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포럼]“아이에 대한 욕심과 두려움 내려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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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포럼]“아이에 대한 욕심과 두려움 내려놓아야”
  • 강성봉 기자
  • 승인 2010.03.31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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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지난 26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서형숙 엄마학교 대표가 ‘전문주부 - 담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이란 주제로 행한 131번째 희망포럼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필자의 중학생 때 꿈은 현모양처였다. 가정에서 일을 해 돈을 버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뒷바라지를 하는 존재, 웃는 낯으로 아이를 남편을 맞는 존재도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학에 다닐 때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결혼을 했다. ‘예쁘구나’ 하고 쳐다보았다. 그러나 ‘나는 쟤보다는 결혼을 더 잘해야지’ 생각을 했고,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이애나의 결혼이 겉모양은 그럴 듯하지만 알맹이는 없는 결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이애나비가 윌리엄 왕자를 낳았을 때도 ‘내 아이는 윌리엄 왕자보다 잘 길러야지’ 생각을 했다. 윌리엄왕자는 시종이 양말을 갈아주고 우유를 먹이지만 어머니가 기르는 것보다 나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니까 달랐다. 남편이 건축사 시험을 준비할 때여서 아침 점심 저녁을 해 댔고, 시누이 뒷바라지도 하면서 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았다. 어느 날 보니까 나도 모르게 아이를 잡고 있었다. 정신이 버쩍 들었다. 욕심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내가 왜 이러나’ 스스로를 살피고, 아이를 살피고 주변을 살피면서 달콤한 육아를 체험하게 됐다. 선택과 포기를 깔끔하게 하는 성격이 도움이 많이 됐다.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다 공부를 포기하니까 인생이 참 편했다.

공부를 포기하면서 전문주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는 어떻게 하면 좋은 엄마가 될까, 다정한 아내가 될 까 고민했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아이를 잘 살펴보고 나를 잘 들여다보았다.

만사가 고달파도 아이를 사랑으로 대했더니 아이랑 있는 순간은 천국이었다. 맑디맑은 눈망울로 엄마를 응시하고 되지도 않는 혀로 옹알이를 하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토실토실 살찌우더니 있는 힘을 다해 뒤집기를 하며 자랐다. 겨우 기더니 더듬더듬 서고 걸어 엄마인 나를 향했다. 방실방실 웃는 모습이 천사의 모습이었다. 그 뿐이랴. 이가 나고 엄마라 불러주니 나 역시 온 우주를 얻은 듯 행복했다. 엄마가 되어 이런 복을 누리는구나 싶어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인간으로 사는 동안 최고의 행복이 아이 키우기다. 거짓말처럼 두 돌이 되니 이미 아이에게 다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이유는 욕심과 두려움 때문이다. 아이가 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는 욕심, 다른 아이보다 똑똑해야 한다는 욕심과 아이가 가난하고 무능한 엄마를 만나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아이들에게 화를 내게 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욕심과 두려움을 놓아버렸다.

결과적으로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 비용도 안 들고 애먹지 않고 아이를 기를 수 있었다. 육아가 달콤하고 교육이 편안했으며 삶이 행복했다. 두 아이는 두 돌 이후의 긴 세월 동안 행복이 뭔가를 쉬지 않고 보여주었다. 아이를 아이로 들여다보고 놓아두면 절로 큰다. 아이 키우기만큼 남는 장사는 또 없다.

필자는 모든 엄마들이 행복하길 소망한다. 그래서 비법이랄 것도 없지만 이런 아이 기른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이들을 맞으려 북촌, 한옥에 엄마학교를 열었다. 엄마들을 위해 청소하고 차를 준비하고 자료를 모았다. 이왕이면 가장 좋은 말로 아이를 어르고 가장 나은 표정으로 아이를 맞듯 물품 하나를 사도 물건 하나를 놓아도 같은 값이면 더 예쁘게 더 정겹게 꾸몄다. 어느 것 하나 허투로 놓지 않았다. 여기서 내 아이에게 내가 했던 것처럼, 내 엄마에게 내가 바랐던 것처럼. 내 스승이 내게 하셨던 것처럼, 내 스승께 내가 바랐던 것처럼 엄마들을 대하려 했다.

엄마학교에서 필자가 욕심과 두려움을 이긴 방법 다섯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는 ‘참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아이가 100점 맞는 것, 특목고, 명문대가 우리의 목표가 아니었다. 돈 없고 학식 없어도 누구에게도 피해주지 않으며 살기를 원했다. 돈보다 더 중요한 사람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었다.

둘째는 ‘인정했다’는 것이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그렇다 인정했다. 아이는 아무집에 가서나 먹을 게 있으면 먹고 아무에게나 매달린다. 그게 아이다. 이렇게 아이를 인정하고 나니 편해졌다.

세 번째는 ‘서두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밥값을 하듯이 너희들도 밥값을 해라. 너희가 밥값하는 것은 ‘학교열심히 가기’, ‘선생님 쳐다 보기’, ‘숙제 꼭하기’ 이 세가지다. 이 세 가지만 꼭 하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야간학습 안하고 기다렸다. 그러자 아이들이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워 아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성적도 좋아졌다.

네 번째는 ‘대가를 치렀다’는 것이다. 엄마가 산고를 치렀기 때문에 아이가 대가를 치른다. 아이 냄새가 나로 하여금 살 맛 나게 하고 아이가 기쁨을 준다. 그것으로 충분히 대가를 치른 것이다. 잘난 아이는 잘난 문제를 내 놓는다.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과 한집에 살 수 있으면 좋겠다 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잘 살겠다’고 약속을 하고 결혼을 했다. 이 약속을 어기려면 하객들에게 축의금 봉투를 다시 갖다 줘야 한다. 결혼 서약 지키는 것 그것만 하면 부부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다.

다섯 번째는 ‘나름대로가 아니라 너름대로 했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너의 주장대로가 아니라 내 주장대로’ 산다. 그러나 내 주장대로가 아니라 너의 주장대로 너름대로 살면 가정이 평화롭고 온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천재는 바보에게도 배울 게 있다. 그러나 바보는 천재에게도 배울 게 없다. 필자는 엄마보다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아이들에게도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늘 생각하는 게 ‘엄마 본분을 다 하자’, ‘아내 본분을 다 하자’, ‘사람답게 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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