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포럼] "미디어법은 방송의 정치예속화 종식시키는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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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포럼] "미디어법은 방송의 정치예속화 종식시키는 계기"
  • 정리=강성봉 기자
  • 승인 2009.10.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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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지난 9일 희망포럼 광화문홀에서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가 ‘미디어법 개정과 방송환경 변화전망’이라는 주제로 행한 120번째 희망포럼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황근 선문대 교수
필자는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던 해인 1993년 학위를 받고 처음 방송개발원에 취업했다. 그 곳에서 방송법 개정안 만드는 일을 했다. 개정안을 만들어 세 번 입법예고했으나 끝내 통과시키지는 못했다. 그 때 필자가 받았던 주문의 핵심은 위성방송 관련 법조항을 만드는 것과 방송법에 재허가 조항을 넣는 것이었다. 그 때 만들었던 방송법 개정안의 정신이 미디어법에 그대로 이어져 있다.

미디어법이 왜 제정되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방송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방송시장은 정체성이 불투명하다. 모두가 공영방송이면서 모두가 상업방송이다. 방송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공영역을 분리시켜 정책목표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KBS가 공영방송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MBC는 100% 민영방송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대주주로 70%, 정수장학회가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SBS는 상업방송이 명백하지만 방송의 공공성을 이유로 스스로 공영방송이라 주장하고 있다. 공영이냐 사영이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광고일 텐데 방송광고는 그동안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독점해왔다. 광고공사가 매체를 대신해 광고를 팔아주는 방식이었다. KBS 1TV만 광고를 하지 않고, KBS 2TV는 광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광고영업을 직접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방송들은 모두가 공영이면서, 모두가 사영인 이상한 상황에 놓여있다. 각 매체별로 광고를 직접 하게 되는 미디어렙이 만들어 지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그 동안 한국의 광고시장은 지상파방송 3개를 먹여 살리는 데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케이블 TV가 만들어지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돈을 벌기 시작하는 케이블 TV가 생겼고, 이들이 방송광고시장의 35%를 가지고 갔다. 그러나 사실은 이것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35%~95%를 지상파 3사의 케이블 TV가 가지고 갔기 때문이다.

KBS는 정원이 5천700명이다. 여기에 계약직 프리랜서를 1천500명 쓰고 있다. 정원의 30%정도는 감축할 수 있다. 중계국 하나에 21명이 파견되었으나 원격조정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한 중계국에 4명만 남겨 놓았다가 최근 그 4명마저 복귀한 상황이다. 이 사람들은 본사에서 할 일이 없어 4부제로 근무하고 있다. 최근 4~5년은 기술직을 뽑지를 않았다. 언론노조의 70%가 기술직이라 쉽게 해고할 수도 없다. 반면에 이들은 고연봉을 받고 있다. KBS의 급여시스템이 단일호봉제로 되어 있어 월급이 사장->기사->수위 순으로 높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MBC 직원의 평균연봉은 1억이다. MBS 직원수는 3천500명이고, SBS는 2천명도 안 된다. 방송사 예능 PD는 제작을 외주로 넘겼기 때문에 1년 내내 한편도 제작을 안 하는 사람도 있다. 다큐멘터리 PD는 1년에 45분 정도 제작한다. 해설위원은 한 달에 한두 번 해설을 한다. 이러니 방송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다. 지상파 방송에 대해 지원을 하려면 3사를 같이 해야 했고, 규제를 해도 같이 해야 했다.

그동안 한국방송계에는 진입장벽만 있었다. 진입 이후에는 규제라고는 없었다. 지역민방들의 현실은 더 문제가 많다. 한국에는 사실상 지역민방이 없다. 지역민방들은 70% 이상 SBS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대구방송이 한때 자체제작을 시작했으니 6개월을 못갔다.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산방송에서 지역사투리를 쓰는 앵커를 기용해 보았지만 한 달을 버틸 수 없었다.

케이블 TV는 심각 그 자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돈을 받고 좋은 채널을 주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은 SO에게 1년에 5천억 원 이상을 갖다 주고 있다. 지방의 경우 이미 7번, 11번 채널은 홈쇼핑에 장악되었다.

지상파 3사는 자기 프로그램이 방송된 날 다음날에 자기네 케이블에 프로그램을 넘겨 방송하게 한다. 1~2개월을 우려먹고 나서는 다른 케이블에 넘긴다. 지상파 - 지역민방 - 케이블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을 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방송은 한번 들어오면 절대로 나갈 수 없는 시장이다. 지금까지 퇴출된 것은 경인방송이 유일하다. 따라서 방송업계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강제로 몇 개의 방송을 퇴출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방송은 대단히 정치적이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방송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방송을 권력으로부터 떼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방송을 시장으로 내보낼 때 가능하다.

미디어법 제ㆍ개정 목표는 단기적으로 산업효과에 맞추어져 있지만 장기적으론 ‘여론다양성’ ‘시청자주권’과 같은 언론적 효과에 있다. 미디어 시장 진입규제 완화는 오랫동안 고착돼 온 ‘방송의 정치예속화’를 종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것은 5공화국 때 만들어진 권위주의적 방송구조를 새롭게 개편해 민주주의의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다. 향후 많은 정책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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