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절반이 충청도 출신, 대전에선 웃음축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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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절반이 충청도 출신, 대전에선 웃음축제까지
  • 송옥진 기자
  • 승인 2003.12.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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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알만한 개그맨, 웃음꾼의 절반이 충청도 출신이라는 통계가 나온 적이 있다. 양반의 고장, 충절의 고장이라고 알려진 점잖은 동네에서 이처럼 개그맨이 많다는 통계는 처음에는 놀랍다. 하지만 곰곰이 충청도 사람들의 특징을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보통 분위기를 풀거나 우스개처럼 이야기할 때 ‘~해유’하며 길게 말을 늘여 웃음을 자아내곤 한다. 이 말투가 바로 충청도 말투다. 이 느리고 어눌해보이는 충청도 말투는 늘 긴장속에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웃음을 터뜨리게 하고 여유를 느끼게 한다. ‘양반의 웃음’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던 대전문화방송 전영식 프로듀서는 ‘느림’과 ‘느긋함’이 충청도 웃음의 근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충청도의 장점을 그대로 살린 대표적인 개그맨이 전유성씨다. 남보다 절대 잘난체 하지 않고 늘 편안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그의 강점이다. 다소 어눌한 말투와 순박한 웃음으로 인기를 끈 남희석씨의 고향도 충청도다. 봉숭아 학당의 이장님 역할을 하는 능청스러운 개그맨 김준호씨도 충청도 특유의 말투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가하면 충청도라고 느린 말투만으로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다. CF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연기를 해 인기를 끈 이창명씨도 충청도 출신. 임하룡, 최병서씨처럼 콤비플레이에 눙숙했던 연기자들도 있다. 꾸밈없는 모습이 매력적인 이영자씨도 충청도 출신이다. 순박해 보이는 웃음으로 TV 드라마까지 진출한 개그맨 서경석씨도 충청도 출신.
전유성, 서세원 등 고참 개그맨부터 서경석 남희석 등 현재 최정상의 개그맨까지 모두 충청도 출신인 셈이다. 개그맨 외에 윤문식, 최주봉 등 웃음연기를 잘하는 연기파 배우도 충청도가 고향이다.
이처럼 충청도 출신 웃음꾼이 많다보니 ‘개그학과’를 설립하겠다는 대학도 나오고 관련한 이색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실현되진 않았지만 대전 우송대는 이런 충청도의 기질을 살려 99년 국내 처음으로 개그학과를 만들겠다고 밝힌 적도 있다. 당시 우송대는 현직 개그맨, 코미디언, 코미디프로그램 연출자, 작가 등이 강의를 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또 온 나라가 IMF로 웃음을 잃었던 2000년 대전시는 ‘웃음축제’를 기획하기도 했다. 당시 캐치프레이즈는 ‘대전이 웃으면 한국이 웃는다’로 충청출신 개그맨들이 참여해 대전의 중심가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영화 친구의 유명한 대사 “고마 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를 충청도 식으로 하면 그 과장됨에 웃음이 터진다. “어이그 그만 혀~, 배 터져 죽겄어~”
충청도만이 주는 능청스러운 해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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