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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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해야지요”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9.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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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림시사건 심양대책회의 참관기


서탑은 중국 동북3성 최대도시인 심양에서 우리 동포가 모여 사는 곳이다.

드라마 속의 청나라 황제 모자를 닮은 서탑이 우뚝 솟아 흰색의 자태를 드러내는 그 주변으로 언젠가부터 우리 민족이 뿌리 내리고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한중수교 후 건너간 한국인들도 이곳을 중심으로 정착했다.

“모여살다 보니 없는 게 없어요. 50원(한화 9천원 상당)이면 하루 먹고 잘 수 있을 정도예요”
서탑거리에서 오미정이라는 우리 음식점을 경영하는 홍순대씨의 말이다.

“지난해말 이래 한국 사람들이 많이 돌아갔어요. 중국 위안화 환율이 올라 어렵기도 하거니와, 중국 정부가 거류비자 연장을 까다롭게 한 까닭이지요”
이 때문에 서탑지역의 음식점들도 매출이 줄어드는 등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서탑시장에서 장뇌삼과 송이버섯을 파는 조선족 동포 장모씨(42세)도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한국을 오가는 사람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탑지역은 여전히 우리 동포들의 거리다. 심양한인회가 서탑에 ‘민원실’이라는 이름으로 사무실 분소를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구려호텔 5층에 있는 심양한인회 민원실에 들어서자 6~7명의 직원이 무척 분주한 모습이다. 다음날인 13일부터 열리는 심양한국주간 행사 때문이다.

해림시 사건 대책회의는 이처럼 바쁜 가운데, 이곳 민원실의 회의실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북경에서 장흥석 대책위원장(재중국한국인회 부회장)과 대책위원인 재중국한국인회의 박제영 부회장, 김효태 부회장, 김종형 대책위 서기, 심양한인회 권유현회장, 대련한인회 정창호회장, 장춘한인회 김도균회장, 단동한인회 성구대회장, 박왕근 연변한인회장, 목단강한인회 엄재봉회장 등이었다.

해림시 정부의 장일남국장도 이날 회의에 옵저버로 참석해 현지 상황을 소개했다.

해림시 사건이란 한국인 여모씨 등이 청와대직속 국가전략연구소장 등을 사칭하며 흑룡강성 목단강시 산하 해림시에서 현지 한족들과 조선족 동포들을 상대로 한국에 취업시켜주겠다며 우리돈 20억원 가량을 가로챈 일을 말한다.

이 취업사기사건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는 현지인들을 위해 한국인회 차원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방안을 찾기 위해 재중국한국인회(회장 정효권)는 해림시사건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날 심양에서 또 한차례의 대책회의를 개최했던 것.

장흥석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지역별 성금모금 방안이 확정하는 한편, 피해자 구제를 위해 한인회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논의됐다,

“피해자들 가운데 100명은 대련의 우리 회사에 취직시킬께요. 한국으로 바로 갈 수 없는 사람들은 이처럼 중국내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하지요.”(정창호 대련한인회장)

“한국에 가려고 3-4만원(한화 600만원 상당) 낸 사람들인데, 한국이 아닌 중국내 한국기업에 취직하려 할까요”(박왕근 연변한인회장)

“중국에서도 신노동법이 발효돼 직원으로 고용할 경우 회사 부담이 커요”(김도균 장춘한인회장)

“피해자들이 우선적으로 한국에 취업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에 호소하면 어떤가요”(엄재봉 목단강한인회장)

대책을 위한 논의는 심양총영사관을 찾아 피해자들의 한국행을 막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일로 이어졌다.

“중국정부와는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는 것으로돼 있어요. 정해진 인원을 중국 정부가 뽑아서 보내면 한국에서 취업을 시켜주는 방식이지요”(김영근 영사)

하지만 중국 정부에서 아직 주무부처를 정하지 못해 한국으로 인력을 보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조선족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국정부는 방문취업을 허용하고 있으나, 피해자들 대다수가 한족이어서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어요. 노력하는 것이지요. 피해자들을 위해 우리 한국인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할 것입니다”

장흥석 대책위원장이 영사관을 빠져나오면서 한 말이다.

대책위는 정효권 재중국한인회장 초청으로 오는 10월 산동성 청도에서 한차례 회의를 가진 후, 11월에는 사건이 일어난 흑룡강성 해림시에서 결산회의를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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