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포럼] 학생들을 변화시킨 ‘오고 싶은 학교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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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포럼] 학생들을 변화시킨 ‘오고 싶은 학교 프로젝트’
  • 강성봉 기자
  • 승인 2009.11.09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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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달 23일 덕성여중 도서실에서 김영숙 덕성여중 교장선생이  ‘공교육의 위치 - 오고 싶은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행한 121번째 희망포럼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김영숙 교장
작가 이문열씨가 한국외국어대학의 입학사정관으로 그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과 면담한 소감을 말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요즘 학생들이 ‘창의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동일한 질문에 학생들이 획일적인 답변을 하더라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돈 잘 버는 것이 장래소망 1순위다. 하나 같이 연예인 되는 걸 꿈꾼다. 더 이상 선생이나 부모가 모델이 아니다.

아이들은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포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인이 손재주가 좋다는 말도 곧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의 진학률은 99%에 이르고 있고 대학 진학율은 84%에 이른다. 고학력자들이 많기 때문에 육체노동을 할 수 있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들의 체력은 상상 이상으로 저하돼 있다. 결혼적령기 출산율은 1.19명이다. 대도시 안에서도 학생수 감소로 학교 통합이나 폐교가 곧 속출할 것이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100년 이내에 국가의 축이 와해될 것이다.

필자는 2008년 9월 1일 부로 덕성여중 교장을 맡았다. 교장으로 부임해 학생들이 오고 싶은 학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팀을 만들어 ‘감동 주는 교육’ ‘미래 중심 교육’이라는 슬로건 아래 ‘오고 싶은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교육과정의 내실화를 어떻게 기할 것이며, 교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신장할 것인가, 사교육 없는 학교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을 내실화하기 위해서 먼저 교사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부장협의회, 팀별협의회, 학년협의회, 부서별협의회, 교과협의회를 구성해 다양한 수준에서 학교 업무를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를 활성화했다.

여기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학생들의 수준별 이동수업을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2008년에는 수학은 2학년을 대상으로 2 수준으로 나눴고, 영어는 3학년을 대상으로 2수준으로 나눠 실시했다. 2009에는 수학을 1, 2학년을 대상으로 3수준으로 나눴고, 영어는 전학년을 대상으로 4수준으로 나눠 이동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2010년에는 과목을 국어 과학까지 확대한다. 국어 과학은 1,2학년을 대상으로 3수준으로 나누고, 영어 수학은 전학년을 대상으로 4수준으로 나눠 이동수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교사들의 전문성을 신장하기 위해서는 수업 방법 개선을 위한 장학활동을 강화하고 각종 연수활동을 통해 교사들의 내적 역량을 키우고 있다.

필자는 선생들에게 늘 ‘전문성이 없으면 안된다’, ‘시대가 바뀌면 시대에 맞게 인간에 대해서, 아이에 대해서 배워라’, ‘아이들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내 교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우리학교가 속해 있는 지역은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경제적 사회적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보육시간이 부족하고 교육활동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이러한 지역 여건을 감안해 ‘사교육 없는 학교 경영’이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방과후학교에 참가하는 비율은 80%에 이르고 있다.

방과후학교에선 영어 수학 등의 학과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인 인간 육성을 위해 검도, 관현악, 미술 등의 특기 적성교육을 함께 하고 있다. 정규수업 6시간 이후 밤 9시까지 진행되는 방과후 학교가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는 우수한 강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정규수업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교사만 4~5명을 방과후 학교에 투입했다. 나머지 선생 20여명은 필요한 영역을 못 박아 외부에서 초빙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저녁을 어떻게 해결하나 하는 것이었다.

덕성여중은 학교급식을 직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급식을 맡은 아주머니들에게 저녁까지 한번 더 하라고 하기가 어려워 학년별로 밥을 해먹기도 하고 학부형들이 밥을 해 주기도 했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고등학교에 위탁해 전교생이 저녁을 함께 먹고 있다.

방과후학교에 대해 처음엔 학부모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우 좋아졌다.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생 88.4%, 학부모의 97.4%가 만족을 표시하고 있고, 학생 91.3%, 학부모의 93.5%가 사교육비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답했다.

우리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자매를 둔 한 학부모가 있다. 그들은 과일행상으로 두 아이에게 100만원 이상 들여 과외공부를 시켰었는데 방과후 학교가 실시되자 과외공부를 더 이상 시키지 않게 되었다.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방과후학교의 성과의 하나일 것이다.

필자는 선생들에게 집 대문을 나서는 순간 학교만, 아이들만 생각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 대신 토요일 일요일엔 학교에 불이 나도 내가 해결할 테니 오지 말라고 한다. 또 선생들 사기를 높이기 위해 선생들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해주려 한다. 아이들 교육은 교장이 아니라 선생이 하고 아이들의 미래가 선생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에는 문제아가 별로 없다. 24시간 중 집에서 잠자는 시간을 빼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들과 함께 지내니까 특별히 면담을 실시하지 않아도 선생들의 관심이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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