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포는 국가의 미래 자산
상태바
해외교포는 국가의 미래 자산
  • 신근수
  • 승인 2003.12.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년전, 파리 몽빠르나스의 한 영화관에서 친구 A씨와  영화 '플래툰'을 보았다. 무겁고 충격적인 내용의 영화였기에, 감상후 까페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A씨가 말했다.
"'조직(또는 군대)이 개인을 위하여 무엇을 하여 주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던지며 이 영화를 보았다."
후에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오늘의 한국 정치판에서 활동하는 정치인이 되었다.  20년전의 추억이지만, 그때 A씨가 던진 한마디는 지금까지 마치 어제인 것처럼 쟁쟁- 귀에 남아있는데...
그 세월의 사이, 그가 말한 '조직(또는 군대)'는 나의 마음속에서 '정부.공조직.정치인' 등으로 대체되어 아래와 같은 질문으로 바뀌었다.
"도대체 오늘날 한국의 정부.공조직.정치인은 한국인(중국 동포 등 해외교포 포함)을 위하여 '무엇'을 하여 주고 있는가?"
  위의 '무엇' 속에서 가장 생각나는 것이 중국 동포들과 관련된 사항들이다.  파리에서 나는 작은 가게를 하는 입장 때문에 여러명의 중국 동포들과 대화하고 함께 일하는 기회가 있었다.  처음, '같은 동족이니까...'라는 동정심이 강했던 것을 숨기고 싶지  않다. 실망도 많았다.
  우선 언어가 많이 달라 애를 먹었고, 사고방식 또한 달라 속 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휴, 연변에서 오신 분들은 어쩔 수가 없어!"
  죽고 살기로 일하는 한국체제와는 다른 사회주의에서 살아온 이 분들은 나름대로 죽고 살기로 일했지만, 생산성이 다르고 인간관계의 설정 자체부터가 상당히 다름을 느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찬찬히 살펴본즉은, '역시 한국인의 피를 나눈 중국동포들 또한 굉장히 우수한 민족의 자손이로구나.'였다. 중국동포들은 일을 함에 우선 깔끔하고, 깨끗하고, 열심이다. 미래를 향한 희망과 펄펄- 끓는 소망은 곁에 선 이가 민망할 정도이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자식사랑에 있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들 또한 우리와 하나 다름없는 한국인의 피를 나누어 가진 한반도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 한국의 정부.공조직.정치인들은 과연 이들을 위하여 무엇을 하여 주고 있는가?
  파리에 앉아 있으면, 중국과 관련된 비지니스를 하는 한국인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원가 없는 나라, 중국 때문에 장사 못해 먹겠다." (특히 섬유.원단 쪽) "자동차.전자.통신 등 또한 한국이 중국에 가서 생산.수출할 수 밖에 없다." "상해에 가 보면, 작년이 옛날 같다." 등등...

  한달 전, 중국 정부의 해외교포 담당 고위 공무원이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기자와 인터뷰한 기사 내용을 열불 터지며 읽었다. 그들(중국)은 확실하게 정부.공조직.정치인들이 해외교포들을 위하여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국으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일이 쏟아지고 있는 오늘이다. 한가하게 삼국지를 읽고, 영화 '영웅'만 보고 중국을 다 안 것처럼 두 다리 뻗고 있는 상황인가? 아니다.
  프랑스 사는 교포로서, 한 중국인 공직자 (화교와 화인에 대한 정책을 수립 관리하는 중국 국무원 교무 판공실의 리 하이펑  부주임)가 한국의 신문기자에게 들려준 아래와 같은 이야기들은 가슴이 찢어지게 아픈 이야기들뿐이었다. 한국은 이조역사처럼 정쟁에 눈이 어두워 너른 세상을 못 보고, 자기 식구조차 못 챙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여자인 이 중국인 공직자는 중국이 자기네 교포를 위한 정책에 있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고 인터뷰한 기자는 적고 있다.

"해외교포는 국가의 미래 자산이다." "그들의 경제력과 잠재력을 모국으로 적극 유치하여야 한다." "국내 정치.경제가 제대로 잘 되어야 해외교포들의 돈이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교포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산업 인프라 건설, 세제 개편 등 모국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기 위하여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해외 이주.유학을 개혁.개방정책으로 정부차원에서 밀고 있다." "거주국 국적 취득 등에 대해서도 유연한 입장을 정부가 취하고 있다." "많은 유학생을 내보냈고, 상당수가 다시 귀국하여 국.내외 각 분야에서 중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10.4매)


(관련기사 인용)


[사람들] "해외교포는 국가의 미래 자산"


리 하이펑 中 국무원 부주임 화교 실태 조사 위해 방한

“해외 동포는 국가의 소중한 미래 자산입니다.

그들의 경제력과 잠재력을 조직화해 모국으로 적극 유치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해외 각지에 뿌리를 내린 화교(華僑)와 화인(華人)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주무 부처 중국 국무원 교무 판공실의 리 하이펑 (李海峰) 부주임이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문 목적은 한국 내 화교들의 실태 조사를 위한 것.

“해외로 진출했지만 중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화교, 귀화한 사람은 화인으로 전 세계의 화교?화인은 6000 여만명에 달합니다.

해외 상공인은 지난 91년부터 2년마다 모여 세계 화상 대회(世界華商大會)를 열고 있어요.

개최국의 경제와 사회뿐만 아니라 관광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각국 정부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 8회 대회는 2005년 서울에서 열립니다.”

지난 94년부터 교무 판공실에서 활동해 온 리 부주임은 해외 각지에 진출한 화상들의 중국 본토 투자가 최근 늘고 있다며, 외국 자본 중 60% 이상이 화교와 화인의 직접투자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서부 대개발 사업에도 이들이 적극 나서, 샤오캉(小康?중산층 수준) 사회 건설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리 부주임은 적지 않은 숫자의 해외동포를 보유한 한국도 이들의 가치와 잠재력을 새롭게 인식하고,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야 할 때라고 전했다.

“자본의 논리는 냉정합니다.

최대의 투자 이윤이 창출되는 곳으로 물 흐르듯 이동합니다.

맹목적인 애국심 때문에 화교 자본이 본토에 투자된 것이 아닙니다.

산업 인프라 건설, 세제 개편 등 정부가 매력적인 투자처를 만들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입니다.”

그는 최근 한국의 이민 열풍에 대해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해외 진출은 1000 여년의 역사를 가졌습니다.

개혁 개방 이후 정부는 해외 이주와 유학을 장려했고, 거주국 국적 취득 등에 대해서도 유연한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젊은이들이 유학을 떠났고, 상당수는 다시 귀국했습니다.

이들은 국내외 각 분야에서 중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글=채성진 기자 dudmie@chosun.com )

( 사진=이기원 기자 kiwiyi@chosun.com )


입력 : 2003.11.12 19:12 22'


(**)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