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가서 겪게 되는 세 단계 정착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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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가서 겪게 되는 세 단계 정착과정
  • 한상대 편집위원
  • 승인 2010.06.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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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성장기간을 같은 사회에서 보내게 되면 비슷한 형태의 가치관, 신념, 유머 감각, 수치의식 등을 갖게 된다. 한국에서 성장한 사람이 성인 되어서 서양 사회로 이민을 가게 되면 정착하는 데 대체로 세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필자가 호주에 이민을 가 20년을 살면서 초기에 겪은 과정이기도 하다.

서양에 처음 오면 집들도 아름답고 사람들은 친절하다. 생활수준도 높고 피크닉을 가거나 거리를 다녀도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모든 것이 신기해 보인다. 아! 내가 오길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만족해한다. 이것이 행복한 초기 단계(Euphoria stage)이다.

두 번째 단계는 적개심과 좌절의 단계(Animosity & frustration stage)이다.

친한 줄만 알았던 서양인이 하찮은 일로 따지고 들어 상처를 입는다. 원칙만 통하고 적당한 게 통하지 못하는 사회, 돈을 주는 만큼 노동을 혹사시키는 사회에 대한 실망감을 뼈저리게 느낀다. 거기에다가 향수병까지 겹쳐 다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문화 충격(Cultural shock)을 다 방면으로 체험하기도 한다. 제2의 국경인 언어장벽(Language barrier)도 높음을 알게 된다. 이민사회에 대한 이질감을 가장 지겹게 느끼는 시기. 한국에 대한 기억이 가장 생생하고 미화되어 남게 된다. 이 증상이 심한 사람은 한국에 한번 다녀오면 보통은 낳는다.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이 증세가 가장 많이 온다. 가족이 함께 이민 온 사람들은 덜 심하게 지나간다.

마지막 단계는 동화 단계(Assimilation stage)이다.

몇 년 살다 보니 어느덧 서양 사회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 한다. 그 쪽 낭만과 정서도 즐기기 시작한다. 자기 자식들은 현지어를 잘하고 “이제는 한국에 돌아가면 못 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에 따라 다르나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약 3년 이상은 살아야 이 단계에 다다른다. 귀와 입도 트여서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을 나름대로 한다.

이 무렵부터 자기 자식들과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한다. 부모 자식 사이에 문화 격차(Cultural gap)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 한다. 한국식의 종적 인간관계와 서양식의 횡적 인간관계 사이에서 본인의 의식구조를 전환시키는 데 한계를 느낀다.

얼마 전 한국에서 오래 산 외국인들을 만나 한국에서의 삶이 어떤지 얘기를 들었다.

그들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아리랑’ 단계로 모든 게 신비하고 좋게 보였다고 얘기했다. 그 다음에는 ‘개 XX’ 단계로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시간이 좀 흐른 다음에 ‘괜찮아’ 단계로 들어갔다며 웃었다.

그 얘길 듣고 보니 누가 어느 사회로 이민을 가거나 현지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 겪는 현상은 비슷하지 않나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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