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다가오는 검은 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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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다가오는 검은 대륙
  • 한화길
  • 승인 200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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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정브리핑)
한국인들에게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하면 처음 떠오르는 화두는 아마도 악명 높은 인종차별정책(Apartheid)을 썼던 나라,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나라, 그리고 아프리카 다른 나라들처럼 넬슨 만델라 이후 흑인대통령이 통치하고 있는 낙후된 나라쯤으로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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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필자가 지난 2년여 동안 체류하면서 고찰해 본 남아공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난하고 후진국’이라는 아프리카에 대한 통념과는 큰 차이가 있는 나라이다.

우선 남아공은 우리나라(남한)의 12배가 넘는 광활한 국토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대륙 총생산(GNP)의 3분의 1을 점하는 큰 경제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같은 대륙 내 대국인 이집트, 나이지리아, 케냐 등 3국의 GNP를 합한 것보다도 큰 규모이다. 또한 후진지역 문화발전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차량과 전화 보유수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절반을 넘고, 각 분야 인프라도 선진국 수준이며 정보통신(IT)산업도 크게 앞서있다.

남아공은 지난 1948년부터 반세기 동안 소수 백인 통치하에서 흑백분리 인종차별정책을 실시하였으나, 1994년 이래 다수의 흑인 민주세력이 정치전면에 등장하여 지금은 흑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타보 음베키(Thabo Mbeki) 대통령이 통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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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의 근대역사는 1652년 화란이 동인도회사 운영을 위한 항해 중간 보급기지를 케이프타운에 건설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17~19세기에 경제적 이익과 종교적 자유를 추구하여 화란, 영국, 불란서, 독일 등 유럽 국가들로부터 이주민들이 남아공에 밀려왔고, 말레이,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과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노동자들이 들어와 인종분포가 다양하고 공용어만도 11개나 된다. 흑인이 전체인구의 77%를 차지하여 외형상 사회적 주도세력을 이루면서 정치적으로 나라를 움직이고 있다.

남아공에 한인사회가 형성된 것은 1992년 12월 한국과 남아공이 수교한 뒤부터이다. 상사 주재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한인사회는 현재 인구 2,000여명 규모로 성장했다. 남아공의 한인들은 남아공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와 행정수도인 프레토리아, 입법수도이자 희망봉으로 유명한 케이프타운 등지에 주로 살고 있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한인 이주자가 이렇게 늘어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남아공은 연평균 섭씨 17도의 아프리카 어느 나라보다도 좋은 기후조건과 교통, 통신 분야에서 우수한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또한 영어권으로 교육여건이 양호하면서도 학비가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유학생이나 선교사 같은 유동인구도 적지 않은 편이다.

한인들은 대개 가발업, 사진현상업, 무역업 등에 종사하거나 여행자를 위한 민박시설, 식당, 식료품점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가발업종에서는 한인업체들이 남아공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5개에 달하는 한인 가발업체는 일찍부터 남아공에 진출해 남아공 내수 충당은 물론 생산품을 주변국에 수출까지 하고있다. 개인사업체로는 사진관이 많이 있는데, 요하네스버그와 프레토리아 등지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사진현상소는 20여개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 남아공에도 부정적인 요소는 있다. 우선 인종차별정책 철폐이후 치안이 느슨해지면서 흑인범죄가 증가일로에 있다. 특히 총기를 사용하는 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데, 인접국 모잠비크로부터 밀수되는 다량의 무기는 남아공 사회혼란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백인이나 아시아계 외국인들은 곧잘 강, 절도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요하고 있다.  

경험이 부족하고 책임감이 결여된 흑인들이 백인들을 대신해 행정을 맡게 되면서 부실해진 공공서비스도 한인 이주자들에게는 부담이된다. 또한 최근 들어 값싼 중국산 상품이 아프리카 시장 곳곳을 공략하고 있는 관계로, 한국 상품의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한인 이주자들의 사업기반 조성을 쉽지 않게 하고 있다.

그러나 천혜의 부존자원과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남아공의 틈새시장에 잘 파고들어 성공을 이룬 한인 사업가나 이주자들도 많이 있다. 특히 남아공 정부는 “무지개 국가(Rainbow Nation)" 라는 기치아래 다양한 인종간의 화합과 단결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한인 이주자들에게도 차별 없는 성공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하겠다. 미지의 대륙, 그러나 성취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땅을 향한 한국인들의 도전을 기대해 본다.





한화길(주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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