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포럼]“이분법적 사고로 팔레스타인 문제 바라봐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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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포럼]“이분법적 사고로 팔레스타인 문제 바라봐선 안돼”
  • 강성봉 기자
  • 승인 2010.09.0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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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윤 베들레헴 한국문화원장

이글은 지난 3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강태윤 베들레헴 한국문화원장이 ‘중동문제와 팔레스타인’이란 주제로 행한 142번째 희망포럼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팔레스타인 선교사로 살면서 아쉬웠던 점은 많은 한국인들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이분법적 사고로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스라엘은 예수님이 태어나신 땅으로 성지이고 선이라고 보는 반면 팔레스타인은 이슬람교도로서 테러를 일으키기나 하는 악이라고 보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가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중동은 냉전 해체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지역이다. 1991년 일어난 걸프전쟁은 소련 몰락으로 인한 냉전질서 해체 이후 최초로 일어난 전쟁이다. 이 전쟁은 국제관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냉전 해체 이전 중동에서 미국과 서방진영은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중동정책을 펴 나갔고, 구 소련은 아랍 진영과 교류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냉전이 해체되면서 러시아는 중동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했다. 미국 주도하에 중동질서가 새로 짜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미국은 중동질서를 개편하기 위해 1991년 걸프전쟁, 2003년 이라크전쟁, 이렇게 두 차례의 전쟁을 수행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된 걸프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걸프전쟁 이전에 이스라엘과 아랍은 네차례 전쟁을 치렀으나 그 이전의 전쟁과 걸프전쟁은 양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이라크가 발사한 미사일이 이스라엘 본토를 유린한 것이다. 걸프전쟁 막바지에서 미국이 한 일은 이라크의 미사일 포대를 부수는 것이었다. 그러나 50% 정도의 미사일 기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것이 제2차 걸프전쟁이라 불리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는 하나의 원인이 됐다.

미국 주도의 중동 질서 개편을 위해서는 미국이 중동 전체를 껴안고 가야 하는데 이 때 아랍국가들이 내건 첫 번째 조건이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은 1993년 클린턴이 이스라엘의 라빈과 팔레스타인의 아라파트를 중재해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체결한다. 협정에서 처음으로 양 당사자들은 상호존재를 인정하게 되고, 그 결과 이스라엘 건국 이후 계속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만들어 내게 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문제는 크게 4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예루살렘 문제다. 팔레스타인은 독립국가의 수도로 동예루살렘을 요구하지만, 이스라엘은 한결같이 수도를 분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두 번째는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내 유대인 정착 문제다. 현재 11만여명의 유대 정착민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고 있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넘겨줬으나, 서안지구에 있는 1백여개의 유대 정착촌 중 불법으로 세워진 4~5곳 외에 나머지는 철수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은 실제적으로 서안지구의 11%에 불과한데, 이팔 휴전 협의 후에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제외한 60~70%를 팔레스타인이 자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는 '국경'문제와 난민문제다. 국경문제는 베들레헴을 분리하고 있는 8미터짜리 장벽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 장벽은 국경을 따라 쌓아진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쪽으로 많이 들어와 있다. 국제법이나 유엔에서도 이스라엘의 분리 장벽을 불법으로 간주했다.

가장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문제다. 수백만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자기들이 원래 살던 고향인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오기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난민들이 돌아올 경우 토지 소유권 문제를 비롯해 감당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의 이스라엘군인의 단계적 철수문제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는 이 문제가 두 민족의 문제만이 아니라 유대교와 이슬람간의 종교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12억 무슬림들은 예루살렘 내 황금 사원을 메카, 메디나 같은 제3의 성전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반면에 극우 유대인들은 솔로몬 성전 건축 이후 제3의 성전을 예루살렘에 짓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이스라엘과 중동에 거주하는 12억 아랍인 간의 문제로 보아야 하는 이유다.

필자가 팔레스타인에 처음 갔을 때는 한국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었고, 시장에 한국 물건이라고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리를 질주하고 있는 자동차의 40%가 현대차다.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휴대폰은 삼성 애니콜이고, 집집마다 LG 에어콘이 설치돼 있다.

한국 정부와 한국 사람들이 좀더 관심을 가지고 중동문제 팔레스타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일하는 베들레헴선교센터의 노력으로 베들레헴에 한국- 팔레스타인 '우정의 길'이 만들어졌다. 2012년이면 한국문화원도 설립된다.

우정의 길은 2009년 11월 팔레스타인 의회의 결의로 건설되었다. 그 길가에 대지 450평과 반지하와 지상 3층 규모의 건평 630평의 한국 문화원이 들어서게 된다. 한국 문화원에는 태권도장과 유치원, 어린이 도서관, 문화관, 극장이 들어선다. 그리고 10개의 게스트 룸도 마련되어 목회자와 선교 여행 차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 된다.

과거 가난과 고통을 겪은 민족으로서 한국교회는 팔레스타인에 희망을 심고, 팔레스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껴안아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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