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투표율 기록한 시드니에 무슨 일이?
상태바
12%투표율 기록한 시드니에 무슨 일이?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0.11.22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관위 파견 권오남씨, “워킹홀리데이 학생들 투표 너무 어렵다”
“이번에 실시된 모의선거는 문제점을 찾아내 이를 개선하고자 한 거죠. 투표율이 낮았다는 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왜 낮았는지를 분석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안을 마련하면 되니까요.”

지난 14,15일 이틀 동안 호주 시드니 총영사관에서 진행된 재외국민 모의선거에 선거관리인으로 참여한 권오남 사무관은 이처럼 강조한다.

시드니 총영사관은 이번 모의선거에 참여한 26개 공관 중 가장 저조한 투표율 12.26%를 기록했다. 투표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지역 중 하나인 시드니의 낮은 투표율은 일부 관계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과연 시드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현지 공관 관계자들과 함께 학생들에게 중점적으로 투표 안내가 이뤄졌던 점이 투표율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어 이를 중앙선관위에 보고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분석결과가 곧 나올 것으로 봅니다.”

권 사무관은 현지 공관 관계자들과 문제점을 살펴본 결과 시드니 지역 유권자의 절반을 웃도는 숫자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체류 중인 학생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의 특성상 학생 유권자들의 거소가 불분명해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한 권 사무관은 “현재 투표절차는 본인이 직접 등기우편을 받아야 투표권 행사가 성립되는데, 직장이나 학교의 사정상 거소 이동의 가능성이 큰 학생들의 경우 우편물을 받지 못한 사례가 허다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선거 절차상 재외선거 유권자는 선거 등록 후 선거관리 당국이 발송하는 투표용지를 수령해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등기로 발송되는 우편물이 투표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우편물은 본국으로 반송된다.

권 사무관은 시드니 총영사관에서 모의투표에 참여하기로 했던 학생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우편물을 수령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투표소까지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이나 비용도 일반 유권자들에 비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권 사무관은 “대개의 워킹홀리데이 참여 학생들은 수당을 시급으로 계산하는 데 보통 1시간 정도 걸리는 투표소까지의 이동 비용이 만만치는 않았을 것”이라며 “일개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한 학생들이 오스트레일리아인인 업주로부터 투표를 위해 휴가를 내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라고 학생들의 입장을 전했다.

권 사무관은 “호주처럼 워킹홀리데이 학생이 많은 지역에서 이와 유사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번 모의선거에서는 시드니만이 이 같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생 유권자들의 불안정한 거소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권 사무관은 “중앙선관위가 차분히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 거소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유권자에 한해 공관을 통해 우편물을 받도록 하고, 당사자가 사전에 공관을 방문해 우편물을 수령하거나 선거 당일에 수령토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모의투표가 치러진 26개 공관에서 투표 과정에 일어났던 문제들을 수렴해 분석한 결과를 다음달 공개할 예정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