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아랍어에 대한 좀더 정확한 이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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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랍어에 대한 좀더 정확한 이해를
  • 공일주(아랍어 박사)
  • 승인 2010.09.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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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김영우 의원은 아랍국가의 한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들 중 86%가 아랍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아랍어는 어렵다. 아랍어는 본질적으로 20여 개 아랍 국가마다 서로 다른 대중말 아랍어가 있다. 아랍 국가들이 공통으로 현대 문학(표준) 아랍어를 지정해 놓고 배우지만 대부분 아랍인들도 현대 문학 아랍어 교육에서 실패를 거듭하여 현대 문학 아랍어를 잘 모른다. 그 이유는 현대 문학 아랍어 문법이 어렵고 실제 아랍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현대 문학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에서 아랍어를 배워 외교 통상부에 입부하였다면 그는 대중말 아랍어를 잘 모른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일부 대학이 개설한 아랍어 전공 학과에서는 주로 현대 문학 아랍어만을 배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아랍인들이 매일 사용하는 대중말 아랍어를 한국 내 대학에서는 대부분 가르치지 않는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20여개 나라마다 다른 대중말 아랍어를 한꺼번에 가르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아랍어 전공 학과에서는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상당수 대학들이 대중말 아랍어 교재를 만들고 특정 국가의 대중말 아랍어를 가르치고 있다. 가령, 레반트 아랍어(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대중말 아랍어), 이집트 아랍어, 모로코 아랍어 등을 가르친다.

한국 외교관이 20여개국의 대중말 아랍어를 모두 익히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국 외교관들이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아랍어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관들이 아랍어를 못한다는 말은 대중말 아랍어를 못 하느냐 혹은 현대 문학 아랍어를 못 하느냐로 구분해서 질문해야 맞다. 그러나 한국외교관이 외교 업무에서 아랍어를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를 물었을 때 우리는 아랍인들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주재국의 고급 인력들이 늘고 있다는 것과 아랍 국가들 중 두바이 등 걸프지역은 이미 아랍어보다 영어가 더 주재국 관리들에게 편리하다는 사실을 여기서 지적할 필요가 있다.

걸프 지역(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오만, 아랍 에미리트 등)은 현대 문학 아랍어를 제대로 하는 아랍인들이 많지 않고 이미 영어가 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외교관이 주재국의 일반 시민들과 의사소통을 할 경우라면 반드시 주재국의 대중말 아랍어를 배워야 한다. 이집트에 가면 이집트 대중말 아랍어를 배워야 하고 요르단에 가면 요르단 대중말 아랍어를 배워야 현지 주민과 소통이 가능하다.

그리고 아랍의 20여개국이 모두 대중말 아랍어가 조금씩 다르고 이 대중말 아랍어가 해당 국가의 생활 아랍어이므로 주재국에 부임한 외교관은 적어도 2년 이상 대중말 아랍어를 따로 배워야 해당 주재국의 주민과 소통이 가능하다.

만일 한국 외교관이 현대 문학 아랍어를 사용하여 아랍인 고위층과 대화가 자유롭다고 하더라도 주재국의 아랍 관리가 현대 문학 아랍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면 그 역시 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아랍인들도 외국인을 만나면 자신들의 언어적 문제 때문에 영어로 대화하려고 한다.

자연히 한국 외교관도 그런 경우는 영어가 현실적으로 더 편리하다. 물론 한국 공관에 한 명의 외교관이라도 현대 문학 아랍어와 주재국 대중말 아랍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해당 국가와의 긴밀한 문제나 한국 교포들의 영사 문제를 제 때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는 아랍 공무원들을 만날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런데 김영우 의원은 단순히 아랍어를 모른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보는 것 같다. 전술한 바와 같이 걸프 아랍 국가들은 이미 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아랍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마그립지역은 현대 문학적 아랍어를 해도 프랑스어가 대중말 아랍어에 들어가 있어서 프랑스어를 모르면 현지인과 소통이 어렵다.

따라서 아랍 국가에 파견된 외교관을 나무라기보다는 현재의 한국내 아랍어 교육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대중말 아랍어 학습 시간을 늘리고 현대 문학 아랍어와 동시에 대중말 아랍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 요원을 채용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대중말 아랍어 중에는 이집트 대중말, 요르단(시리아) 대중말, 튀니지(모로코) 대중말 정도를 한국 대학에서 가르치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아랍 주재국에 파견된 한국 외교관이 아랍어 연수를 원할 경우, 실질적으로 아랍어 연수를 받는 데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우선 아랍 국가마다 대중말 아랍어가 달라서 주재국이 바뀔 때마다 주재국의 대중말 아랍어를 배워야 하는 고충이 있다.

만일 공관장이 아랍어 학습에 관심이 없을 경우 해당 공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이 아랍어 연수를 혼자 받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더구나 아랍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들 중의 하나다. 다른 언어는 하나만 배우면 되지만 아랍어는 현대 문학 아랍어 이외에 아랍 각국별 대중말 아랍어가 따로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한국인은 두개 혹은 그 이상의 언어를 배우는 셈이 된다.

게다가 현대 문학 아랍어를 잘 할 수 있으려면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이상 공부해야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랍인 고위 관리들도 현대 문학(표준) 아랍어를 잘 모른다는데 있다. 아랍 대학들이 대중말 아랍어로 교육하기 때문에 지금 아랍대학생들은 현대 문학적 아랍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랍인들은 지금이 아랍어의 위기라고 말한다.

문제는 어디서 아랍어를 배워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집트 학자들은 오늘날 이집트인들 중에 현대 문학 아랍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인구의 절반 이상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이 이집트인들은 이집트 대중말 아랍어만을 사용한다. 만일 한국정부가 외교관 연수를 이집트에서 시킨다면 그 외교관은 현대 문학 아랍어를 길거리에서 연습하기 무척 어려울 것이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집트인 학자들은 현대 문학 아랍어를 잘 배우려면 시리아로 가라고 한다. 시리아가 아랍 국가들 중에서 비교적 현대 문학 아랍어의 언어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시리아는 우리나라와 공식적인 외교 관계가 없다.

현대 문학 아랍어를 잘 배울 수 있는 아랍 국가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오늘날 아랍어 교육의 문제다. 대부분 아랍국민들이 대중말 아랍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랍 국가에 유학하거나 혹은 언어 연수를 받는 사람들이 현대 문학 아랍어를 익히기 어렵다. 이것이 아랍어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한국 외교관이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걸프 지역을 제외한 다른 아랍 국가에서 근무할 외교관이 아랍어 연수를 어디서 어떻게 받게 할지, 그리고 이를 대체할 방법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그보다 먼저 아랍 20여개국의 아랍어 실태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에 근거해 한국의 아랍어 교육 개선 방안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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