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의 전쟁 생각, 연극제 ‘100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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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의 전쟁 생각, 연극제 ‘100페스티벌’
  • 서지영 연극평론가
  • 승인 2010.07.0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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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연극평론가
지난 6월은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은 해답게 전쟁을 기념하는 행사가 유독 많았다. 문화예술 분야, 특히 공연계에서도 의미 있는 행사가 많이 열렸는데, 그 중에서 <전쟁과 분단>을 주제로 열렸던 대학로의 <100페스티벌>이라는 연극제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이 행사는 지난 2005년 순수한 연극정신의 회복과 새로운 관객 창출이라는 목표를 내건 연극공동체 운동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단돈 100만원으로 1편의 연극을 제작하겠다는 저예산 연극축제로 진행하여 명칭도<100만원 페스티벌>이라고 했다.

그러나 100만원으로는 도저히 제작이 불가능했기에 제목에서 만원이란 단어를 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한 사연이다.

그러나 저예산 연극이야말로 연극의 순수성을 살릴 수 있다는 그들의 믿음은 흥행위주의 대중극이 활보하는 곳에서 소극장 연극의 정신을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는 굳건한 의지로 이어진다.

이번 해에 그들의 화두인 <전쟁과 분단>은 연극의 사회적 의미와 의의를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총11개의 작품이 참가하여 한국전쟁에서부터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전쟁들을 소재로 연극을 올렸다.

그런데 연출가들을 비롯한 출연진과 제작진이 대부분 20, 30대 젊은이들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들이 과연 전쟁을 얼마나 알고 이 같은 주제를 담아냈을까 기성세대들은 의심할 것이다. 사실 한국의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전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금 40세 이상이라면 그래도 자라면서 어른들에게 전쟁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냉전시대를 살아오면서 항상 도사리고 있는 전쟁의 위협을 의식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다르다. 20, 30대 젊은이들에게 전쟁의 위협이나 공포는 없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전쟁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전쟁의 당위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만든 연극은 기존의 전쟁연극에서처럼 전쟁의 참상을 드러내기 보다는 건조한 무대에 다소 냉소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분단에 관한 인식 또한 냉철하다. 이미 이 세상에서 이념논쟁 따윈 사라졌음을 확고히 믿고 있다. 우리가 아직 분단국에 살고 있고 이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아님을 그들은 의식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들이 다루었던 전쟁은 2차 세계대전부터 시작해서 스페인내란이야기도 있고, 베트남 전쟁, 아프칸 전쟁, 비록 전쟁이야기는 아니지만 분단국이기에 일어날 수 있었던 음악가 윤이상의 사건도 있다.

그들은 전쟁이라는 사건보다는 전쟁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고자 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볼 수 있는 인간들의 탐욕과 이기심, 욕망과 분노 그리고 이로 인해 언제고 발생할 수 있는 인간사회의 범죄, 여기서부터 전쟁이 시작됨을 짚어낸다.

전쟁을 추억하기 보다는 전쟁을 분석하고 파악하고 판단하고자 하는 것이 젊은 세대의 생각이다. 인류의 만행을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차분히 따져 그 뿌리부터 없애자는 것이다.

세대별로 전쟁에 대한 생각이 다르듯 분단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도 다르다. 전쟁을 몸소 겪은 세대, 반공교육을 철저히 받은 세대, 민주화 이후 탈이데올로기 시대에 자란 세대, 이들은 각각 자신의 기억을 담보로 현실을 진단한다.

<100페스티벌>은 대학로의 젊은 연극이 사회를 바라보는 나름대로의 진지한 시각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연극의 생생한 힘으로 세상에 대해 말할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연극의 진정한 실험성과 역동성을 뿜어내며 대학로의 연극을 살아 숨 쉬게 할 것이다. 이들 외에도 대학로엔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연극을 만들고 있는 든든한 연극인들이 많다.

간혹 대학로에 연극을 보겠다고 들렀던 사람들이 전철역 입구의 호객행위에 끌려 짜릿한 웃음을 경험하고 온다. 그리고 하는 말이 요즘 연극은 많이 저질스러워졌단다.

그러나 이는 일부 상업주의 연극에 불과하다. 대학로의 연극무대는 아직도 연극의 본령을 지키는 순수한 연극적 패기가 가득하다.

필자가 대학로에서 좋은 연극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자면 혜화역 4번 출구 앞에 있는 서울연극센터를 찾으면 로비에 연극안내 책자와 작품별 카달로그가 비치되어 있다. 이를 참고하고 그곳의 안내석에 도움을 청한다면 최소한의 선별은 가능할 것이다.

무더운 여름, 대학로에서 우리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연극한 편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피서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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