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카 착용 금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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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카 착용 금지의 의미
  • 조명진 아디아컨설턴시 대표
  • 승인 2010.05.0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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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카 착용 금지를 법안으로 처음 만든 유럽국가는 벨기에로서 4월 29일에 통과시켰다. 하지만 유럽에서 부르카를 먼저 사회 문제화한 것은 프랑스이다.

프랑스는 이미 2004년 학교에서 히잡(이슬람 여성용 스카프) 등 종교적 상징물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킨 바 있다. 참고로 니카브(Niqab)와 부르카(Burqa)는 얼굴과 신체를 가리는 이슬람 전통 복장인데, 눈만 드러낸 것이 ‘니카브’이고, 눈 부분이 망사로 된 것이 ‘부르카’이다.

유럽국가들 가운데 관용(tolerance) 측면에서 점수를 높게 받는 나라는 프랑스이다. 그런데 프랑스가 앞장서서 이슬람 여성들의 부르카 착용금지를 법으로 추진 중이고, 7월에 의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독일같이 전통적으로 외국이민자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유럽국가도 아니고, 왜 프랑스 사람들이 먼저 이슬람 전통에 대해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일까?

근본적인 원인은 유럽 내에서 가장 많은 모슬렘이 거주하는 나라가 프랑스로서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6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른 유럽국가보다도 반 이슬람정서가 더욱 강하게 형성되어, 르 팡같은 극우당이 지지를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독일인구는 프랑스인구보다 2천 만 명이 많지만, 독일 거주 모슬렘은 400만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 중 300만 명에 해당되는 모슬렘이 터키출신이다. 역사적으로 제 1차 세계대전 때 터키는 독일편에서 싸운 혈맹이다. 반면, 프랑스 모슬렘 이민자들의 대부분은 구 식민지 출신들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즉 독일 모슬렘과 프랑스 모슬렘은 해당국 사회에서 보는 시각이 다르다.

그 동안 부르카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던 프랑스를 비롯한 벨기에, 네덜란드 같은 유럽 국가들이 참지 못하고 신경을 곤두세운 데는 9/11이후의 번져가는 반 이슬람정서(anti-Islamic sentiment)에 기인한다. 구체적으로 유럽에서 반 이슬람 정서는 덴마크 만평에 대한 이슬람 세계의 거센 반발, 그리고 이슬람을 폄하하던 네덜란드 고흐 감독의 암살, 그리고 파리 북부에서 프랑스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모슬렘 이민자들의 데모 등, 유럽에서는 표현의 자유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인데, 이슬람세계는 그들의 분노를 억제하지 않고 표출해 온 것을 유럽인들은 목격해 왔던 것이다.

유럽인들이 아랍국가에 가면 그곳 법과 관례를 따른다. 이슬람국가에 가면 술 마시는 것은 금지되었기에 술을 마시지 못하고, 장소에 따라 옷도 편하게 입지 못한다. 즉 유럽인들은 이슬람 현지법과 관습을 존중하는데, 반면 모슬렘은 유럽에 와서 이슬람식으로 살고 있다는 “상호주의(reciprocity)” 측면에서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얼굴전체를 가리는 부르카를 하고서는 유럽인들과 소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부르카는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보고 있다.

연초에 사르코지 대통령은 “부르카는 종교의 상징물이 아니고 여성 굴종의 상징물이다”라고 하며 프랑스에는 이런 비인권의 상징물이 설 자리가 없게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법적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에릭 베쏭 이민장관은 “부르카는 평등을 추구하는 프랑스 정체성에 위배된다”고 말한 바 있다.

프랑스인 중에는 전통적인 관용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방셍 펠롱 사회당 의원은 "부르카는 프랑스의 정체성에 아무런 위협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새로운 법안을 비난한다. 이와 함께 앰네스티 인터네셜날도 부르카 착용 금지는 인권침해라고 보고 있다.

‘똘레랑스(tolerance)의 나라’ 프랑스는 이제 ‘평등’과 ‘공평성’을 동일시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프랑스인들 중에 57%가 부르카 등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전통복장 착용 금지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이렇게 볼 때 부르카 착용 금지는 대다수(majority) 여론에 편승하는 프랑스 정부의 “populism의 방편”이기도 하다.

결국, 유럽에서 부르카 착용 금지를 법안으로 추진하는 움직임은 잠복해 있던 반 이슬람감정의 표출이다. 게다가 부르카 착용 금지는 이슬람 세계의 반 서구정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분명한 점에서 서구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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