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포럼]“수전농 집체마을 재생이 민족정체성 회복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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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포럼]“수전농 집체마을 재생이 민족정체성 회복의 핵심”
  • 강성봉 기자
  • 승인 2010.08.1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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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극기 한러교류협력위원장

이글은 지난 6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김극기 한러교류협력위원장 ‘중국 동북3성 조선족의 정체성과 미래’란 주제로 행한 140번째 희망포럼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중국의 조선족이란 19세기 중반 고국의 잦은 흉년으로 인한 가난과 기아로 국경을 넘어 간도땅에 농지를 찾아 이주한 사람들과 20세기초 일제의 한반도 강점기 이후 억압을 피한 이주자와 독립운동군, 1930년대 후반 일제의 만주 개척의 일환으로 강제 이주를 당한 사람들로 총 177만여 명이 지금의 중국땅 동북3성에서 마을을 이루고 살아왔다.

이들은 1945년 해방 이후부터 1949년 중국인민공화국 수립 사이의 5년 동안 70만여 명이 귀국했고, 107만여 명의 잔류인구들이 그곳에서 수전농(벼농사)을 하면서 마을공동체를 형성해 2009년 말 현재 214만 5천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우리말과 글, 그리고 민족 고유의 풍습 등을 전승ㆍ유지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한ㆍ중수교 이후 한국인들의 중국진출에 가교역할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중국의 최대 교역국가로 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중 수교 1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조선족 마을과 민족정체성이 붕괴되고 있다. 조선족 수전농 마을의 80%인 2,147개가 사라지고 531개 마을만 남았다. 수전농지는 85%가 한족에게 넘어가고, 조선족은 17만 1,193ha만 경영하고 있다. 학교는 73%가 폐교 또는 한족학교와 통합되어 불과 357개교만 운영되고 있다. 수전농민 역시 47%가 도시로 이주하고 2009년말 현재 85만 159명만 남았다.

도시로 나간 조선족의 취학아동의 75%가 한족 학교에 취학하고 있다. 조선족 소학교에 취학한 학생의 70%는 우리말을 모르고 있다.

수교 18년간 재중동포숫자보다 더 많은 230여만명이 장기취업을 위해 한국을 다녀갔다. 이들은 한국에서 번 돈으로 천진⋅상해⋅청도⋅대련⋅심천 등 연해도시와 성도와 인근도시에 이주⋅정착하여 한족사회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

교육열이 높은 조선족의 자녀들 역시 대학졸업 후 고향마을로 돌아온 젊은이는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의 일상어는 중국어이고,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 역시 중국어이다. 조선족의 결혼적령기의 여성의 1/3이 한국에 결혼이나 취업하러 나갔으며 1/3은 대도시에 유흥업소나 직장을 찾아 나갔다.

산업화와 시장경제의 발전에 따른 이농과 대도시 진출은 시대적 추세도 있는 것으로 이농현상을 막기만 하기보다는 시대 변화에 맞추어 대도시에 조선족 공동체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가야할 것이다.

중국내 소수민족들의 정체성 형성은 그들 고유의 신앙과 고유의 언어와 문화, 그리고 공동체를 구성할 수밖에 없는 경제활동 등과 크게 연관돼 있다.

조선족은 회교를 고유민족 신앙으로 하는 신장 위구르 자치주민들과 불교를 고유 신앙으로 하는 티벳 자치주민들과 달리 공통의 민족신앙은 없다. 반면에 중국의 어느 소수민족들도 가지지 못한 자랑스러운 조국이 있다. 또 만주족 등과는 반대로 우리말과 글을 지금까지 전승ㆍ유지하고 있고, 공동체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수전농업을 영위해 왔다.

한국에게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다. 2009년 12월말 현재 미국ㆍ일본 양국의 교역량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반면 중국에게도 2009년 12월말 통계로 한국은 교역량 3위 절대적 국가이다. 이제 양국은 경제측면에서 절대로 서로 등 돌릴 수 없는 위치에 와 있다

이와 같이 동전의 양면과 같은 한ㆍ중 양국의 현실 속에서 태생적으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조선족에게는 양국의 상생만이 살 길이고, 이것이 곧 한족과 조선족들과의 상생이고 화합이다. 수전농 집체마을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한 대안으로 부상하는 까닭이다.

중국은 일년에 곡물 생산량(2009년 4.5억톤)의 1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대두수입 4,100만톤에 이르고 있다.

2010년 3월 전인대회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 및 고위 지도부들은 동북3성의 쌀 증산만이 곡물 수입량을 줄이는 유일의 방법이고, 미질(米質) 향상이 남방미(동남아산) 수입을 차단하는 길임을 누누이 강조했다.

조선족집성촌 마을의 주민이 한국이나 도시로 나갈 경우 농지 사용권을 현지의 조선족에게 모아주어 경작규모를 키워주면 소득이 획기적으로 증가될 수 있다.

벼농사는 수전농의 특성상 집성체 마을을 이루어 살 수밖에 없으며, 기계화가 필수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이다 .

영농자금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농기계를 한국의 농기계나 중고 농기계를 지원하면 조선족의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 할 수 있다. 생산량은 평균ha당 7톤이며 한국의 5.5톤보다 높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쌀값이 크게 올라 현재 한국 쌀값의 1/2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20ha를 경작하면 한국의 10ha경작과 같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게다가 중국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암과 당뇨가 치료되는 쌀 등 특별한 효능을 가진 기능미를 개발하고, 우리 전통의 농주인 막걸리를 보급하는 등 한국이 가진 선진농업기술을 동북3성의 동포들에게 전수하면 조선족 마을을 살릴 수 있다.

동북3성의 수전농 집체마을의 재생은 조선족 동포의 민족정체성 회복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조선족 마을의 소득향상을 유도하고, 이로 인해 마을을 떠났던 조선족 동포들을 다시 마을로 모이게 함으로써 조선족 동포들의 정체성이 유지ㆍ전승되게 하는 것이다.

중국조선족동포 230만여명은 우리민족의 소중한 자산이다. 또한 통일을 대비한 든든한 지원세력으로서 대한민국이 보살펴야 할 대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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