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포럼]“대북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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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포럼]“대북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 강성봉 기자
  • 승인 2010.07.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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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조 전 통일부차관 강연

이글은 지난 9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이봉조 전 통일부차관이 ‘천안함 사태이후 남북관계 재정립 방향의 모색’이란 주제로 행한 138번째 희망포럼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편집자주>

북한은 5월 20일 국방위 대변인 성명을 통해서 우리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를 “남측의 날조극”으로 규정, 이를 전면 부인하고 이명박 정부와는 일체의 당국간 대화를 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5.24 대국민 담화에서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단호하게 조처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상당기간 남북관계의 단절과 실종이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장기 경색국면 대처차원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미루어 왔던 김정일위원장의 중국방문을 5.3 전격 단행했다. 국제사회에 대해 천안함 사건과 무관함을 간접적으로 부각시키고, 예상되는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를 북중협력으로 모면하는 한편, 남북관계가 장기간 단절될 경우에 대비하여 중국의 지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로 미루어보아 그들이 먼저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우리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관계의 미래는 우리가 천안함 사건의 해결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즉 ‘출구’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와 직결된다. 북측의 시인, 사과 그리고 책임자 처벌이 바람직하나 북한이 이미 ‘날조, 모략극’이라고 한 마당에 그 실현 가능성은 전무하다.

유엔 안보리 구조상 중국의 협조 없이는 안보리 상정이 불가능하고, 지금까지의 중국의 태도를 미루어보아 우리가 원하는 내용을 담은 의장성명 채택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6자회담의 프로세스가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천안함 사건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얻은 나라는 미국이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후 미국은 오키나와 기지이전 문제로 하토야마 일본정부와 불편했던 관계를 해소하고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를 복원했다.

이러한 상황은 자연스럽게 북중러 삼각관계로의 회귀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동북아에서 새로운 형태의 북방, 남방 삼각관계가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 연기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과 조율이 가능했다.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주변4국의 반응에 차이가 있는 것도 각기 한반도문제를 국익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일정한 시간이 경과한 다음 6자회담 복귀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의 몇가지이다.
첫째로 현재 북한은 「9.19 공동성명」에 합의한 5년 전보다 체제생존이 더욱 긴박한 과제가 되고 있다.

둘째로 최근 북한의 제재해제와 평화협정 우선논의 주장도 궁극적으로는 경제지원과 안전보장 조치에 대한 요구이자 6자회담 복귀를 위한 명분이다.

셋째로 과거 남한이 했던 6자회담의 촉진자, 조정자 역할을 중국이 수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장국인 중국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넷째로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강경해진 남한 정부를 역이용, 내부체제 정비의 시간을 벌고 동시에 북한문제를 국제화하는 계기로 활용함으로써 남한의 흡수통일적 접근을 차단하고 북중관계 증진과 북미관계의 개선을 병행 추구하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새롭게 가동되기 시작한 북중미 협력구도를 무력화하고 대신 기존의 한미일 동맹구조를 강화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북핵문제를 계속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6자회담에도 관심을 보이는 이중적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단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에서 ‘전략적 인내심’(strategic patience)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6월 28일 미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으로는 북한을 테러리스트국가로 재지정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중국은 원자바오 총리가 언급한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되풀이하면서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에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제일의 목표를 위해 한미일 3국의 대북압박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당분간은 상황관리에 주력하면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대북정책 수립과 이행이 필요하다. 우리가 대안을 갖지 못하면 미국과 중국의 전략이 한반도에서 맞부딪치게 되고 결국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미중이 쥐게 되는 결과 초래한다.

남북이 모두 더 이상 실패하지 않으려면 우리 자신으로부터 새로운 돌파구가 나와야 한다. 대북 압박정책만으로는 문제해결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인적,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 확충하여 국민적 합의와 대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가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시점이라 본다.

결론적으로 ①원칙을 관철하려면 유연성을 잃지 않는 정책구사가 절실 히 요청되며, ②북한만을 시야에 두기보다는 동북아 전체의 역학구도와 각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는 전략적 틀을 마련하고, ③ 2010년이 갖는 역사적 의미도 감안, 근본으로 돌아가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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