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거래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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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거래가 세상을 바꾼다”
  • 강성봉 기자
  • 승인 2010.02.08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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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포럼/127번째 강연]


박창순 대표
이글은 지난달 22일 덕성여중 강의실에서 박창순 한국공정무역연합 대표가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공정무역’이라는 주제로 행한 127번째 희망포럼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편집자주>


필자는 30여 년 공직생활을 하며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었다. 2005년에 정년퇴직을 하게 됐고, 갑작스레 너무 많은 시간이 주어지자 몹시 힘들었다.

그러다가 평소에 활동하던 한살림운동에서 우연히 ‘공정무역’에 대해 알게 되고, 공정무역을 소재로 TV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되었다.

공정무역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생태·생명·환경문제들과 닿아 있는, 하지만 새롭게 만나는 세상이었다.

이 다큐멘터리가 2006년, 당시 방송위원회의 ‘방송콘텐츠 지원사업’으로 선정되었다.

그래서 2006년 1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1년 동안 아내와 함께 공정무역 제품 생산국가인 인도, 네팔, 필리핀과 공정무역 제품 소비국가인 일본,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공정무역 생산자와 소비자, 단체, 회사의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활동을 2부작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거래’에 담았다.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필자는 공정무역에 푹 빠졌고 네이버에 ‘한국공정무역연합’이란 카페를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공정무역에 뛰어든 필자는 이후에도 벨기에, 가나, 영국, 프랑스, 스위스, 파키스탄, 스리랑카, 네팔 등을 방문했다.

많은 공정무역인들과 교류하면서 공정무역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한국 사회에 공정무역을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다큐멘터리 제작과정과 본격적으로 공정무역에 뛰어든 이후 최근의 활동까지 4년간의 기록을 담은 〈아름다운 거래〉라는 책까지 쓰게 됐다.


공정무역은 오늘날 지구촌이 안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빈곤문제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이자 사업이다.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생산자가 환경에 부담을 덜 주고 생산한 농산물, 수공예품 등을 제값 주고 삼으로써 가난한 농부와 노동자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공동체가 지속되도록 돕는 일이다.

공정무역운동은 세계적으로 6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2000년 들어 유럽과 미주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정무역 마크 인증 제품의 판매량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는 개발도상국가의 가난한 생산자와 그 가족 700여만 명의 삶이 나아지고 있으며 지역사회가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공정무역은 ‘원조’나 ‘기부’가 아닌 ‘공정한 거래’다. 공정무역 제품의 품질과 가격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편견이다.

생산자에게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자는 것은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자는 것이 아니다. 비싸게 팔면 팔리지 않는다.

공정무역은 중간 유통단계를 합리적으로 조정, 유통비를 최소화해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돌려줌으로써 제3세계의 생산자들이 좋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하고 그들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 주자는 운동인 것이다.

공정무역 제품가격을 결정하는 기본 원칙은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국제공정무역인증기구(FLO)의 공정무역마크를 획득한 제품의 가격은 가격이 폭락해 제품의 시세가 들쭉날쭉 해도 가족들의 기초 생활이 가능하도록 최저가격을 보장한다.

여기에 공정무역 제품 생산자 조합의 구성원들이 조합 공동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프리미엄을 5~10% 더 지급하는 선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농산물은 유기농 제품이어야 한다. 조합원들은 사회적 프리미엄으로 지급되는 돈을 마을 공동의 펌프를 파는데 가장 먼저 사용하고, 학교나 병원을 짓는 데 사용한다.

따라서 공정무역은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생산자들의 노동과 생산물에 대해 공정한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지구촌에 닥친 빈곤과 기후변화 문제를 줄이거나 풀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된다.

그것은 자유무역 체제로 인한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좀 더 공정하게 바꾸려는 노력이다.

공정무역은 또한 세상을 바꾸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물건을 사는 것은 투표하는 행위와 같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태도에 따라 가까운 세상 혹은 먼 미래가 결정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정무역을 통해 소비자들은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세계에서 공정무역이 가장 역동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시장은 영국이다. 영국에서는 테스코, 막스앤스펜서, 세인즈베리 같은 슈퍼마켓에서 공정무역 마크가 붙은 제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영국 국민 70%가 공정무역마크를 알고 있으며, 4명 가운데 1명이 정기적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한다.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국가에서는 공정무역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큰 흐름을 이루어 나가고 있으나 한국은 그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공정무역 재단, 아름다운 가게 등의 노력으로 한국사람들의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 변화할 것으로 확신한다.

단지 우리가 필요한 상품을 제 값을 주고 사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여기에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고 쓰는 물건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각하기만 하면, 특히 아동노동 착취나 환경파괴를 하지 않고 생산된 제품인지 생각해보고 구매하는 작은 실천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거래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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