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인회장들, 필리핀 수재 돕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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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인회장들, 필리핀 수재 돕기 나섰다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9.10.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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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300여명 사망실종, 37만명 이재민 발생


기자는 세계재난구호회의 코피노 돕기 동행취재를 위해 지난달 24일 필리핀에 건너와 마닐라, 앙헬레스 지역 등 관련 취재를 다녔다. 동행 사흘째인 지난달 26일은 코피노 장학금 전달식이 ‘한비문화축제’ 행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물폭탄 터진 마닐라(26일 오전 10시)=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멈추지 않고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다. 여기는 비가 자주오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태풍이 온다는 방송이 나왔지만 크게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인들의 말이었다.

같은 날 오후 12시. 기자는 만달루용시에 있는 지인의 아파트에서 행사장인 마닐라시로 가기위해 아파트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잡히지 않았다.

택시기사들이 “비가 많이 온다”는 이유로 승차거부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기자가 500페소(한국돈 1만 2천원)를 제시하자, 한 택시 기사가 “1000페소(한국돈 2만 4천원)을 주면 가겠다”고 했다. 그곳까지는 보통 150페소(3500원)이지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마닐라를 관통하는 길인 엣자(EDSA)에서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이리저리 샛길을 돌아 목적지로 가고 있었다. 시작시간인 2시에 가까워 고 국장에게 연락했다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닐라 전역이 이미 물에 잠겼습니다. 우리도 행사장에 갇혀 있는 상황이라 행사취소를 결정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다급한 고국장의 목소리였다.

택시기사에게 돌아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길은 물에 잠기기 시작해 갈수도 올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택시기사가 “난 도저히 돌아갈 수 없으니 내려라”라고 말했다. 그곳은 마닐라 인근의 빈민가 골목이었다.

“내가 외국인이고 보다시피 이곳에 내리면 너무 위험하다. 부탁컨대, MRT(지상전철)역까지만 데려다 다오”

기자는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 택시기사는 근처 지상철 역으로 가기 시작했다. 택시안이 온통 물바다가 됐고, 엔진소리도 둔탁해지며 멈출 기세였다.

결국 운행을 포기한 택시기사가 “도저히 안 되겠다. 난 이곳에서 차를 길옆 인도로 차를 올려놓고 걸어서 이곳을 빠져나갈 터이니 너도 내려라”라고 말했다.

기자는 결국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길을 홀로 헤치며 전철역까지 30분을 걸어 Taft Ave역까지 왔다. 마닐라 전철은 지상 10m 높이로 건설된 전철이라 다행히 운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철역은 인산인해였다. 기자는 1시간 가까이 인파와 싸운끝에 전철을 타고 숙소를 나선지 4시간 30분만에야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필리핀한인총연합회가 현지 필리핀사람과 한국인의 문화교류의 장인 ‘한비문화축제’를 개최할 예정이었던 당일 태풍 ‘온도이(켓사나)’가 필리핀 마닐라 한복판을 지나가며, 700mm가 넘는 비를 하루만에 마닐라 전역에 퍼부었다. 30여년만에 일어난 최악의 폭우로 마닐라는 순식간에 물에 잠겼고 한인회는 결국 행사를 취소했다.

지난 3일 발표한 필리핀 정부 공식집계에 따르면, 이번 비로 한인 1사람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현지인 246명이 죽고, 38명이 실종됐으며, 37만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었다.

왼쪽부터 김정태, 남문기, 박정길, 정해명, 정효권, 한호산, 이말재 회장

필리핀한인회, 수재민 돕기를 시작(27일 새벽 1시) = 한인회는 먼저 기아대책본부 필리핀지회와 함께 다음날 새벽 홍수로 잠긴 도로를 뚫고 발렌수엘라 지역에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구호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주말이 지나 피해소식이 알려지자 한인사회도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동포들은 한인회로 의류 1만여점을 보내왔고, 40만 페소(1천만원)에 달하는 성금을 기탁했다.

이같은 필리핀 현지상황이 세계로 알려지자 먼저 각국의 한인회장들이 돕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한호산 유럽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필리핀 사람들을 돕는 한인회를 위해 개인적으로 성금을 보내고, 유럽의 한인회장들에게 연락해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효권 재중국한국인회 회장과 남문기 미주총연 회장 그리고 정해명 대양주한인회총연합회장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당연히 도와야 한다”며 성금기탁을 약속했다.

또 김정태 사우디아라비아 동부한인회장도 사재 5천 달러와 한인회성금 2천 달러를 보내겠다고 약속했으며, 박정길 아중동총연(쿠웨이트한인회)회장, 이말재 카타르 한인회장 역시 참여의사를 밝혔다.

박일경 필리핀한인회총연합회장은 “필리핀사회에 각지의 한인회장님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다”며 “한인회장님들의 작은 정성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돕고, 한국인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필리핀한인총연합회 수해성금 접수 계좌

Bank: 외환은행(마닐라 지점) Korea exchange bank (manila)
Acct. Name: United Korean Community Association
Acct. No.: 5402 02 1822
Bank Code: koexp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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