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는 노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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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는 노예법?
  • 오마이뉴스
  • 승인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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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석희열 기자]내년 8월 1일부터 실시되는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30만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등록 신청을 받아 이 가운데 18만 4천명을 체류기간에 따라 선별적으로 합법화했다.

아직도 10만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이 합법체류 기간을 넘긴 미등록 상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이 합법화 된다고 해도 산업연수제도와 병행 실시되는 고용허가제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1년 단위 계약으로 인한 노동권 침해 등의 독소조항을 여전히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주노동자 100여명은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며 지난달 15일부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34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2003 평등노조

사업장 이동 권한은 노동부와 사업주만의 특권(?)

외국인근로자고용등에관한법률(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 합법적인 등록을 마친 이주노동자의 경우도 자발적으로 다른 업체로의 변경은 금지된다. 취업 알선 및 업체 변경은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선택할 수는 없고 사업주만이 근로자를 선정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장 내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업주의 양심만을 믿고 참고 일하거나 사업장을 뛰쳐나와 불법체류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이동하고자 할 때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근무처변경허가 추천서와 표준근로계약서 등 소정의 서류를 제출하여 근무처변경허가를 받아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의 취업 알선에 따라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휴·폐업과 같은 노동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경우와 임금체불 등 사회통념상 고용계약의 유지가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당해 사업장에서 정상적인 고용관계를 지속하기 곤란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만 사업장 이동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변경을 신청한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근무처변경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 1개월 이내에 다른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에는 출국해야 한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이주노동자를 해고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용허가제가 노예법(?)이라는 논란이 불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장 2년간 취업 보장..3회 이상 사업장 변경 신청하면 자동으로 불법 전환

또한, 이주노동자는 체류기간(최장 2년) 중 다른 사업장으로의 변경은 3회를 초과할 수 없다. 따라서 체류기간 동안 3회 이상 사업장을 바꿀 경우 자동적으로 불법체류자로 전환되어 강제추방의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계절적 수요에 따라 수시로 업체 변경이 불가피한 농장 등 계절산업 종사자의 경우 태반이 또 다시 불법체류자가 될 공산이 크다.

이주노동자는 이전 체류기간과 합하여 총 5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장 2년간 한국에서 취업활동을 할 수 있다. 2년을 넘긴 이주노동자는 자진 출국하여 재입국해야 한다.

현재 노동부가 허용하는 이주노동자의 취업가능 업종은 제조업, 건설업, 연근해어업, 농축산업, 서비스업 등 6개 업종이다. 따라서 비허용 업종에 종사하는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취업허용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출국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와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출입국관리법상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E-9)을 부여받고 근로에 종사해야 한다. 취업기간 동안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된다. 고용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전국이주노동자지원단체연대는 고용허가제 실시와 관련 △강제추방정책 즉각 중단 및 합리적인 합법화 조치(재취업 보장) △사업장 이동 제한을 이주노동자의 신고제로 전환 △불법알선과 파견근로업체를 조사하여 엄정 처벌 △사업장 내 근로감독 강화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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