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책 도서관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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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책 도서관 만듭니다”
  • 강성봉 기자
  • 승인 2010.03.2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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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경업 길림시조선족군중예술관 관장

전경업 관장
“길림시에는 조선족이 17만이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책 도서관은 한 군데도 없어요. 조선족을 위한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지요.”

중국 길림성 길림시조선족군중예술관 전경업 관장은 본지를 방문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조선족 인구가 29만여명인 연변조선족자치주 주도인 연길시에는 한국어책 도서관이 이미 여러 개가 있다. 반면에 길림시에는 조선족 인구가 연길시의 2/3 가까이 되는 데도 우리말 도서관은 아직 하나도 없는 셈.

전 관장의 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조선족 예술관의 존재 이유는 조선족이 있다는 것입니다. 문화예술을 통해, 순수문학을 통해 또 조선족이 읽을 수 있는 책을 모아놓은 도서관 건립을 통해 조선족의 정체성을 이어나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 예술관의 존립근거가 될 것입니다.”

길림시조선족군중예술관은 길림시의 조선족에게 고유한 민족 문화예술을 보존ㆍ전승하고 보급하는 기관. 예술관은 지난해까지 8차에 걸쳐 조선족민속문화제를 매년 한 차례씩 개최하고 있다.

길림시 조선족민속문화제에는 조선족 문화예술 단체들이 농악, 사물놀이, 노래 자랑, 무용 등 여러 종목에 참가하여 기량을 겨룬다. 2004년도 사물놀이 공연은 무대에 오른 사람만 1,500명에 이를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그렇다고 예술관이 순탄한 길만 걸어온 건 아니예요.”

중국 건국 이후 1951년 조선족 교사들의 ‘신문 읽는 모임(독보조, 讀報組)’으로 시작해 1950년중반에 조선족 문화관이 만들어졌으나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1969년 폐관되고 한족예술관에 복속됐던 것. 조선족예술관이 다시 문을 연 것은 개혁개방 이후인 1979년. 예술관은 현재 길림시 중심가인 통담대로(通潭大路)에 연건평 1,600평의 4층 건물을 확보하고 있다.

“조선족 문화예술을 지키고 발전시켜온 조상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조선족 예술관이 있을 수 있는 거지요.”

전 관장은 예술관의 자랑거리의 하나로 우리말로 된 순수문학지 ‘도라지’를 30여년 발간해 온 것이라 말한다. 조선족이 발행하는 많은 잡지들이 문예지에서 시사지로 정체성이 오락가락하면서 사라져 갔지만 도라지만은 꿋꿋하게 순수문학을 고수하면서 자리를 지켜왔다는 것.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는 데에도 ‘도라지’의 한국인 고문인 방송통신대학교 조남철 교수가 책을 모아주겠다고 한 게 큰 힘이 됐어요.”

길림시조선족군중예술관 도서관은 전경업 관장의 진두지휘 아래 올 9월 개관을 목표로 책을 모으는 등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선족이 찾지 않으면 조선족 예술관이 존재할 이유가 없지요. 도서관은 조선족군중예술관에서 우리 동포들이 모일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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