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연해주에 고려인 문화센터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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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연해주에 고려인 문화센터 개관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11.0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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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센터의 두배 면적에 체육관 역사관 등도 만들어

고려인문화센터 개관 기념식에서 경기도 민예총이 ‘전주북놀이’를 공연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는 뜻깊은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연해주 고려인 동포의 이주사를 그린 대형무대였다.

“1937년, 그해 가을은 가슴속에 녹슨 시계처럼 멈춰있다…일어나라 민중들이여, 슬픔 어린 침묵이여/이 어둠 속에서 네게 할 말을 잃었다/끊임없는 아픔으로 들끓고 있다”

나레이션과 더불어 대형 자막에는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되던 당시의 사진들도 소개됐다. 나레이션이 끝나자 무용단이 등장해 춤을 췄다. 다시 자막이 바뀌었다.

“여러분은 꿈이 어떻게 현실이 되는지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조상들의 땅에 돌아와 자랑스럽게 부활했다…”

이어 경기도 민예총의 풍물단이 무대에 오르고, 부산의 난타 공연단도 등장했다. 현지 고려인 청소년으로 이뤄진 아리랑가무단의 무대도 뒤따르고, 멀리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갈리아 신의 노래도 이어졌다.

공연은 고려인 청년 남녀를 나레이터로 세우고 나레이팅과 무대공연을 번갈아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3시간이 넘는 공연은 참석자들을 때로는 숙연하게 만들고,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이번에 문을 연 '고려인문화센터' 전경.
공연 장소는 우수리스크의 고려인이주140주년기념관. 고려인문화센터로도 불리는 이 기념관은 이날 개관식과 더불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우수리스크 시내에 들어선 이 문화센터는 대지 3천평에 건물 연면적이 1천300평에 이른다. 2층으로 된 본관 앞으로는 널찍한 마당과 더불어 별관인 체육관도 있다.

본관 1층에는 고려인의 이주사를 사진으로 정리해 전시한 ‘고려인 역사관’도 만들어져 이날부터 문을 열었다. 역사관은 씨앗, 불꽃, 들꽃, 평화의 네 부문으로 정리돼 있었다.

1863년 함경도에서 13가구가 연해주로 이주한 것을 시작으로 한 ‘씨앗’의 시기, 연해주가 항일운동의 구심점이 된 ‘불꽃’의 시기, 그리고 스탈린에 의한 강제이주로 중앙아시아에서 ‘들꽃’처럼 새로운 공동체를 가꾸던 시기, 이어 중앙아시아에서 되돌아온 고려인들이 평화의 꽃을 피우는 지금의 시기로 구분해서 전시한 것.

“전세계 172개국에 700만 동포가 살고 있습니다. 이중 한인회관을 세운 곳이 82개 지역이고, 문화센터를 갖고 있는 곳은 15개 지역입니다. 독자건물로 된 문화센터는 미국의 로스엔젤레스와 여기 우수리스크입니다. 여기의 문화센터 면적은 LA의 두배가 넘어요”

이광규 전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축사에서 밝힌 말이다. 사실 이 전이사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자신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으로 재임할 때 지원을 약속해서 건립에 들어간 기념관이기 때문이다.

연해주에는 한때 우리 동포 18만명이 살았다. 하지만 이들은 1937년 스탈린에 의해 모두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하고 만다. 연해주에 다시 동포들이 돌아온 것은 구소련 붕괴 이후다. 중앙아시아에서 연해주로 되돌아온 것이다.

현재 연해주에 있는 고려인은 모두 4만명. 이중 우수리스크에 2만명이 살고 있다. 이들은 우리말이 안된다. 우리의 관습이나 풍속도 대부분 잃어버렸다.

런 점에서 고려인문화센터의 개관은 큰 의미가 있다는 게 동북아평화연대 강영석 이사장의 말이다. 우리문화를 되살리는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리스크를 방문한 한국측 참관단의 모습.
이날 기념관 개관행사에는 현지 고려인 동포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멀리 모스크바에서는 고려인연합회 회장이 와서 축하했고, 우즈베키스탄과 중국의 동포들도 왔다. 러시아의 연해주 정부에서도 관리를 파견해 축하했다.

한국에서는 기념관 개관에 앞장서온 동북아평화연대의 강영석 이사장과 이부영 기념관건립추진위원장, 추진 실무를 맡은 강경주 추진위 사무국장, 그리고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박청수 청수나눔실천회 이사장, 경기도 민예총 회원 등 60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한국에서 간 참관단은 이어 고려인 동포들의 연해주 재정착을 위해 만들어진 고향마을과 우정마을을 방문하고, 동북아평화연대의 프림코 농장을 참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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