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이 본 한국술집과 일본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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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이 본 한국술집과 일본술집
  • 월간아리랑
  • 승인 2002.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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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어른으로부터 “남자 못난 놈이 이발관 술집 잘 옮긴다”라는 말을 배웠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맛을 더해주는 말이다.
단골 이발관에 가서는 아뭇소리 않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알아서 ‘미남’으로 잘 만들어 준다.

단골 술집 하나 잘 만들어 두면 이것 또한 편하다. 그러나 단골 술집을 잘 만들어 둔다는 것은, 술집이 좋아서 손님이 선택할 권리도 있지만, 손님으로서 조금 노력도 필요하다. 술 잘 마시고 술값 잘 지불한 것만으로, 좋은 손님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 돈 내고 지 술 마시고’ 나간 다음 “아이고 저것”하면서 욕 얻어먹는 사람도 가끔은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저녁에 만나야 되는 사람도 늘어간다. 저녁식사에 술 한 잔 겸한 후에 헤어질 경우도 있지만, ‘한 잔 더’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아니면 오늘은 아예 허리띠를 풀어놓고 한 잔 진하게 마시자고 작정하고 만나는 경우도 술꾼에겐 가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한 잔 더’ 아니면 ‘작정하고 한 잔’한 2차의 경우, 사람에 따라서 가는 곳이 여러 타입이 있겠지만, 나와 내 주변 사람의 경우 가는 곳은 주로 ‘스낙크’ 아니면 조금 더 비싼 곳 ‘그라브’이다. 내가 한국사람이므로 한국술집을 가는 경우도 일본술집을 가는 경우도 있다. 오사카(大阪)에서 한국술집이라면 주로 미나미(南) 아니면 이마자토 신지(今里新地)이다.

술집분위기는 구성원 수준이 결정
우선 한국 ‘스낙크’, ‘그라브’는 일본술집보다 비싸다. 일본 친구들도 한국술집은 비싸다면서, 나에게 왜 한국술집은 비싸냐고 질문을 해 오는 경우가 왕왕 있다. 중하급 한국술집이 상급 일본술집 값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아서 이 정도면 일본술집 중급 아니면 하급이구나 하고 느끼는데, 술값은 일본술집의 상급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란 술집 아가씨의 미모, 교양, 매너 등이고, 그 술집 전체 구성원의 수준이다.

한국술집 아가씨들은 술집 아가씨로서 프로의식이 없다. 술집 여자 즉 ‘호스테스’로서, 접객업소의 종업원으로서, 직업인으로서 의식이 없다. 그런 결과 술집에서 만난 남자와 술집 여자 즉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만을 생각하게 되는 건가?

일본술집에서 본 어떤 아가씨는 자기 근무시간이 끝나자 자기 또래의 여자로 변신하고선 바이크를 타고서 당당하게 퇴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까 내 술자리에 앉았던 아가씨라고 인사라도 전하려 했지만 눈은 벌써 딴 곳으로 돌아서서 못 본척하고 간다. 방금 내 직장에서 근무할 때에 본 손님이지만 여기에선 굳이 아는 척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술집 여자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알아주는 직업이 아니다. 근무 시간만 철저하게 술집 여자를 하겠다는 것이고, 그 시간이 끝나면 자기가 지향하는 한 여성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며. 자기가 지향하는 여성으로 돌아가는 데에 술집에서 만났던 손님은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술집 여자의 韓日 차이
일본술집 여자들은 근무 시간과 자기 시간을 철저하게 잘 지키는 시간의 使い分け(つかいわけ)이다.
한국술집 여자들은 어떤가? ‘그라브’가 끝날 때까지 그 손님을 가지고 있다가 그냥 ‘사파’까지 데리고 가려고 애를 쓴다.

‘사파’란 깊은 밤(밤 12시가 넘어서 하는 술집, 어원은 잘 모름)에 하는 술집이다. 하나의 술집이라도 12시까지는 ‘그라브’라는 이름으로 술장사를 하고 12시가 넘으면 경영자가 바뀌면서 그때부터 ‘사파’가 된다. 술집 여자들도 그라브까지 한탕 영업을 하고 또 사파라는 곳에서 또 한탕, 하룻밤에 두 탕을 하는 셈이다. 그래서 그라브의 손님을 사파까지 끌고 갈려고 애를 쓴다.

