를 보상하기 위한 노력을 실행으로 옮겨야한다고 본다.

- 연변의 조선족 학생들에게 개인 사재를 털어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하진 않았다. 90년대 중국에 다녀왔을 때 교육환경이 열악한 조선족동포들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약 15년 정도 이일을 해오고 있다. 예전 개혁개방 때 농촌에 사는 많은 조선족동포들은 똑똑하지만 돈이 없어 대학에 못 가는 사람이 많았다. 이곳 사람들을 보고난 후 학비를 중학생 2,000위안, 고등학생 3,000위안 대학생 4,000위안씩 도와주고 있다.

내가 도움을 준 학생 30~40명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큰 기쁨을 준다. 교수가 된 학생, 사법시험에 통과한 학생, 좋은 대학에 취업한 학생 등 잘 자라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후원회와 함께 장백현조선족 중학교와 길림시 가까이 있는 반석중학교에도 매년 1,000달러씩 지원하고 있다. 길림시 도서관에 책보내기 운동도 하고 있다.

- 조선족동포들을 위해 가장 필요한 사업이 무엇으로 보는가?

중국 조선족 동포들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한국사회에 대한 오해나 불신이 많다. 무엇보다 이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한국을 믿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동포들을 위해 일회성 행사를 갖는 것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 장학사업은 계속할 생각인가?

그렇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총장 임기를 마친 뒤에는 소외받는 동포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들고 싶다. 내 인생의 후반부를 정리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 생각한다.

- 한국어교육에 관해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안다. 관련 교육 프로그램 개발계획은 있는지.

한국어교육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뜻이 좋아도 방송대 재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으로 한국어교육사업에 투자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다문화교육은 외교통상부, 법무부, 문화부 등과 협조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지만, 재외동포와 관련해서는 우리대학이 지원을 받기 어렵다.

때문에 정부보다는 개인이나 동포단체들과 협력할 생각이다. 예를 들어 샤토 소이치라는 일본에 귀화한 재일동포가 아시아 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뜻있는 동포들과 힘을 합쳐 일을 하고 싶다. 또한 방송통신대는 위성채널이 있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청할 수 있고, 관련해서 재외동포교육에도 일정부분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 다문화사회에 대한 관심도 높여야 한다.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한국어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해외에 살고 있는 동포 자녀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것처럼 한국에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어머니 나라 말도 가르쳐야 한다.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그들의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 사이버대학들이 많아지고 있다. 방송대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아닌가?

방송통신대학은 사이버 대학이 결코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교육과 전통적인 오프라인 교육방식을 결합한 곳이 방송대이다. 이것이 21세기형 교육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교육이 가진 한계를 보완한 앞서가는 교육방식이다. 오프라인 교육은 전국 13개 지역학습관과 33개 시·군학습관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교육,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

방송대와 같은 개념의 학교인 영국 Open University가 있다. 이곳에는 교수가 1,000명이 넘고, 튜터(개인지도자)도 8,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현대 방송대 교수는 150명밖에 안되고 튜터도 500명 정도이다. 중요한 것은 방송대가 교육에 있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설립됐고 이를 실현한 곳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국가가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취임한지 아직 두 달이 안됐지만 국회의원을 50명 가까이 찾아갔다. 국회의원들에게 이를 설명해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서였다. 재외동포, 다문화가정, 새터민 등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공익성을 위해 일하는 방송대 설립취지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가 교육적으로 외면받는 사람들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