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지난 8일 덕성여중 강의실에서 이종훈 덕성여대 전 이사장이 ‘일본 경제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행한 126번째 희망포럼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편집자주>
필자는 국방대학원의 요청으로 일본경제에 대해 강의를 했다. 준비하면서 ‘일본이 어떻게 경제대국이 되었는가’에 강의의 초점을 맞췄다. 일본의 역사책을 다 훑어보면서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너무나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례로 많은 사람들이 일본이 명치유신을 통해서 근대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일본은 전쟁을 통해서 근대화 현대화에 성공했다.
개국 이래 일본이 치른 전쟁은 청일전쟁, 노일전쟁, 제1차세계대전, 제2차세계대전이다.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은 참전은 하지 않았지만 전쟁물자를 댐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어 경제대국으로 가는 디딤돌로 활용됐다.
1868년 일본은 명치유신으로 왕정복고를 단행하고 통일국가의 모습을 갖췄다. 1880년대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로부터 문물을 수입했다.
1875년 오끼나와를 일본에 합병하면서 군사대국주의가 시작됐다. 1876년에는 강화도조약을 맺어 조선을 개국시켰다. 1894년 조선에 동학혁명이 발생해 조선정부가 청나라에 군대파견을 요청했다.
일본은 명치 어전회의에서 전쟁을 않기로 결의하지만 영국, 미국 프랑스가 전쟁을 부추겨 동경에서 히로시마까지 철도로 군대를 이동시키고 히로시마로부터 20만 군대가 아산만에 상륙하면서 청일전쟁이 시작됐다. 영국, 미국, 프랑스가 자신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일본이란 깡패를 이용한 것이다.
일본은 순금 3억5천량을 배상금으로 받자 ‘살 길은 이거다’하고 돌아버렸다. 일본은 역사상 처음으로 금화를 발행하고 서양과 무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 이전에는 결제대금이 없어 서양과 거래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은 전쟁만이 살길이라고 인식하고 서양에서 무기를 구입하고, 무기를 만들기 위해 제철소를 세우고 전쟁을 준비한다. 이 때 1천만엔을 투자해 건립한 제철소가 신일철의 전신인 야마다제철소이다. 야마다제철소는 1900년부터 가동이 된다.
노일전쟁도 진행양상이 청일전쟁과 비슷하다. 일본은 노일전쟁을 처음에는 하지 않으려 한다. 러시아는 당시 세계 최강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의 중국과 아시아 진출에 러시아가 장애가 되기 때문에 러시아를 막는데 일본이 이용된다. 영국은 1902년 일본과 영일동맹을 맺는다.
110만명이 동원되고 서양이 돈을 댄다. 일본은 전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미국에서 국채를 발행하는데 이걸 서양세력이 사주는 것이다.
이 전쟁의 목적 역시 기습공격으로 배상금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당시 세계 최강의 러시아 발틱함대가 참전을 위해 쌍뜨 뻬쩨르부르크를 출발해 동해로 향해온다. 처음에 지중해를 통해 오려고 하나 수에즈운하를 관할하던 일본의 동맹국 영국이 통과를 시켜주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아프리카를 돌아오면서 기진맥진해진 상태에서 대마도에 당도한다.
전쟁할 능력을 상실한 발틱함대는 울릉도 앞바다에서 일본해군의 공격을 받아 궤멸하고 러시아는 미국의 중재를 받아들여 일본과 배상금 없이 강화조약을 맺게 되는 것이다.
이 전쟁에서 일본군은 20만이 전사하고 10만이 부상을 당한다. 배상금을 목표로 한 전쟁에서 배상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일본안에서는 폭동이 일어난다. 노일전쟁으로 일본은 사할린의 북위 50도 아래를 할양받고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받는다.
청일전쟁을 통해 일본은 아시아의 일본이 되고 러일전쟁을 통해 세계의 일본으로 부상한다. 그러나 그 실상은 서양세력의 아시아전략ㆍ 세계전략에 따라 서양의 앞잡이 역할을 수행해 근대화를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이 현대국가가 되는 것도 전쟁을 통해서 가능했다. 역설적이게도 일본은 2차세계대전에서 미국에게 패전했기 때문에 현대국가,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다.
패전한 일본에 진주해 군정을 실시한 맥아더는 일본 군국주의의 뿌리를 뽑기 위해 몇 가지의 정책을 실시했다. 재벌개혁, 농지개혁, 공산당 합법화, 평화헌법의 제정 등이 그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가장 잘 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재벌개혁 농지개혁을 통해 자본주의를 건강하게 육성시킬 수 있었고, 평화헌법을 제정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일본의 전후 세계전략은 미국과 협력하여 돈을 벌어 경제대국이 되자는 대국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아시아의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중일 3국의 관계는 적대관계에서 협력관계, 경쟁관계, 대립관계로 변화해 가고 있다. 3국이 대립관계로 가면 한국과 일본이 다 어려워지지만 일본이 더 어려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