종업원이 출근하면서 ‘봉’까지 데리고 들어오니 술집주인이 보면 그야말로 ‘효녀’인 셈이다. 자기 옆에 앉았던 ‘봉’이 사파까지 간다고 하는데도 자기가 사파에 근무를 안 할 경우 이젠 그 손님을 팔아 넘기거나(?), 아니면 자기가 아는 사파나 사파에 나가는 아가씨에게 소개를 시킨다. 이렇게 소개를 시키면 뒤에 사례로 무엇이 오고갈 지는 짐작할 만하다. 이렇게 손님을 사파까지 몰고 가려면 온갖 애교는 말할 것도 없다.


결과적으로 한국술집 여자들은 근무 시간과 자기 시간에 대한 구별이 없는 느낌이다. 한국술집 여자는 술집 여자로서 교육이 덜 되어 있는 느낌을 항상 받는다.
옆에 앉아 있는 술집 여자들이 가끔 근무시간 중에 술이 취해 있는 때도 있다. 술이 취해 종업원인지 손님인지 구별이 불가능해 횡설수설을 손님이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비싼 술값을 지불하는 술집에서 이거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상태이고, 주인을 불러 주의를 주고 나오고 싶을 때도 있지만 ‘다시는 이 집에 오지 않으마’하고 돌아서 버린다.

손님보다 더 훌륭한 행세를 하려는 여자들도 있다. 나는 왕년에 이러이러했는데, 자기의 삼촌은 누구누구인데 등등의 경우를 애써 표현하려고 노력하면서, ‘나는 술집에 앉아 있을 여자가 아니오’, ‘나는 이러이러하게 훌륭한 사람이오.’라고 자기를 올리려고 무진 애를 쓰는 경우도 본다. ‘그리 잘 나고 훌륭한 사람이라면 왜 일본에 와서 술집에 앉아 있는가’라고 오히려 반박을 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손님의 말을 가로막고 자기가 참견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조용히 이야기나 하면서 술 한 잔해야 할 손님과 같이 갈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 손님의 말 중에 끼여들어 말참견하는 경우이다.

한국술집 여자가 일본술집 여자보다 조금 낫다고 생각될 때도 있다. 까불고 떠들고 술집 여자로서 아니면 평범한 여자로서 교양이 없어 보이지만 깊은 정은 있는 것 같다. 일본술집 여자들은 확실히 근무와 자기를 구별하기 때문에 깊은 정이 없어 보인다. 그저 ‘다테마에’로서 손님을 상대하려고 하지만 한국술집 여자는 ‘다테마에’, ‘혼네’의 구별이 없다. ‘일본술집보다 좀 따스한 정이 있는 것 같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한국술집을 즐겨 찾는 일본친구들이 한국술집을 가는 이유가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한국사람 술집에서 느끼는 이런 장점과 단점을 잘 보완하고 술장사를 한다면 좀더 좋은 술집이 될 터인데 하고 느낄 때도 있다.

한탕주의가 있다.
술집 경영자의 경영방식에서 생각해야 될 경우이다. 한국술집은 주로 ‘마마’가 한국에서 온 사람이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온 마마는 주로 한탕주의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즉 손님과 업주로서 좋은 관계를 오래 지속하면서, ‘단골’로 만들자는 인식보다 오늘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오늘 철저히 털겠다는 집도 상당수 있다. 양주 한 병이 반 이하로 줄어들면 한 병 더 시키게 만들려고 있는 수단 없는 수단 다 보인다. 술꾼들은 바보가 아니다. 술꾼일수록 경험이 풍부하다. 마실 의향도 없으면서 계속 미즈와리만 만드는 그런 술집 치고 길게 가는 집 없다.

또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경영하는 술집과 다른 업종의 음식점 등에서도 보이는 공통된 경우는, 주위와의 협력이 없고 불협화음이 귀에 잘 들린다. 즉 얼른 한탕 벌어서 한국으로 가겠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주위와 사이 좋게 친화하여 오래오래 잘 벌겠다는 것보다 한탕주의인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잘 벌어서 한국으로 금의환향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것 같다.

글쓴이: 신재경 교수는 1955년 제주 출생으로, 1985년 일본으로 건너와 교토 류고구(龍谷)대학 대학원 경영학연구과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거쳐, 현재 교토소우세이(京都創成)대학 경영정보학부 조교수로 있다. 홈페이지:http://homepage1.nifty.com/shin-jk

[신재경교수의오사카통신]



신재경 2002-08-28 (127 호)  
SHB01057@nif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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