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포럼] “미디어법 시행되면 위험사회 견제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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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포럼] “미디어법 시행되면 위험사회 견제 어려워져”
  • 정리=강성봉 기자
  • 승인 2009.10.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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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지난달 18일 희망포럼 광화문홀에서 이창현 국민대 소통학 교수가 ‘미디어 공공성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주제로 행한 119번째 희망포럼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이창현 교수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법의 헌법소원에 대해 우려를 하지만 필자는 헌법재판소를 믿는다. 너무나 명백한 여러 가지 절차상 잘못을 범하면서 무리하게 법안이 통과되었기 때문에 헌법재판관들이 눈감아 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지난 7월 22일 통과된 미디어법의 핵심은 기업과 보수적인 거대 신문이 TV로 뉴스를 방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업과 거대신문이 TV로 뉴스를 방영하게 되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까?

현재의 공공적 미디어 질서가 해체되고 상업적 미디어 질서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미디어법이 만들어 낼 질서 아래서는 기득권을 가진 강자, 대기업의 목소리만 전달되고, 약자인 중소기업, 소수자, 농민의 목소리는 미디어에서 발견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언론의 기본적인 사명은 정치권력과 기업권력이라는 절대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다. 공공적 미디어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조건이다. 그러나 미디어법이 시행되면 모든 뉴스가 기업의 가치에 따라 필터링될 것이다.

매스미디어는 세상을 보는 창이다. 미디어는 모든 인식의 틀을 결정한다. 우리의 인식을 결정하는 창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소통 질서가 바뀌고 있다. 이름만이라도 공공성, 민주성을 강조하던 구조에서 기업성, 상업성을 강조하고 기업이 내용을 통제하고 있다. 미디어에 절체절명 대전환의 순간이 왔다.

미디어가 산업이냐 여론이냐 하는 논쟁이 있지만 산업으로서의 가치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로 인해 훼손되는 언론의 가치를 보상할 수는 없다. 언론기구는 언론의 기능을 잘 하는 것이 제1의 가치이다. 언론의 가치를 훼손하며 산업적 가치, 일자리 창출을 얘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독일 뮌헨대학 사회학연구소장인 울리히 벡 교수는 ‘위험사회’라는 책을 썼다. 그는 그 책에서 거대한 위험이 체계적으로 생산되는 것이 현대사회의 특징이라고 얘기했다. 위험사회는 홍수 태풍 가뭄 등의 자연적 위험의 피해를 배가하고, 기계 화학물질, 방사능물질, 범죄, 차별, 불평등, 성장주의, 개발주의. 지구온난화, 환경호르몬 등의 사회적 위험을 체계적으로 생산한다.

울리히 벡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은 ‘아주 특별한’위험사회”라고 말했다. 곳곳에서 압축적 근대화로 인한 부실이 터져 나오고, 개발중심주의 사고로부터 국토파괴가 일어난다. 에너지를 90% 이상 석유에 의존하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고, 공장형 먹거리 생산으로 위험을 더욱 키운다.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 살리기니, 공기업민영화니 의료보험 민영화니 해서 생활세계의 공공 영역 파괴로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 한 가운데에 미디어관계법이 있다. 공공미디어가 위험사회, 개발주의 정책을 감시하고 소비욕구를 관리하여 지속가능한 정책과 복지사회 모형을 제시해서 위험을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미디어법이 시행되면 위험사회에 대한 견제는 불가능해진다. 미디어는 비즈니스화해서 상업적 광고판매를 촉진할 것이고, 이것이 개발정책과 수용자 소비욕구를 조장하고 상품판촉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더 많은 개발과 생산을 위한 이윤을 추구하게 되고 인간과 자연에 대한 착취는 강화되고 그 결과 위험은 확산될 것이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만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5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개발과 성장에 대한 욕구를 제어하지 않는 한 우리를 파멸로 이끄는 욕망의 기관차는 계속 달릴 것이라는 것이다. 모두의 욕망이 계속 커가는 한 사회는 모두가 불행한 사회로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미디어다. 미디어가 사람들의 욕망을 견제하느냐 키우느냐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사회의 모습이 달라진다.

언론의 질서에서 권위적 질서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소통이 문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월드컵 세대다. W세대는 소통, 개방,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세대다. 미디어법은 W세대의 소통의 욕구를 70대의 폐쇄적 권위적 질서로 바꾸려 하는 것이다.

물질적 욕망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유명한 자동차 광고가 있다. “친구가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다. 그랜저로 대답했다.”

바로 그 그랜저 너머에 우리 시대의 우울이 있다. 멜라민, 석면, 환경파괴…

지금 한국에는 위험사회가 초래되고 있다. 언론이 견제 않으면 우리의 후손은 지금의 우리보다 몇 백배 더 큰 위험사회에서 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게 될 미디어법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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