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 역할 못하는 재외동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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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 역할 못하는 재외동포재단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0.03.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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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한인회장 대회 운영위원회가 제 구실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회 운영위원회가 결정한 대회 일정조차 이후 외교부에 의해 번복됐기 때문이다. 매년 봄 열리는 한인회장대회 운영위원회는 통상적으로 당해년도에 열릴 한인회장대회의 일정과 프로그램을 확정짓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열린 대회 운영위원회가 운영위원회에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임무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과연 한인회장 대회 운영위원회는 무얼 하는 조직이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운영위원회가 그렇게 운영되도록 만든 재외동포재단에 대한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안된 이야기지만 한인회장대회 운영위원회가 ‘재외동포재단의 거수기 역할 정도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는 진작부터 있어왔다. 단지 이번 대회 운영위원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이번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올 1월 13일에 열린 제17차재외동포정책실무위원회에 재단은 2010 세계한인회장대회를 6월 22일부터 25일까지 개최하겠다고 자료를 제출했다. 재단은 이것을 기초로 이달 초 열린 대회 운영위원회에 동일한 일정을 제시했다. 일부 한인회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일정은 그대로 확정됐다.

문제는 대회 운영위원회가 확정한 일정 안에 6.25가 끼어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 호주,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 등 전투부대를 파병한 16개국에서 6.25 참전용사를 초청하여 위로하는 행사는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행사일 뿐만 아니라 이민자로서 현지국가에 살고 있는 동포사회와 현지인들의 우의를 다지는 아주 뜻 깊은 행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한인회가 중심이 되어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는 6.25가 일어난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인회장 대회가 재단이 제시한 일정대로 치러지면 한인회장들은 6.25 행사에 참여하든가 한인회장대회에 참여하든가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었다.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외교부에 의해 일정이 조정된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누누이 반복되는 동포사회를 모르는 재단 이사장에 대한 문제 제기부터 재단 직원들의 타성에 젖은 업무처리방식, 동포사회를 대변해야할 한인회장들의 책임 방기에 이르기까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동포들의 시선은 따갑다.

어찌됐든 이번 한인회장 대회 운영위원회는 동포들로부터 기본적인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문화체험이나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더 많은 책임이 운영위원들을 잘못 이끈 재외동포재단 권영건 이사장을 비롯해 재단 관계자들에게 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 까닭은 운영위원들을 잘못 이끌음으로써 기본적인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그들의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소중한 국고를 낭비했기 때문이며, 한인회장들은 봉사직이지만 재단의 관계자들은 국고로부터 급여가 나가는 상근직이기 때문이다.

재단은 밥값이라도 제대로 하라는 얘기가 나올 법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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