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을 제치고 3위를 차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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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국을 제치고 3위를 차지했어요.”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0.10.2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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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선수단 이끈 이경수 마닐라남부한인회장
지난 21일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서 만난 이경수 전국체전 필리핀선수단 단장의 입가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경상남도 진주에서 12일 막을 내린 제91회 전국체육대회에서 필리핀이 예상을 뒤집고 해외동포단체 분야 3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절대강자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필리핀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에요. 전국체전 역시 한인들의 규모가 큰 곳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강도 높은 합숙훈련도 마다하지 않은 선수들의 노력 덕분이지요.”

그는 재외동포 1,300여명이 참가한 이번 전국체전에서 78명의 한인들을 이끌고 대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테니스에서 금메달 3개를 쓸어 담았고, 스쿼시에서 금메달을 추가해 해외동포분야 3위라는 대어를 낚았다.

“필리핀 교민들은 늘 3위권 입상을 우선과제로 말하곤 했어요. 3년 연속 필리핀선수단 단장을 맡은 제 목표이기도 했지요. 뉴질랜드도 2연패 우승을 한 바 있고, 호주도 강팀이어서 쉽게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사실 마지막 날 경기에서 은메달 수에서 앞선 중국이 볼링 경기를 휩쓸어 역전당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골프, 볼링, 스쿼시 탁구 등 6개의 구기 종목으로 편성된 재외동포들 간의 대항전에서 결국 일본이 우승, 미국이 준우승을 그리고 필리핀이 3위를 차지하며 대회가 마무리됐다.

“전국체전은 어쩌면 동포들에게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의미를 줍니다. 20개국 가까이 참가하는 동포들의 최대 스포츠 축제이니까요. 이런 경기에서 우리선수들이 국내 시민들에게 필리핀동포사회를 더욱 알렸다는 점에서 칭찬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렇게 말하는 이경수 단장은 현재 마닐라남부한인회 회장으로, 필리핀대한체육회 임원을 동시에 맡고 있다. 그는 자유총연맹 필리핀지부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으며, 필리핀 아리랑라이온스클럽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등 현지 사회에서 마당발역할을 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남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다보면서 자연스럽게 직함이 많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

“89년에 필리핀으로 갔을 때는 사업에 성공해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마음뿐이었지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까 오히려 사업도 제 마음대로 안 되더군요. ‘하루를 있더라도 제가 필리핀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마음먹으니까 일이 하나씩 풀려가게 됐지요.”

그는 현지에서 R&G(Red and Green) 종합건설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회사이름은 우리의 고추가 초록색에서 빨간색으로 익어가는 모습을 생각해서 지어냈다고.

“작은 고추가 맵지만 그 고추도 하루아침에 강한 맛을 내는 건 아니겠지요. 천천히 하나씩 이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맵고 강렬하지만 필리핀은 느긋하고 여유롭습니다. 한국과 필리핀의 장점을 합친 것이 현지 동포사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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