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인터뷰 > 한국인쇄사 한.영.불어판 출간 박병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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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인터뷰 > 한국인쇄사 한.영.불어판 출간 박병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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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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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로 여성 한국학 연
구자 박병선(朴炳善.75) 박사가 한국인쇄사에 관한 개설서를 한국어(청주  고인쇄박
물관 간행)와 영어 및 프랑스어 3개 국어로 최근 출간했다.

    박 박사는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1377년
)이 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임을 확인하고 1866년 병인양요때 약탈당한 외규장각
의궤(儀軌)도서의 존재를 알린 주인공이다.

    잠시 틈을 내 모국을 방문한 그를 만나봤다.

    -- 3개 국어로 한국인쇄사에 관한 책을 내셨는데요.

    ▲영어판은 「Korean Printing」이라는 제목으로 (도서출판)  집문당의  미국내
출판사인 '지문당'(JIMUNDANG)에서 나왔지요. 불어판은 지난 5월 '메종뇌브 알 라로
즈' 출판사에서 「한국 인쇄술의 역사」(Histoire de  L'imprimerie  Coreenne)라는
제목으로 선보였어요. (불어판은) 초판 1천 부를 찍었는데 몇 달만에  다  나갔다고
합니다. 의외로 반응이 좋아요. 교양용인데 영어판은 우리 교포들을 주된 독자로 삼
았습니다. 국어판은 불만족스러운 곳이 많아 고치고 있습니다.

    -- 이 책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었던 점이 있습니까?

    ▲한국금속활자가 구텐베르크보다 앞선 세계 최고라는 주장에 대해 프랑스 사람
들의 반응은 한결 같아요. 그게 뭐가 대단하냐는 식이지요. 그래서 이번 책은  한국
이 금속활자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필연성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
로는 부족한 것 같아 삼국시대 금석문도 인쇄문화라는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금석
문은 인쇄문화의 시원이기 때문입니다. 왜 한국이 금속활자를 발명해야 했으며 그것
이 왜 중요한 지를 느꼈다는 독자가 꽤 있다고 하는데, 보람을 느낍니다.

    --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로 어떤  일
을 하셨습니까.

    ▲도서관에는 67년부터 80년까지 근무했습니다. 도서관 말고도 '콜레주 드 프랑
스' 연구원으로 76년 이후 96년 6월까지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는 주로 한국과  일
본, 중국의 문서들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둔황(敦煌) 고문서가 중요하게 취급되었지
요.

    이 둔황고문서를 연구하러 오는 일본 연구자가 대단히 많았습니다.  한국학자들
도 더러 찾아오곤 했는데 적어도 제가 근무할 때는 방문목적이  관광인지  연구인지
분간이 힘든 경우가 많더군요. 요즘은 안 그렇겠지요. 반면 일본학자들의 자세는 참
으로 인상적이었어요. 그들은 도서관이 문을 여는 오전 10시에 나타나 도서관이  문
을 닫는 오후 5시까지 줄곧 자료를 뒤지고 연구를 하더군요. 제가 주로 취급한 둔황
고문서 중 하나가 바로 신라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지요.

    -- 프랑스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사립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꿈을 안고  1955년  프랑스를
찾았습니다. (소르본대학) 철학과에 등록했다가 한계를 느끼고 언어학과로 옮겼는데
너무 어려워 이조차 2년만에 그만두고 한국의 정신을 찾고자 종교학을  택했습니다.
석박사 논문 주제가 한국의 원시종교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직지심체요절」은 박사님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됐는데  어떻게
현존 세계 최고임을 입증하셨습니까.

    ▲「직지」는 1972년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동양학 대회에 즈음한 유네스코 주최
각국 고서전에서 공개됐습니다. 한국 출품작에 「직지심체요절」이 포함됐던 것입니
다. 선행 연구성과가 없어 이 문헌을 고증하는데 꼬박 6개월이 걸렸습니다.  감자에
글자를 새겨 찍어보기도 했고, 진흙 인장을 구워 글자를 찍어보기도  했어요.  옛날
인쇄소를 찾아 자문을 구하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직지심체요절」에 남아있는 '쇠
똥' 자국을 주목했지요. 전통 인쇄업자들에게 물어보니 금속활자에만 보이는 흔적이
라 하더군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시지요.

    ▲이번 「한국 인쇄술의 역사」를 낸 출판사에서 한국사 개설서 집필을  부탁해
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80쪽 안팎인 소책자인데 이런 문고류가 프랑스에서는  인
기가 좋다고 합니다. 1만부 정도 찍을 예정이랍니다. 한국사에 관해 프랑스어  출판
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 독자들의 구미에 맞는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사진있음 >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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