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시단]냉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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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시단]냉탕
  • 김희정/시인‧재일동포
  • 승인 2010.08.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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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시인‧재일동포
차고 맑은 그대 안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다
용기를 내어 보지만 쉽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움직임으로, 기다리지 않는 기다림으로
멈추어 있는 그대의 심장은
너무 투명해서 눈이 내렸다

그대 정말 날 견뎌낼 수 있을까
나 또한 그댈 감당해낼 수 있을까
이미 숨 막히는 사각 틀 속에서
달구어질 때로 달구어진 내 몸 불같이 뜨거울 텐데
나로 인해 그대의 순수함이 흐려지면 어떡하나…

풍덩!

늘 그랬듯이 용기 없는 生이
머릿속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동안
터져버릴 것 같은 열망의 세포들은 이미
푸욱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대의 차고 맑은 심장 속으로

순간, 나의 무게만큼 그대의 키가 불쑥 자라나
찰랑찰랑 넘쳐흐른다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었던 온갖 세상의 잡념들이
하얗게 사라진다

서로의 온도를 받아들인다는 것
서로의 온도에 맞추어간다는 것

이런 것이 사랑이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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