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규 신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게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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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규 신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게 드리는 글
  • 김삼오
  • 승인 200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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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시드니에서 한국의 통일부가 중심이 된  한민족 통일 문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여기   발표자의  한 사람이었던 김경일 북경대학 교수가  거론한 조선족  사례가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저의 입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봐  그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지금 일고 있는 재중동포  국적 회복 운동에는 배후 세력이 있다고 까지 말하면서   강한 반대 의사를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100년에 걸쳐  형성된 조선족 사회가  와해될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입니다.   김교수의 우려는 이해가 갑니다만,  주지하디시피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문제는 왜 재중동포들이 한국에 와 살고자 하는가입니다.   이유는  물론   그들의   중국 내 경제적  처지가  한국에서보다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대 재중동포 정책은 어떤 것이어야 할 까가 분명해집니다.  이들이 거주하는 곳에서의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튼튼하게, 그리고  장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주는 쪽으로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쪽 현황을  잘 모릅니다만, 제가 25년간 살아온 시드니의 사례를 바탕으로 짐작하건대,  그 반대가 아닌가  합니다.  현지 정착 지원이 아니라   민족 정체성 유지라는 구실로 하는 고국 지향적인 프로그램들이 주로라는 얘기입니다.
재외동포재단은 해외공관을 통하여 우리에게 와 닿지만 재외동포정책을 집행하는 최 일선 창구라고 생각됩니다.

한인교회만 150개

   호주 교포 약 5만의 80%가  시드니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1세는 물론  1.5세와 2세도 대부분  한국말 잘하고 한국 문화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민, 관광, 유학 등으로 한국에서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어 그 커뮤니티는  1세 중심이어서 그렇습니다.    인구에 비하여 분명 과잉인 한국어로만 예배를 보는  교회가  150개,   동족이 고객의 거의 전부인  한식당이 적어도 100여 개,  동포만을 대상으로 하는  코리언이라는 이름이  붙은 단체들만도 수백개가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교회가 한글 학교를 두고 있습니다.  2세 한인 아동들이 호주 현지인보다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되는 1세 젊은이들로부터 수영, 축구, 태권도, 음악, 과외 등  코칭과 레슨을  받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가정이  한국으로부터 오는 위성 텔레비전 프로와 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  
  여기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간단합니다. 고국의 정부는 이러한 한인사회에 대한  민족  정체성 유지는 염려를 놓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재외동포 지원에 쓰이는 돈을 아껴 한인들이  현지 사회에 뿌리를 내리도록 돕는 정책에 모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 한인사회의 문제와 관련 지난 20여년간 글을 써온 사람이지만,  호주  동포 지원으로 책정되는 한국 정부의 예산 규모가 얼마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대부분  지원 받는 사업을 보면 ‘한국의 날’ 행사, 아동 학예회,  한국 문학 경시대회 같은   행사와  각종  이름의 한국 초청 프로그램으로서  그렇지 않아도 몸은 현지에 있으면서  맘은 한국에 가 있는 사람을 더 그렇게 만드는  것들입니다.
미국과 캐나다도 같다고 봐지는데 대부분 서방 지역 한인들은 각자 알아서 삶을 꾸려 나가지만,  거주국 사회에서 우리대로 전체 차원에서  건전한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나가는 정책과 지적 리더쉽이 없어  손해 보는 게 이민 저만이 아닙니다.   저는 그런 정책과  실천을 위한 프로젝트의 예를 구체적으로 들 수 있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합니다.            
  저 개인으로는 해외 한인 사회들이 자체적으로 이런 과제를 수행해나가기를 바랍니다만, 이게  잘  안되고 있습니다.  고국 정부에 재외동포정책이 있다면 이런 쪽을 자극하고 지원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    
  
동포는  시집간 딸  

    해외  한인 사회는 가만 두면 자동적으로  고국의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채가 될 수 있습니다. 늘어나는 역이민이 바로 한 예입니다. 해외로 나간  한인을 시집간 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딸이 가난하면 친정을 도울 도리가  없습니다.  재중동포들은 해외에서 오래  살았으면서도 한국말과 문화를 어느 지역 동포들보다 잘 간직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어머니 나라에 와 살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하는데 왜 안된다고 할까요? 따져보면 이들이 가난하기 때문입니다. 민족 정체성보다  현지 정착을 돕는 일이 더 중요한 사례입니다.
    신임 이사장의 복안은 지면을 통하여 일부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르면 과거 행사 중심에서 정책 입안에 필요한 기초작업에 치중하겠다고 하시니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또 해외 지역을 7개 권역별로 나눠 담당관을 두겠다는 안도 참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  
    사실 낯설고 물 설은  외국에 나가면 외롭고 어렵다는  공통점말고는  이민 나가는 한인들이 만나는 해외 사정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그간 정부는 그런 다양한 지역을 놓고 정치적 프로젝트를  빼놓고는 천편일률적인 재외동포정책을 펴오지 않았나 반성해볼 일입니다. 고국을 잊어가는 일본이나 구소련 권 3, 4세대  동포들에게나 절실히 필요한  고국 지향적인 정책을 엇그제 밖에  나와 뻔질나게 한국을 드나드는  동포들에게도 똑 같이 실시하는 아이러니가 한 예입니다. 주요 지역에 따른 다변화와 전문화된 정책이 필요합니다.  
저는 재외동포재단은 교민청 설립의  대안이지만, 재단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그 업무  추진은 우선 순위가 높은  해외 현지의 발전 지향적인 프로젝트를 찾아 지원하는 그랜트 (grants) 배정 위주가 되어야 하고, 그 방식을  잘 운용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해외 지역 한인사회로부터 매력 있는 발전  프로젝트  (project proposals)를 널리   받아  투명하게  심사하고 철저하게 사후  감사하는 방식입니다.  이때까지의 재단의 사업은 서울 중심, 중앙집권적이었다고 여겨집니다.    
얼마전 여기 총영사관을 통하여 한인회와 교포 언론사에 전달된 바  금년  말까지 끝낼 사업에 대한 재단 그랜트 신청을 안내하는 공문은 많은 궁금증을 남겼습니다. 어떻게 그랜트 신청을 그렇게 짧은 기간에 신청과 심사를 마치는가도 문제고, 앞으로 어떻게 한다는 장기 계획에 대하여 전혀 설명이 없으니 말입니다.  
그랜트의 대상으로 우선 순위가  주어질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고, 다만  한인의 날, 회관과 문화 센터 건립, 지역 한글 학교 개보수 사업 등을 예시했는데, 이런 물리적 시설과 관련 된 사업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성질의 것이거나  한인사회 전체의 발전이란 기준으로 볼 때 우선 순위가 낮다고 저는 봅니다.  
한인들은 어디를 가든 사업하면 회관 건립 등 시설을 먼저로 하는데 서구 사회의 경우, 건물과 장소가 없어 못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김삼오 호주동아일보 편집고문, 한호지역문제 연구소장, 커뮤니케이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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