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용정·도문 묶어 연변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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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용정·도문 묶어 연변시 만들자”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0.03.22 11: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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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행정구역 개편 논란

이룡희 주장
“옌볜자치주를 3개구 5개현으로 고치겠다. 연길(옌지延吉), 용정(룽징龍井), 도문(투먼圖們)을 묶어 옌볜시로 만들겠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이룡희 주장의 이같은 발언으로 조선족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6일 전국인민대표회의 지린(吉林)성 소조회의에서 이룡희 주장은 “연용도(옌지, 룽징, 투먼) 지역을 일체화 해 120만명 인구의 규모도시로 건설하면 러시아, 조선과도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족 자치주인 옌변주의 행정구역을 개편해 옌변시를 새로 만들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후 흑룡강신문, 연변통신, 길림신문 등 조선족 사회를 대표하는 동 포언론에서 ‘찬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올 것이 왔구나”라고 푸념 섞인 탄식을 뱉어내고 있다. 반면 많은 조선족 네티즌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가”라며 조선족 사회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리용희 주장 “옌·룽·투 통합시킬 것”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이룡희 주장은 두만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하면서 “옌지 룽징 투먼을 하나로 묶어 경쟁력을 갖춰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구역 조정과 관련 “이미 국가민족사무위원회 등과 협의해 긍정적 답변을 얻었다. 한꺼번에 추진해야할 지 점진적으로 바꾸는 것이 나은지에 대해서만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밝혔다. 옌지시 룽징시 투먼시를 묶어 하나의 시로 만드는 사업이 어느 정도 구체성을 띠고 있음을 암시한 것.

리 주장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비교하면 연길시는 인구가 겨우 50만명이고 연길과 용정은 17km에 불과하는 작은 도시”라면서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천고에 지을 죄’ 대 ‘낡은 생각 버려야’

조선족 사회는 인터넷을 통해 리 주장의 발언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주를 시로 고치지 않아 발전하지 못했는가? 이름을 고친다 해서 발전에 이로울까”라는 글을 올렸고, 또 다른 네티즌은 “경제적으로는 말이 될 수 있으나 민족적으로 볼 때 아주 불리한 설법이다. 잘못하면 천고에 지을 죄를 범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네티즌은 “중국에는 자치시라는 행정지역이 전혀 없다. 참 기막히는 일이다” “연변시로 되면 민족자치라는 게 전혀 없어지게 된다” “누구도 민족의 문화와 유산, 권리를 대가로 한동안 잘 살려는 건 민족앞에 못할 짓이다” 등 조선족 자치주를 없애고 자치시를 만들려는 계획에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찬성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일부 네티즌은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옌볜이 발전할 수 있다. 옌볜주보다는 옌볜시가 외자유치에 용이하고 흡인력도 클 것”이라고 찬성하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 전문가 의견 엇갈려

연변의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은 리 주장의 이번 발언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상황을 냉철하게 지켜보자는 것. 그러나 조선족전문가들은 리 주장의 주장대로 자치주가 사라지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우리 문화가 상당 부분 소멸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연변의 발전에 대해 긍정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장전 도시건설계획설계연구소 소장은 10일 “연변은 응당 최대한도로 공업과 상업, 관광 등 자원을 통합해 발전해야 한다. 연길은 관광서비스업발전에 적합할 뿐 공업발전에는 부적합하기에 중형공업은 룡정 혹 도문에 분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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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조선족자치주는?
옌지(延吉)·투먼(圖們)·둔화(敦化)·허룽(和龍)·룽징(龍井)·훈춘(琿春)의 6개시와 왕칭(汪淸)·안투(安圖) 2개 현으로 이루어져 있다. 11개 민족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조선족이 약 41%를 차지한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의 근거지였으며 청산리항일전승지, 봉오동항일전승지, 일송정 등 유적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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