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포 > 단속 첫날..꼭꼭 숨은 불법체류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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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 단속 첫날..꼭꼭 숨은 불법체류 외국인
  • 연합뉴스
  • 승인 200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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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꼭꼭 숨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찾아라'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단속 첫날인 17일 법무부와 경찰은 360명으로 구성된 5
0개 합동단속반을 편성, 전국에서 일제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예고된 단속 소식에 불법체류자 대부분이 모습을 숨긴 탓인지 실적
은 미미했다.

    서울 목동의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날 출입국관리공무원 및 경찰관 7∼8
명으로 구성된 관계기관 합동단속반 17개가 총출동, 이중 10개 반은 서울에서, 나머
지 7개 반은 하남과 안성, 수원 등 수도권 일대에서 각각 단속을 벌여 이날 오후  4
시 현재 불법체류자 31명과 고용주 5명 등 모두 36명을 적발했다.

    일제 단속이 시작된 이날 단속반은 외국인을 전문적으로 고용하는 이발소나  노
래방, 식당 등 유흥.요식업소 등을 주요 단속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가리봉역과 수원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행인들을 상대로  검문검
색도 실시했다.

    구로구와 양천구, 영등포구, 강서구 등을 맡은 1반과 2반은 이날 낮 12시께부터
3~4명씩으로 조를 편성해 구로구 오류동 일대 여관 밀집지대, 대림역  인근  식당가
등에서 단속을 벌여 모두 6명의 불법체류자를 적발했다.

    그러나 이중 체류기한을 넘긴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중국동포 임모(32.여)씨와 30대 후반의 남자 동포 2명은 이날 오후 대림역 인근
의 한 중국식당에 손님으로 들어왔다가 수상히 여긴 단속반원에게 적발됐다.

    이들은 모두 체류기간 4년을 넘긴 불법체류자들로 단속반은 이들을 연행해 출입
국관리사무소로 데려갔다.

    단속반이 덮친 또다른 중국식당에서 적발된 조선족 최모(39)씨는 근무처를 인천
으로 신고했으나 실제론 대림동에서 일하고 있어 `근무처 무단변경'으로 연행됐다.

    한국에 온 지 채 3년이 안 된 최씨는 "신고지와 다른 곳에서 일하면 안 되는 줄
알았지만 거기서 일하다가 몸이 안 좋아 그만둔 뒤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다가  최근
부터 다시 일하게 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최씨와 같은 식당에서 일하고 있던 중국동포 고모(35.여)씨는 한국인과  결혼한
`국민의 배우자' 신분이다. 그러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격외 활동' 허가를  받아
야하는 처지로 고씨는 단속반에 적발되자 난감한 표정이다.

    단속반은 고씨로부터 진술서와 여권 등을 받았으나 고씨는 범칙금 부과  대상자
여서 그나마 연행되지는 않았다.

    단속반은 또 이에 앞서 사전에 외국인 노동자를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있다는 첩
보에 근거해 오류동 E모텔을 덮쳤으나 이미 어딘가로 달아난 뒤였다.

    현장에 들어갔던 경찰관은 "옥탑에 있는 숙소에 가족 사진과 중국제 약품  등이
들어있는 가방이 있는 것으로 미뤄 급하게 달아난 듯하다"라며 "주인한테  물어봐도
`전에 있던 아줌마라고만 말할 뿐이라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인 사위와 딸의 초청으로 3개월 전 친지방문 자격으로  입국했다가  사위의
신고로 남편과 함께 붙잡힌 김모(62) 할머니는 눈시울을 붉히며 사위에 대한 섭섭함
을 털어놓았다.

    김 할머니는 "한국 구경도 하고 그간 앓아온 다리병도 치료하라며 사위와  딸이
불러 부모님의 고향인 한국에 왔는데 그새 딸과 사위의 관계가 악화돼 딸이  도망가
면서 사위가 우릴 신고해 버렸다"며 "중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니 아쉬울 건 없지만
사위에 대한 섭섭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문화춘 조사3과장은 "우선 유흥업소 등을 중심으로 단속을 벌
이다가 이후 주택가 등지로 단속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1차적으로 첫 10일간 1천30
0명을 단속한다는 목표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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