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시단] 바 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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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시단] 바 퀴
  • 김효남
  • 승인 2009.10.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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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작]



   바 퀴


그가 죠지타운 혼잡한 다리 위에 차를 세우고        
손수레에 짐을 부린다
무겁거나 축축한 순서로
생닭 두 박스, 쌀 두 포, 음료수 세 박스
채소 박스 까지 올리는 것은
가벼운 것부터 쟁인 생의 순서와는 반대다

좁아진 다리를 비켜 가는 차들의 경적이
꼭대기에 얹혀진 가벼운 것들을 흔든다
덜컥, 다리의 파인 상처를 바퀴가 주무르고 지날 때
미끄러져 떨어지는 상추
차도로 굴러가는 토마토 몇 알 바퀴 밑에 깔린다
중요한 것을 얻으며 잃는 작은 손실처럼

요즘 들어 귀가가 늦어지는 아이
어쩌다 마주치면
그를 피하는 무거운 눈빛도 저만치 굴러간다

지금은 수레를 멈출 수 없는
저녁 속으로 굴러야 할 시간
쩔뚝이는 바퀴
시간의 병목 속으로 흔들리며 구른다.

 

김효남(미국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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