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아시안 도구로 전락한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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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아시안 도구로 전락한 영어
  • 뉴질랜드일요신문
  • 승인 2002.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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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신이민법으로 인해 뉴질랜드 주류 사회와 아시안 커뮤니티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신이민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뉴질랜드 한인회를 비롯 중국 커뮤니티와 Act당 등은  탄원서 서명운동을 개별적으로 전개하면서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중에 있고 그동안 이민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진 뉴질랜드이민투자협회(NZAMI)마저 정부를 상대로 새로운 이민법에 대해 제소할 계획임을 피력하고 나섰다.

이에 이민부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아시안 커뮤니티와 접촉을 갖고 진화에 나섰지만 신이민법에서 한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민부의 설명대로 영어가 공용어인 뉴질랜드에서 영어를 잘 하면 생활하는데 편리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방법론적으로 그것이 꼭 IELTS 영어시험을 의무화하고 점수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었나 하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이번 조치로 장기사업비자, 기업이민, 투자이민 신청시 필수적인 IELTS 평균 5점은 IELTS 시험 편람에 따르면 중간 사용자(modest user)에 해당된다. 이들은 많은 실수를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부분적인 언어구사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반기술이민의 경우 상향조정된 6.5점은 유능한 사용자(competent user)와 훌륭한 사용자(good user)의 중간 정도로 분류될 수 있다.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로 실시되는 IELTS 시험에서 9점 만점에 평균 6.5점은 Act당 Richard Prebble 당수가 지적한 것처럼 현지인도 받기 힘든 점수이다.

하물며 평생을 비영어권 나라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겐 넘기 힘든 벽으로 다가 온다.

여기에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경우에는 영어시험을 면제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에 따라 영국이나 미국, 호주 출신 이민신청자들은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결국 영어시험을 강화한 새 이민법은 비영어권 출신 이민신청자들만 막을 뿐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사실 뉴질랜드 정부가 신규 이민자들의 영어능력 향상을 위해 그동안 해 온 일이 무엇인가. 영어점수가 안되면 교육비까지 선납하고 이 나라 들어와서 자기 돈으로 영어공부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 않은가. 캐나다처럼 국비로 신규 이민자들이 일정 영어코스를 이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본 적 있는가.

신규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인턴제도 활성화나 지역 커뮤니티 등에서의 국비 영어학습 프로그램 등이 이번 신이민법 시행과 맞추어 마련됐다면, 신규 이민자들의 뉴질랜드 사회 정착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이민법 개정의 명분이 이처럼 아시안들의 반발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이와함께 정부의 이러한 조치들이 ASSNZ(Asian Social Services of New Zealand)이 지적했듯이 아시안을 영어 잘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양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많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새 이민법이 수정없이 강행된다면 뉴질랜드에서 아시안들은 영어라는 족쇄로 관리되는 소수민족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지도 모를 일이다 <전재우 편집장>
<일요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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