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결혼 여성의 삶과 그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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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결혼 여성의 삶과 그 대책
  • 신승철 원장
  • 승인 2010.07.23 14: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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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승철 정신과전문의
최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20)씨가 무참히 살해된 사건으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하다.

한국 땅을 밟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남편에게 흉기에 찔려 죽어 그 충격의 여파가 더욱 컸다. 남편 장모씨는 47세로 지난 8년간 57차례에 걸쳐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왕력이 있다.

치료 횟수나 기간은 별로 중요치 않다. 그 질병의 특징이 큰 문제일 것이다. 보도 내용으로 보아, 그 남편의 병명은 만성 정신분열증. 중증이나 재발된 상태다.

최근 2년간 약물 복용 중단으로 증상의 악화가 뚜렷했다. 하나 결혼 생활 중 약물 복용을 숨기라 해서 더는 치료가 권장되지 못했다. 아내를 죽이라는 환청이 들려 그에 따라 살해했다고 자술할 만큼 최악의 상태였다.

그 즈음 이미 그는 부모와의 잦은 언쟁, 부모를 구타하는 일까지 있었다 한다. 그전에도 일상생활 적응에도 힘들만큼 사회적 판단력이나 이해력을 구하기 어려웠던 처지로 보였다. 요컨대 정상적인 결혼이 불가능한 상황이란 얘기다. 그런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으며 이 지경에 이르렀나.

그 배경엔 먼저 국제결혼 알선업자들이 사익에 눈이 어두워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인신매매혐의 알선을 주선하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이다. 이런 업체가 국내에서 1,300개 정도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부분 영세 업체다.

돈만주면, 이들은 동남아 등 각지에서 싼값에 허언(虛言)으로 코리안 드림을 팔고, <여성 물건>을 떼 오는 것이다. 물론 국내 결혼 당사자인 남편에 대한 불리한 신상 정보는 비밀이다. 모르기도 할 것이다.

아마 ‘묻지마’ 가 관행일 것이다. 결혼이란 지극히 사적인 동기에 따라 이루어지는 거라, 그간 인권이나 감독·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 보면 이번 사건은 당연한 귀결의 예상이었다. 향후 법적 장치의 보완이나 절차의 변화가 없다면 유사 재발 사건이 얼마든 예견된다.

돌이켜보면 90년대 초부터 본격 시작된 국제결혼 이다. 작년엔 3만 5천 건으로 부쩍 늘어났다. 결혼 10쌍 중 한 쌍이 넘는 수준까지 와 있다. 여러 부작용이 도출되고 있다. 예컨대 국제 결혼자의 1/3은 이혼하고 있다는 통계다.

주된 원인은 입국 후 가출. 도망가 버리는 것이다. 아예 허위 결혼을 작정하고 입국이 목적인 것이다. 이는 대부분 중국이나 조선족 출신 여성이다. 이로 인해 한국 남성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은 듯 싶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동남아권 여성들의 상황만 보더라도 역시 만만치 않다. 절반 이상이 우리 사회 부적응으로 심한 고생을 하고 있다는 보고다. 우리 문화-언어-사회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부적응은 예상되는 바다. 이런 점은 일정 노력을 하다보면 개선되는 바 없지 않을 거다.

그 이주결혼여성 가운데 역시 1/3정도에서 가정 폭력 등 심각한 문제로 인한 부정적 스트레스에 신음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교류가 뜸한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해서 그 어려움을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어 보인다. 말이 안통해서 더 힘들 것이다.

이주결혼여성들의 신체적·정신적 학대의 현장엔 대부분 남성들의 알콜중독, 인격장애, 정신병, 혹은 기타 장애인들까지 발견된다. 생전 처음 낯선 이국땅을 밟은 순진하고 어린 색시의 꿈과 마음이 그려질 듯 싶다. 고향을 떠난 외로움과 고립감도 크고, 여기서 잘 살아 고국의 부모나 가족들에게 그 위로를 받고도 싶었을 것이다. 하나 남편은 병적인 가부장적 태도로 일방적이며 강요적 행동을 보인다.

술 마시면 헛소리에 욕지거리, 구타를 일삼는다.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야 되는 그런 형편의 남편인 것이다. 그대로 방치되면 그 결말이 눈에 보인다. 사실 국내에서 그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이라면, 국제결혼 한다 해서 그 상황이 나아지리란 기대는 곤란하다.

그 부모야 결혼 못시킨 한(恨)이 서려, 혹여 그런 기대를 가질 듯 싶다. 물론 <정상적> 남자라면, 아무 문제가 될게 없겠다. 사회 부적응자나 낙제생의 남자는 그 결혼에서의 문제 뿐 아니라, 양가의 모든 식구들에게도 불행한 결말을 안겨준다. 아이까지 생기면, 그 아이의 양육이나 교육의 질(質)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대책은 날로 복잡 다양해지는 이주결혼 부부문제의 올바른 인식에서부터 비롯될 것이다.

국제결혼 알선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의 강화가 그 무엇보다 우선된다. 결혼 남성에 대한 제반 건강검진 결과, 질병의 기왕력, 성격, 가족 상황 등을 상대에게 고지해야 된다는 조건도 필요하리라. 그것의 신빙성에 대한 객관적 확보의 과정도 있어야 겠다. 결혼 뒤, 안정적 정착 지원도 당연히 뒤따라야 된다.

지금처럼 각 부처별로 흩어져있는 정부의 다문화 예산은 각 지역을 중심으로 통합적 관리를 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다. 지역 중심의 프로그램은 포괄성, 일관성, 연속성의 장점이 있어서다. 여기엔 물론 자녀 양육이나 교육의 내용도 포함 되어야 한다.

점증하는 이주 결혼부부와 그 자녀들의 문제를 미리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현재 프랑스가 겪고 있는 이주민들의 문제보다 훨씬 더 큰 곤란을 장차 우리가 겪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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