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포럼]“쇠고기 1kg 생산에 물 1만6천리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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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포럼]“쇠고기 1kg 생산에 물 1만6천리터 필요”
  • 정리=강성봉 기자
  • 승인 2009.11.3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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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총재
이글은 지난 20일 덕성여중 도서실에서 박은경 한국물포럼 총재가 ‘물이 있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행한 123번째 희망포럼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인간의 몸은 주성분이 물이다. 물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생명도 인간도 존재하기 어렵게 된다.

지구의 물의 97.5%는 바닷물이다. 오직 2.5%만 담수이다.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전체의 0.26%에 불과하다. 인간이 사용하는 물의 70%는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된 이유는 사용량이 늘어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0세기에 전세계 인구는 두 배 늘었지만 물사용량은 6배가 늘었다.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은 마실 물이 부족하다. 2.5명 중 1명은 손 씻을 물이 없고, 화장실이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 1년에 몇 천만명이 제대로 씻지 못해 설사병으로 죽어간다. 인구가 가장 많은 아시아지역에선 8억8천만명이 물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한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물부족국가로 분류 돼 왔다. 한국의 물빈곤지수는 147개국 중에서 43위이며 OECD 29개국 중에서는 20위이다.

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상수(假象水,Virtual Water)’라는 용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물의 이동이란 관점에서 물발자국(Water Footprint)이란 용어도 쓰이고 있다.

가상수란 제품이 만들어지는 데 쓰이는 물의 총량을 뜻한다. 일정량의 농산물, 공산품은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으로 표기된다.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는 물 1만6천 리터, 쌀 1kg은 3천 리터, 커피 한잔은 140리터, 우유 한잔은 1천 리터를 필요로 한다. 이 때 쇠고기 1kg = 가상수 1만6천 리터가 된다. A4 용지 1장은 물 4리터, 면 티셔츠 1장은 물 2천700리터, 청바지 1벌은 물 1만2천리터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쇠고기 1kg을 수입하면 가상수 1만6천 리터를 수입한 것이 되고 물발자국이 1만6천 리터 남게 되는 것이다.

WFN(Water Footprint Network)의 집계에 따르면 가상수를 순수입하는 상위 20위권은 유럽과 아시아 나라들이 차지했다.

일본이 한 해 평균 92조 리터를 순수입했고, 이탈리아, 영국, 독일, 한국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가상 물 순수출국 20위권에는 코트디부아르, 가나, 카메룬, 수단, 튀니지 등 아프리카 국가가 대거 포함됐다. 항시적으로 가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국가가 비싼 돈을 주고 물을 사 마시고, 그 와중에 물을 수출까지 하는 불균형이 여기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이는 제3세계의 수출품이 물 소모량이 많은 농산품 등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물 발자국을 토대로 나라별 사용 쿼터를 정해 물 수입국이 수출국에 대가를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전 세계 물 사용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은 위생과 직결돼 있고, 교육과 성평등과 연결돼 있다. 특히 여성의 위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계 인구의 40%가 화장실이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여성들은 밤까지 대소변을 참기 위해 낮 동안 소량의 물만 섭취한다. 풀숲에서 대소변을 볼 때 성추행을 당하기 쉬운 환경에 놓이기도 한다. 여학생들은 이러한 문제로 학교를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아프리카에는 화장실 없는 여학교가 많다. EU국가들에서는 아프리카학교에 화장실을 지어주는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얼마전 유엔인구기금(UNFPA)은 ‘2009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로 개발도상국 여성들이 골병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홍수나 가뭄으로 식량 식수 공급 등 가족의 부양을 책임지고 있는 여성의 부담이 두 배 늘어났다는 것이다.

물은 국가간 전쟁 또는 분쟁의 원인이 됨으로써 또 다른 의미로 주민의 생명과 직결돼 있다. 지난 9월 북한이 갑자기 임진강 댐의 물을 방류함으로써 6명이 목숨을 잃고, 2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이 좋은 예이다.

전세계에는 두 나라 이상의 영토를 흐르는 공유하천이 263개 존재한다. 공유하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세계평화를 위한 주요 화두 중의 하나다.

1967년 일어난 제3차 중동전쟁(6일전쟁)은 물분쟁으로 인해 전쟁이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다. 당시 이스라엘은 요르단 강을 이용해 농업지대 조성을 꾀하고 있었다. 요르단강 상류에 위치한 시리아가 댐을 건설하려 하자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주변과 수원지인 골란고원을 점령해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물은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후의 변화는 변화에 대한 적응과 탄소배출량 감소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물은 적응과 관련해 가장 위험한 상태에 있다.

기후변화로 메콩강 하구의 해수면이 1미터 상승하면 메콩강 삼각주의 39%가 물에 잠긴다. 그렇게되면 호찌민시의 23%가 물에 잠기고 2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수몰위기에 처해 이미 수도 푸타푸티는 수몰됐고, 2001년 국토포기선언을 했다.

전지구적인 물부족에 대처해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정에서의 물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을 확보해야 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 온난화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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